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中 이문세(좌), 조용필(우)
콘서트 中 이문세(좌), 조용필(우)
콘서트 中 이문세(좌), 조용필(우)

“지금 조용필 선배님은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하고 계시겠죠? 거기 갈까 여기 올까 고민을 하신 분들이 아쉬워하실 것 같아서 제가 선배님 노래 한 소절 하겠습니다. ‘기도하는!’”

조용필은 뜨거운 록 콘서트, 이문세는 화려한 버라이어티 쇼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가수는 지난 주말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연장들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각각 공연을 펼쳤다. 둘이 동원한 관객만 무려 8만여 명. 데뷔 45주년과 30주년을 맞이하는 조용필과 이문세는 둘 다 국민가수의 칭호를 가진 대형가수이면서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록밴드로 경력을 시작한 조용필은 자신의 밴드 위대한 탄생을 이끌고 음악적인 승부를 멈추지 않아왔고, 통기타 가수 시절부터 입담을 자랑한 이문세는 DJ와 가수로 활동하며 팬들과 지근거리를 유지했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라이브 가수들이라는 것, 그리고 가요계를 통틀어 최고의 피날레 송’이라 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요’와 ‘붉은 노을’을 보유한 이들이라는 것을 말할 수 있겠다. 조용필은 ‘헬로’의 열풍 이후 첫 정식 공연, 이문세는 생애 첫 잠실 주경기장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 헬로 조용필

콘서트 中 조용필
콘서트 中 조용필
콘서트 中 조용필

조용필의 공연은 마치 젊은 록 스타의 콘서트와 같이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지난 달 31일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전국투어 ‘헬로’의 포문을 여는 체조경기장 공연에는 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체조경기장 여기저기서 서라운드 음향으로 ‘헬로’를 외치는 조용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첫 곡은 ‘기도하는’으로 시작하는 ‘비련’이 아닌, 19집 타이틀곡 ‘헬로’였다. ‘미지의 세계’가 이어지자 조용필이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무빙 스테이지’가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장관이었다.

원형의 체조경기장 정중앙에 멈춰선 무빙 스테이지 위의 조용필. 그의 명징한 목소리는 만 명의 합창을 뚫고 나가 실내를 온통 휘감았다. 서른 곡 가까이 부르는 가운데 조용필의 노래에서는 일말의 흔들림도 찾아볼 수 없었다. 풍부한 레퍼토리와 완벽한 사운드, 그에 상응하는 무대 스케일. 아직은 국내 어떤 가수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무대였다.

조용필의 기존 공연과 달랐던 점은 레퍼토리였다. 조용필은 총 28곡의 레퍼토리 중 무려 8곡을 19집 〈헬로〉에서 골랐다. 이는 왕년의 히트곡 위주로 진행된 예년의 공연과 비교했을 때 분명 파격이었다. 공연 초반 ‘단발머리’와 ‘고추잠자리’ 사이로 신곡들인 ‘널 만나면’ ‘서툰 바람’이 흐르니 새삼 그가 현재진행형 가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필의 목소리는 노래 순서가 진행될수록 더욱 또렷해졌다. 특히 ‘고추잠자리’에서 소름끼치는 가성과 진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노래는 확실히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특화된 것이었다. 조용필은 “나이를 드는데 계속 공연할 수 있겠냐는 질문들을 하는데 목을 쉬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 연습을 한다. 두세 시간은 거뜬하다”고 말했다. 관객들에게 ‘헬로’를 외치며 싱얼롱을 유도한 그는 “제(음정)가 높나요?”라며 낮은 음으로 ‘헬로’를 다시 외쳐주기도 했다. 중장년층이 관객들이 젊은이마냥 즐거워했다.

조용필 콘서트 현장
조용필 콘서트 현장
조용필 콘서트 현장

‘남겨진 자의 고독’에서 조용필은 긴 기타 솔로를 직접 연주하며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조용필과 한 몸이라고 살 수 있는 위대한 탄생의 연주도 압권이었다. 공연 중반 솔로타임에서 이종욱(건반)이 신디사이저로 클래시컬한 음악을 선사하자 이어 김선중(드러머)은 4웨이 인디펜던스를 비롯해 3연음, 4연음을 능란하게 섞은 드럼 솔로로 응수했고, 최태완I(건반)의 재지한 연주, 이태윤의 현란한 슬랩, 최희선의 강렬한 로큰롤이 이어졌다. 연주자들의 내공이 밴드의 앙상블을 뚫고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대여’에서는 조용필과 최희선의 트윈 리드 기타가 빛을 발하기도 했다. 록 콘서트의 백미라고 할까?

‘친구여’ ‘Q’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왕년의 히트곡들에서는 만 여 명의 ‘떼창’ 이어졌다. 놀라운 것은 신곡 ‘바운스’가 흐를 때에도 중장년층 관객들이 익숙한 곡을 듣는 것처럼 즐거워했다는 것이다. 이날 공연에서 ‘한오백년’,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의 대표곡은 흐르지 않았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관객들은 ‘록 스타’이자 ‘오빠’인 조용필의 공연을 마음껏 즐겼으니 말이다. 관객에게 최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서글서글한 멘트로 편안함을 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 땡큐 이문세

콘서트 中 이문세
콘서트 中 이문세
콘서트 中 이문세

1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이문세의 데뷔 30주년 공연 ‘대한민국 이문세’는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급 콘서트였다. 주경기장 옆쪽에 마련된 길이 100미터, 높이 30미터의 배 모양 무대의 위용이 눈을 압도했다. 이문세는 1998년 4월에 시작된 브랜드 공연 ‘독창회’를 통해 10년 동안 약 300회의 공연을 열며 4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8분의1인 5만여 명이 이날 공연장을 찾은 것. 이문세는 객석을 바라보더니 “제가 그 유명한 이문세입니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옆 사람 좀 꼬집어보세요”라며 재치 있는 인사를 건넸다.

공연에는 히트곡과 향연과 함께 재미난 입담이 함께 했다. ‘파랑새’ ‘난 아직 모르잖아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 흐르면 곡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고, 멘트를 던지면 ‘별밤지기’ 이문세가 떠올랐다. 그처럼 우리 곁에 오랜 시간 가까이 있었던 가수가 또 있을까? 이날 공연에는 스태프 600여명이 투여됐으며 비롯해 안성기 박찬호, 김완선, 송종국, 우지원, 류승완, 이금희, 최유라, 박경림, 이수영, 조세현(사진작가), 로이킴 등 수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합창단을 이뤄 무대에 오르는 등 엄청난 인력이 투여됐다. 이문세의 공연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을 감동시킨 것은 거대한 스케일이 아닌, 노래가 가진 힘이었다.

이문세 콘서트 현장
이문세 콘서트 현장
이문세 콘서트 현장

이문세는 자신을 오늘의 자리에 있게 해준 전유성, 이종환 등 은인들에 대한 헌사도 잊지 않았다. 음악적 동반자인 작곡가 이영훈에 대해 이문세는 “우리는 무명 가수와 무명 작곡가로 만났다. 둘은 성격이 달라서 더 잘 맞았다. 내가 죽어서도 감사해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영훈은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있었다면 이 노래만큼은 반주해주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며 ‘사랑이 지나가면’을 노래했다. 무대 위에는 자동피아노가 연주됐고 이문세는 거기에 이영훈이 앉아있는 것처럼 애틋한 눈빛으로 노래를 한다. 노래 중간에 “그땐 상상이나 했니? 5만 명 앞에서 노래하게 될 것이라고? 이 노래 듣고 있어?”라고 말해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이문세는 매 곡마다 팔색조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웃집 오빠처럼 관객과 함께 율동을 하는가 하면 나아가 탄력적인 안무를 소화하며 뮤지컬적인 무대를 보여줬고, 통기타를 연주할 때는 마치 카페에 온 것 같은 감흥을 전했다. 또한 각각의 곡들에 가미된 세련된 편곡도 인상적이었다. 공연 중간에는 이문세가 이날을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는 노래 ‘땡큐’가 흐르기도 했다. ‘옛사랑’ ‘그대와 영원히’가 나올 때에는 5만 여명의 합창이 주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자 이문세는 자신의 가수 데뷔곡 ‘나는 행복한 사람’을 노래했다.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간다더니,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무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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