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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에는 이 땅에 무려 다섯 개의 글로벌 형 록페스티벌이 열리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해외 아티스트들이 오는 대형 록페스티벌은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과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지산밸리) 두 개가 대표적이었다. 두 행사는 본래 한 몸에서 갈라져 나왔다. ‘펜타포트’ 운영진이 둘로 갈라지면서 2009년에 ‘지산밸리’가 생겨난 것. 둘의 경쟁이 시작된 후 관객동원의 승자는 항상 ‘지산밸리’였다. 이유는 라인업 때문. ‘펜타포트’는 항상 ‘핫’한 뮤지션들을 데려온 ‘지산밸리’에 비해 출연진이 조금 밀리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 하지만 올해 집객 대결은 사상 처음으로 ‘펜타포트’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유가 뭘까?

사상 최다 관객 동원
올해로 8회째를 맞는 ‘펜타포트’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주최 측인 예스컴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올해 관객 수는 약 8만5,000명(연인원)으로 사상 최다 숫자를 기록했다. ‘펜타포트’와 ‘지산밸리’의 역대 관객 수를 비교해보면 2009년 3만-5만, 2010년 5만2,000-7만, 2011년 5만7,000-9만2,000, 2012년 7만7,000-10만1,000 명으로 ‘지산밸리’가 항상 우위에 있었다. ‘지산밸리’는 올해부터 개최지를 안산으로 옮기고 이름을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안산밸리)로 바꿨으며 7만8,000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행과 라인업에서 록페스티벌계 1인자를 달려온 ‘안산밸리’의 관객 감소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작년의 경우 현존하는 최고의 록 스타인 라디오헤드를 헤드라이너로 데려왔지만, 올해 라인업에서는 대중을 아우르는 슈퍼스타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구나 장소를 지산에서 안산으로 옮겼고, 지산에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이라는 신생 축제가 생기면서 팬들이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슈퍼소닉’,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와 같은 글로벌 형 록페스티벌이 새로 생기면서 경쟁이 심해졌다.

반면 올해 ‘펜타포트’는 거꾸로 관객이 증가했다. 집객에 있어서 올해 열리는 여러 록페스티벌 중 우위를 선점한 셈이다. 여기에는 2006년부터 꾸준히 지켜온 ‘펜타포트’라는 브랜드가 주는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펜타포트’의 개최지는 여러 번 바뀌었지만 ‘인천’이라는 지역 브랜드는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는 인천시에서 약 35억 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 전용 상설무대를 지으면서 내실을 단단히 했다. 윤창중 예스컴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오랜 시간 동안 ‘펜타포트’를 지켜온 노력의 시간이 비로소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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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별 라인업 분배 빛나
올해 ‘펜타포트’의 라인업이 기존에 비해 화려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여타 페스티벌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날짜에 따라 장르별로 뮤지션들을 배분한 것이 주효했다. 행사 첫날에는 추억의 메탈 밴드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며 한국 록의 전설 들국화가 헤드라이너를 장식했다. 록 메탈 전문월간지 파라노이드의 송명하 편집장은 “첫째 날 S.L.K., 나티, 스틸 하트, 테스타먼트, 스키드 로우, 들국화로 이어진 라인업은 올해 열리는 많은 페스티벌 가운데 가장 응집력 있는 라인업”이라며 “S.L.K.의 무대에서 카리스마의 ‘Runaway’를, 또 스틸하트 땐 ‘She’s Gone’을, 스키드 로우와 함께 ‘18 & Life’를 그리고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목이 터져라 따라 불렀다. 이런 경험을 하는 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날에는 스웨이드, 글라스베가스, 피스 등 영국 록밴드들이 강세였다. 2년 만에 한국을 찾는 스웨이드는 히트곡 퍼레이드를 펼치며 열성 팬들의 ‘떼창’을 유도했고, 피스는 처음 만나는 한국 팬들 앞에서 자신들의 스타일을 피력했다. 마지막 날 헤드라이너를 장식한 폴 아웃 보이는 오랜만에 재결성한 만큼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음악칼럼니스트 김성환 씨는 “폴 아웃 보이는 국내에서 대중적 지명도가 낮은 것처럼 느껴졌었지만, 실제 이들은 사흘간의 헤드라이너 공연 가운데 가장 에너지 넘치고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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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들국화를 시작으로 YB, 강산에, 옐로우 몬스터즈, 오지은, 블랙백 등 국내 뮤지션들도 뜨거운 무대를 연출했다. 이외에 작년부터 이어온 레게 스테이지 등 서브장르를 특화시킨 것이 빛을 발했다. 윈디시티, 서울 리딤 슈퍼클럽 등 국내 굴지의 레게 뮤지션들이 여름에 어울리는 무대를 선사했다. 박현준 경인방송 PD는 “레게 스테이지는 ‘펜타포트’에 확실한 차별성을 부여했으며 정형화된 록페스티벌에서 벗어나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웨이드, 마마스 건, 칙칙칙(!!!) 등이 겨우 2년 만에 내한한다는 점에서 신선함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보완할 점?
올해 ‘펜타포트’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각 무대 간의 소리간섭이었다. 올해 펜타포트에서는 총 다섯 개의 무대가 마련됐는데, 최악의 경우 약 서너개 무대의 소리가 겹치는 일이 발생했다. 가령 재즈 밴드 플레류드가 문라이트 스테이지에서 공연할 때 드림 스테이지에서 블랙백이 공연을 하고, 메인무대인 펜타포트 스테이지에서 리허설을 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침해가 빈번해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학선 씨는 “메인 스테이지와 드림 스테이지뿐 아니라 크고 작은 스테이지들이 너무 밀집해 있어서 다른 무대의 사운드가 계속해서 감상을 방해했다. 내년에 분명하게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펜타포트’ 관계자는 “올해 장마가 길어지면서 무대 위치에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라며 “무대 위치를 정하는 데에는 바닥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몇몇 스테이지의 음향상태가 불완전해 아쉬움을 샀다. 가령 드림 스테이지의 경우 마마스 건, 글라스베가스, 시오엔 등의 무대에서 하울링이 나거나 엠프에서 잡음이 들려와 공연의 감흥을 반감시켰다. 이와 함께 바닥의 정리되지 않은 흙더미도 지적의 대상이었다. 관계자는 “‘펜타포트’의 부지는 14만평으로 올해는 새 무대를 짓느라 잔디까지 보수하기는 쉽지 않아 인조잔디를 깔았다”며 “내년에는 모든 조경 사업이 완료가 될 예정이어서 더 쾌적한 록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예스컴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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