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키, 요조, 최고은, 로맨틱펀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오키, 요조, 최고은, 로맨틱펀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오키, 요조, 최고은, 로맨틱펀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외로워지지 않으려면 계속 걸어야 했어, 앞으로든 뒤로든
요조 ‘안식 없는 평안’ 中

김오키 ‘Cherubim’s Wrath’
김오키~4
김오키~4
갑자기 튀어나온, 순도 높은 아방가르드 프리 재즈 앨범. 작년부터 한국 재즈연주자들의 앨범 발매가 급격히 늘었다. 양적 성장은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법이라지만, 김오키의 ‘Cherubim’s Wrath’는 그런 논리에 따라 나온 앨범이 절대 아니다. 이것은 시류와 상관없이 개인의 의지와 노력(또는 투지)으로 인해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힙합 비보이 출신이라는 김오키는 관악기에 관심을 가지다가 프리재즈에 경도됐다고 한다. 오키나와 여행에서 깨달음을 얻고 김오키(오키나와 김)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일단 앨범에 대해 말하자면 ‘너와 나의 음모론’, ‘꼽추’,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영희마음 옥희마음’은 찰스 밍거스 식의 장엄함과 오넷 콜맨과 같은 이유 있는 자유분방함, 분노를 떠올리게 된다. ‘오리온 스타 하우스’에서는 왜색(倭色)이 느껴진다고 할까? 아니, 왜색이라기보다 동양적인 재즈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김오키와 그의 밴드 ‘동양청년’은 한국 땅에서 어떻게 이런 음악을 하게 됐을까? 직접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한 앨범.

요조 ‘나의 쓸모’
요조 (Yozoh) - 앨범자켓 640
요조 (Yozoh) - 앨범자켓 640
얼마 전 음악페스티벌에 갔다가 우연히 김소연 시인을 만났다. 요조를 보러 왔다고 했다. 무대에서 요조가 부르는 노래를 제목까지 다 알고 있더라. 시인이 좋아하는 음악이라니. 순간, 내가 알던 요조의 음악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날 페스티벌에서 요조는 신곡 ‘화분’, ‘안식 없는 평안’을 들려줬는데 기존의 음악과는 사뭇 다른, ‘샤방샤방’하지 않고 조금은 나른한 음악들이었다. ‘나의 쓸모’의 음악들이 대체적으로 그렇다. ‘변신’이라기보다는 서른셋이라는 나이에 맞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이라고 읽힌다. 뮤지션으로서, 여성으로서도 기분 좋은 성숙함이 느껴진다. 세상에는 이렇게 부를 노래가 많은데 요조가 굳이 음표를 엮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앨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 했던 데뷔곡 ‘My Name Is YOZOH’가 새로운 버전(33 year old ver.)으로 담겼다. 약 5~6년 사이에 그녀는 이렇게나 변했구나.

최고은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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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은 직접 나무판에 사포질을 하고 그 위에 판화를 찍은 100%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앨범 ‘36.5′c’를 내놓고 많은 활동들을 해왔다. ‘호흡의 원근법’이라는 기획공연을 통해 로다운 30, 정민아, 티미르호, DJ 안과장, 고상지 등 여러 아티스트들과 음악을 섞는 협연을 했고,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를 도는 유럽투어도 다녀왔다. 뮤지션에게 경험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자연스레 최고은의 차기작은 기대하게 됐다. ‘Real’에는 유럽투어의 여정이 담은 일종의 라이브앨범으로 음원과 영상이 함께 담겼다. 각각의 곡에는 녹음된 장소가 명기돼 있다. 익히 알고 있던 최고은의 목소리는 더 친숙하고, 편안하게 들린다. 사람들이 내 가사를 알아듣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영어로 가사를 써왔다는 최고은은 새 앨범 곡 ‘봄’에서 한글로 노래하고 있다. 이것도 여행 덕분일까?

로맨틱펀치 ‘Glam Slam’
Romantic Punch (로맨틱 펀치) - 앨범자켓 640
Romantic Punch (로맨틱 펀치) - 앨범자켓 640
최근 로맨틱펀치는 그야말로 잘 나간다. ‘탑밴드’ 준우승, ‘밴드의 시대’ 톱3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 휩쓴 로맨틱펀치는 최근 록페스티벌 무대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로맨틱펀치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만큼 라이브의 생동감,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잘 살리는 팀이다. 3년 만에 발표한 정규 2집 ‘Glam Slam’에서는 청자를 방방 뛰게 하는 강렬한 로큰롤이 담겼다. 록 팬이라면 건즈 앤 로지스와 같은 하드록 풍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외에 트렌디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도 들어볼 수 있다. 이게 바로 요즘의 젊음의 로큰롤이 아닐까? 로맨틱펀치가 대중에게 강한 첫인상을 남긴 장면이 프린스의 ‘Purple Rain’을 커버 곡이어서 그런지 보컬 배인혁이 고음을 지르면 프린스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것이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별 문제는 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대세를 점하고 있는 밴드인 만큼 에너지가 상당하다. 이브의 보컬 김세헌, 데이브레이크의 보컬 이원석이 피처링한 곡도 들어볼 수 있다.

박형준 ‘아름다운 추억은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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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박형준의 정규 1집. 제1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자 출신인 박형준은 CF, 방송 음악으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고 한다. 앨범에는 수려한 멜로디와 완성도 높은 사운드의 가요가 담겼다. ‘아름다운 추억은 죽지 않는다’라고 하는 제목처럼 각각의 노래에는 박형준 개인의 추억이 담겼다. ‘행복한 이방인 in London’, ‘세느 강에 띄운 편지 in Paris’와 같이 각각의 노래마다 지명이 명기돼 있다. 박형준은 작사, 작곡, 노래 외에 모든 악기 연주까지 혼자 해냈는데 ‘Nocturne’의 피아노 연주, ‘낯선 여유’의 기타 연주 등이 앨범의 진행을 헤치지 않고 오히려 응집력을 갖게 해준다. 첫 곡 ‘Prologue – 여행 전의 설렘’부터 마지막 곡 ‘Epilogue – Not Yet’까지 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잘 만들어진 O.S.T.를 대하는 기분이다. 박형준 개인의 O.S.T.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안녕바다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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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바다의 정규 3집. 2006년 결성 당시 밴드의 이름이었던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를 앨범 이름을 했다. 안녕바다가 ‘헬로루키’에 선정되며 세간에 알려진 것이 2007년이다. 그 후로 5~6년 동안 안녕바다는 성실한 활동을 보여줬다. 새 앨범을 통해서는 음악만으로 행복했던 시절, 즉 초심으로 돌아가려 했다고 한다. 이 초심은 초기의 경쾌한 안녕바다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세’를 뜻한다. 새 앨범에서는 기존에 비해 한층 차분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안개가 낀 잿빛 바닷가를 걷는 느낌이라고 할까? 일관성을 가지고 분위기가 흘러간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다양한 색을 담으려는 강박을 털어낸 것 같은데, 이 또한 성숙함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프리실라 안 ‘This Is Where We Are’
앨범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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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실라 안이 ‘When You Grow Up’ 이후 2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3집. 기존의 편안한 어쿠스틱 팝에서 상당한 변신을 이룬 결과물이다. 안개가 낀 듯 뿌연 느낌이 나고 사운드 면에서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도 꽤 적극적으로 첨가됐다. 청초한 감성은 여전하지만 소리의 질감이 다르다. 처음에는 노라 존스가 작년 앨범 ‘Little Broken Hearts’에서 보여준 변신을 떠올렸다. 그런데 프리시라 안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최근 리키 리(Lykke Li)와 같은 인디 팝 계열의 음악을 열심히 들었다고 한다. 최근 트렌디한 인디 팝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음악적인 완성도이다. 타이틀곡 ‘This Is Where We Are’를 비롯해 80년대 컬쳐 클럽을 듣는 듯한 ‘Wedding March’ 등 멋진 곡들이 즐비하다. 프리실라 안 개인에게 중요한 모멘텀이 될 앨범.

제이지 ‘Magna Car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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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헌장’이라니 앨범제목부터 거창하다. 최근 들어 제이지(Jay-Z)는 뮤지션보다는 사업가로서 수완을 더 보여 왔다. 이번 앨범 ‘Magna Carta’도 홍보방식이 첨단이다.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앨범 발매 먼저 곡을 들어볼 수 있게 한 것. 이로써 제이지는 앨범 발매도 전에 100만 장을 삼성에게 팔았다고 한다. 사업적 수완을 어디까지나 둘째라고 믿고(제이지 본인도 그리 생각하리라 믿고) 음악을 들어보면 역시 첨단의 힙합이다. 예수의 피를 받은 ‘성배’를 성공의 양면성에 비유한 ‘Holy Grail’을 듣다보면 중간에 너바나 노래 가사(entertain us)가 나와서 조금 놀랄 수도 있다. 커트 코베인 역시 성공의 양면성에 괴로워했기에 가사로 썼을까? 저스틴 팀버레이크, 비욘세, 프랭크 오션, 퍼렐 윌리엄스, 팀발랜드 등 화려한 게스트는 얼마 전 발매된 카니예 웨스트의 앨범 ‘Yeezus’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음악은 전혀 다르지만.

코디 심슨 ‘Surfers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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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심슨의 2집. 첫인상은 제2의 저스틴 비버, 앨범재킷은 비치보이스다. 코디 심슨(Cody Simpson)은 저스틴 비버, 싸이의 매니저인 스쿠터 브라운이 발탁한 뮤지션으로 이제 열여섯 살이 된 틴팝 스타다. 보통의 아이돌 스타와 다른 점은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한다는 것. 데뷔 전에는 ‘강남스타일’ 패러디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다는데 스쿠터 브라운이 시켰나보다. 2집인 ‘Surfers Paradise’에는 어쿠스틱 편성의 팝이 담겼다. 코디 심슨은 애초에 통기타 싱어송라이터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음악의 콘셉트에 맞게 통기타를 배웠다고 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수록곡 대부분에 작곡으로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서 면모를 보이고 있다.

O.S.T. 진격의 거인
진격의거인OST자켓
진격의거인OST자켓
바야흐로 ‘진격의 거인’ 열풍이다. 애니메이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도 이제 ‘진격의’로 시작되는 문장은 익숙할 정도다. 거인들에 의해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한다는 황당무계한 내용인데, 그 독특한 세계관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음악은 일본의 젊은 음악감독 사와노 히로유키가 맡았다. 히로유키는 음악 작업 요청을 받기 한두 달 전에 지인으로부터 ‘보면 빠져든다’라는 추천을 받고 ‘진격의 거인’ 만화책을 봤다고 한다. 아라키 테츠 감독과 ‘길티 크라운’을 함께 작업한 것을 계기로 ‘진격의 거인’ 작업을 받아들였다고. 사운드트랙은 극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잘 살려주고 있다. 거인이 사람을 잡아먹는 이야기에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할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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