JohnnySmith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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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짜증내고 화내는 에너지의 8분의1만 기타 연주에 쏟아도 넌 장고 라인하르트와 같은 연주자가 될 수 있을 거야!”

영화 〈비포 미드나잇〉을 보는데 제시와 셀린느의 부부싸움 중 반가운 이름이 튀어나왔다. 장고 라인하르트. 영화 속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뇌리에 남았다.

“장고 라인하르트가 유명한 사람이야?” 영화를 함께 본 그녀가 물었다. “어… 그러니까. 화재사고로 왼손을 심하게 다쳤는데도 신기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줬고, 그가 사용했던 마카페리 기타가 파리 박물관에 전시돼 있고, 프랑스에 그의 이름을 딴 재즈 시상식이 있을 정도이니까. 국민적인 연주자로 봐도 되겠지.” 대강 설명을 해주고도 찜찜했다. 워낙에 히스토리가 많은 연주자니까. 영화의 여운이 가실 무렵 또 한 명의 기타리스트의 부고가 들려왔다. 조니 스미스.

조니 스미스는 지난 11일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의 자택에서 90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마빈 스웰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니 스미스의 부고소식을 처음 접했다. 스웰은 “그는 모든 아름다운 음계와 소리를 연주했다(He played all the beautiful and pretty notes and sounds)”고 언급했다. 맞는 말이다. 1922년생인 조니 스미스는 재즈 기타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준 연주자 중 한 명이다. 자기보다 12살 위인 장고 라인하르트의 곡도 자주 연주했다. 스미스는 기타의 여러 줄이 울리는 화음에 더욱 집중했다.

조니 스미스는 특히 발라드에 능했던 연주자로 색소포니스트 스탄 게츠가 참여한 대표작 〈Moonlight In Vermont〉에 그 스타일이 잘 나타나있다. 그는 코드 보이싱을 개발하는 한편 ‘워킹 베이스’ 주법을 능숙하게 구사했다. 기타의 워킹 베이스 주법은 코드 체인지 시 틈을 메우기 위해 엄지로 베이스 라인을 코드 사이에 짚어주는 것으로 코드 솔로, 컴핑 시에 사운드를 풍성하게 해준다. 이러한 연주 스타일들은 조니 스미스의 후예인 조 패스와 짐 홀에게서 만개하게 된다.

“굉장히 고리타분한 설명이구먼.” 열심히 설명했는데 그녀는 듣지 않는 것 같았다. 벤처스의 연주로 유명한 ‘Walk Don’t Run’을 조니 스미스가 만들었다고 일러줬다. 조니 스미스가 연주한 ‘Walk Don’t Run’을 찾아서 들려주자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벤처스 곡은 촌스러웠는데 원곡은 이렇게 멋진 곡이었구나.”

벤처스가 지금 듣기에는 촌스러울지 몰라도, 무려 1억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연주 그룹 중 역대 최고의 기록이기도 하다. “아니, 왜 그렇게 인기가 많았던 거야? 내가 듣기엔 조니 스미스 음악이 훨씬 좋구먼.” 글쎄, 벤처스의 음악은 춤을 출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Walk Don’t Run’ 저작권료는 조니 스미스에게 갔을 게다. 조니 스미스, 부디 고이 잠들기를. 그의 영혼에 축복을.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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