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조용필
조용필

‘가왕(歌王)’ 조용필이 자신의 별명에 걸맞는 왕성한 활동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5월31일 시작된 전국투어의 서울 공연은 사흘간 3만명을 춤추게 했고, 앨범집계사이트 한터정보시스템의 4월, 5월 월간차트에서 연이어 1위를 차지했다.

조용필의 인기는 그가 ‘국민가수’이기 때문이라고만 진단한다면 오산이다. 4월27일 발매된 19집 수록곡 ‘바운스’와 ‘헬로’는 각각 마르티 돕슨(Marty Dodson)과 스캇 크리페인(Scott Krippayne)이라는 외국 작곡가가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국민가수가 외국작곡가의 곡을 받는다면 그것이 한국의 음악인가”라는 비판도 내놓는다. 하지만, 안으로는 세대를 아우르고, 밖으로는 국적을 넘나드는 도전이 결과적으로 성공한 셈이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K-pop 가수들이 외국작곡가와 손을 잡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올해에만도 1월1일, 소녀시대가 신곡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를 노르웨이 출신 작곡가팀 디사인 뮤직과 유럽의 작곡가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대표 작곡가 유영진이 참여해 내놨다. 최근 활동 중인 신화의 11집 타이틀곡 ‘디스 러브(This Love)’는 영국의 앤드류 잭슨 팀의 곡이다.

슈퍼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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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의 소속사인 SM은 외국작곡가와 협업에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소녀시대의 3집 앨범 타이틀곡 ‘더 보이즈’는 고(故)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로 세계적 명성을 떨친 테디 라일리가 작곡했다. ‘훗’, ‘런 데빌 런’, ‘소원을 말해봐’ 역시 외국 작곡가들의 작품이다. 소녀시대 외에도 샤이니의 ‘셜록’, 태티서의 ‘트윙클’, 에프엑스의 ‘일렉트릭 쇼크’, 슈퍼주니어의 ‘섹시, 프리&싱글’ 등 SM 소속 가수들이 외국 작곡가의 곡들을 대거 내놨고 이 곡들이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토마스 트롤슨(Thomas troelsen), 윌렘 라서롬스(Willem Laseroms), 브랜던 프랄리(Brandon Fraley) 등의 작곡가들이 국내 아이돌그룹의 음반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SM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해외 작곡가와 협업에서 도두보이는 기획사는 손담비, 애프터스쿨의 소속사 플레디스다. 플레디스는 지난해 그룹 뉴이스트의 데뷔곡 ‘페이스(face)’를 과감히 스웨덴 작곡가인 다니엘 바크먼(Daniel Barkman)에게 의뢰했다. 다니엘 바크먼은 같은 소속사 선배 그룹인 오렌지 캬라멜의 노래 ‘방콕시티’도 만들었다. ‘페이스’는 최신 트렌드인 덥스텝을 응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덕분에 여타 남성아이돌그룹과 확연히 구분되는 음악성을 담보하게 되었고, 단기간에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애프터스쿨의 정아(왼쪽), 나나.
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애프터스쿨의 정아(왼쪽), 나나.
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애프터스쿨의 정아(왼쪽), 나나.

애프터스쿨은 2011년1집 타이틀곡 ‘샴푸(Shampoo)’를 일본 작곡가 다이시 댄스(Daishi Dance)의 곡으로 정했다. 다이시 댄스는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와 빅뱅의 ‘하루하루’ ‘천국’을 만들었고, DJ로도 유명하다. 애프터스쿨은 이번 새 앨범에도 두 곡의 외국작곡가 곡이 실리게 된다.

외국작곡가의 곡은 SM이 1990년대 후반부터 유럽을 직접 찾아 한국의 음악시장을 소개하고, 직접 곡을 사러 노크를 해 왔다. 보아의 ‘넘버원’이 그렇게 계약이 된 곡이었다. 말하자면 이 시기가 외국작곡가와 교류한 1단계였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앨범의 인세제가 시작되면서 정식으로 뮤직퍼블리싱회사(음악출판사)들이 생겨났다. 소니ATV뮤직퍼블리싱, 유니버설뮤직퍼블리싱, 뮤직큐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는 작사ㆍ작곡가와 계약을 하고, 음악 제작사나 가수에게 곡을 소개해주는 일종의 매니지먼트 회사다. 2단계격인 퍼블리싱 회사의 시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3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외국의 작곡가와 직거래를 하고, 아시아 지역의 퍼블리싱까지 맡는 방식의 기획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뉴이스트.
뉴이스트.
뉴이스트.

플레디스의 A&R팀 박제준 이사는 “뉴이스트나 애프터스쿨의 곡들을 모두 직접 스웨덴에 가서 받아왔다. 스웨덴의 멜로디컬한 스타일이 한국 사람과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거래를 할 경우 퍼블리싱회사를 거치는 것에 비해 시간이나 경비가 절감되고 해외의 다른 가수들과의 경쟁에서도 여유있게 곡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해외작곡가의 경우 아시아권의 서브 퍼블리시권을 우리가 갖게 되면 추가적인 수익도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글. 이재원 jjstar@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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