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DJ페스티벌, 형형색색의 바디페인팅을 한 사람들의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월드DJ페스티벌, 형형색색의 바디페인팅을 한 사람들의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월드DJ페스티벌, 형형색색의 바디페인팅을 한 사람들의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월드DJ페스티벌을 취재하라.” DJ의 ‘D’도 모르는 기자에게 내려진 미션이다. 지난 17일부터 19일, 무박 3일 동안 경기도 양평군 강상체육공원에서 ‘월드DJ페스티벌’(이하 ‘월디페’)이 열렸다. ‘월디페’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중심으로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함께하는 축제다. 다른 축제와는 달리 오후 1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밤새도록 즐길 수 있다. ‘월디페’를 간다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뉴에라 모자’와 ‘선글라스’. ‘월디페’는 세계적인 DJ로 이뤄진 화려한 라인업도 볼거리지만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패션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온몸에 노랑, 빨강, 파랑으로 바디페인팅을 한 외국인들을 비롯해 탱크탑 하나로 몸매를 과시하는 여성들까지. 뉴에라 모자와 선글라스는 민망할 정도로 식상한 패션이었다.

아직 해가 밝은 초저녁 6시였지만 ‘월디페’가 열리는 강상체육공원은 입구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메인스테이지가 제대로 시작하기 전, 사람들이 집중된 곳은 ‘사일런트 디스코’였다. ‘사일런트 디스코’는 각자 헤드셋을 끼고 잔디위에서 춤을 추는 것. 헤드셋을 끼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그 광경은 음악도 없이 격렬히 춤을 추는 사람들만 모인 신기한 광경이었다. 음악에 심취해서 혼자만의 춤을 추는 사람, 지쳤는지 한쪽 구석에 앉아 얌전히 몸을 흔드는 사람까지 ‘사일런트 디스코’는 ‘월디페’의 애피타이저였다. 그러다 다 같이 아는 노래가 나오면 떼창을 하며 함께 환호하기도 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선글라스는 댄스를 주체하지 못하고 부러져 버렸다. 내 안에 숨겨진 댄싱머신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월드DJ페스티벌, DJ DOC
월드DJ페스티벌, DJ DOC
월드DJ페스티벌, DJ DOC

아무리 처음 가는 페스티벌이라도 라인업 확인은 필수다.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 춤을 추는 것도 즐겁지만 아는 노래를 듣고 아는 가수를 본다면 즐거움은 두 배. 잘 모르는 DJ보다 그나마 눈에 익은 가수들이 출연하는 ‘힙합 아레나’를 찾았다. Soul dive, 본킴 등 익숙한 힙합뮤지션들의 무대가 끝나자 갑자기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빈지노를 보기 위해서였다. 빈지노는 훈훈한 얼굴과 개성 있는 래핑으로 떠오르고 있는 힙합 뮤지션이다. Dok2, DJ Wegon과 무대를 꾸린 빈지노는 수많은 여성 팬들의 환호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이어지는 무대는 국민힙합가수 DJ DOC. DJ DOC는 ‘런투유’를 부르며 등장해 사람들을 한껏 흥분시킨 뒤, ‘나 이런 사람이야’, ‘DOC와 춤을’, ‘여름이야기’ 순서로 히트곡을 열창했다. 관중들도 신나게 따라 부르며 무대를 즐겼다. 누구나 아는 노래, 누구나 아는 가수와 관중이 함께 만들어낸 시너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월디페’의 또 하나의 광경은 돗자리를 깔고 앉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자는 사람,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 닭강정과 컵라면 등 음식을 잔뜩 사들고 먹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뒤섞여 있었다. DJ DOC가 노래를 부르든 말든, 메인 스테이지에서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든 말든 각자가 나름대로 축제를 즐겼다. 정말 흥미로웠던 건, 아주머니들의 등장이었다. 아주머니들은 시끄러운 음악에도 구애받지 않고 산책하듯이 평화롭게 주위를 구경하고 있었다. 동네 주민이라서 한 번 와봤다는 아주머니들은 “젊은이들 노는 거 보니 예쁘고 재미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월드DJ페스티벌, Dash Berlin
월드DJ페스티벌, Dash Berlin
월드DJ페스티벌, Dash Berlin

춤추다 더우면 맥주를 마시면 된다. 쉬다가 추워지면 춤을 추면된다. 밤샘의 한계가 느껴질 때는 에너지드링크 한 잔. 그렇게 버티고 즐기던 축제는 이제 클라이맥스로 향했다. 새벽 1시 30분.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DJ, Dash Berlin이 메인스테이지에 등장하자 사람들은 또 한 번 뜨겁게 환호성을 질렀다. 트랜스의 제왕으로 불리는 Dash Berlin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헤드라이너로 ‘월디페’에 나타났다. 태블릿PC의 전광판 어플을 통해 ‘한국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넨 그는 약 한 시간 반 동안 음악을 한 번도 끊지 않고, 태블릿PC로 멘트를 대신하며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DJ 자리에서 무대로 내려와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나중에는 무대 아래까지 와 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팔찌를 직접 끼워주고 티셔츠를 던져주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재밌었던 건, ‘Make some noise’를 한국말로 보여준 것. 인터넷 번역기를 사용했는지 ‘일부 소음을 만들어’라고 적힌 태블릿PC의 글귀에서 한국 팬들을 위한 그의 성의도 엿볼 수 있었다.

‘월디페’에서는 음악을 몰라도, 가수를 몰라도 옆 사람을 따라 흔들다보면 어느새 무아지경으로 춤추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 몸을 춤추게 하는 음악을 찾아 이쪽으로, 저쪽으로 무대를 옮겨 다니다 보니 시간은 새벽 6시를 향해 가있다. 패션이나 음식은 축제를 거들 뿐. 비록 집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서서 잠들지라도, 새로 산 뉴에라 모자가 모래먼지를 뒤집어썼을 지라도, 마냥 즐겁다. ‘월디페’에선 누구나 자신 안에 잠들고 있던 댄싱머신의 본능을 확인하게 되리라.

글.사진.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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