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 박선이 위원장(가운데)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등위 박선이 위원장(가운데)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등위 박선이 위원장(가운데)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등위가 자의적으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주는 게 절대 아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서울 상암동 시대를 마감하고, 부산 시대를 새롭게 맞이한다. 영등위의 이번 이전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과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계획’에 따른 것이다. 부산으로 이전을 계획 중인 영상관련 기관 중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기게 됐다. 9월 9일부터는 서울이 아닌 부산 해운대 영상산업센터에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전에 따른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분. 영등위는 온라인 등급분류 시스템인 ‘오알스’(ors.kmrb.or.kr)를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겠다는 각오다. 박선이 영등위 위원장은 2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분야별 소위원회와 전문위원등을 새롭게 구성, 이전을 위한 실질적 준비를 마쳤다”며 “등급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온라인을 통해 할 수 있도록 마쳤다. 그리고 보완 등이 필요한 대형 영화들 역시 대부분 택배를 이용해 왔기 때문에 눈에 띄는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위원장은 “어찌됐던 어려운 게 있는 건 사실이나 이를 최소화하겠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확인하는 과정이 몇 달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는 영등위의 부산 이전을 앞두고 마련된 자리지만 이보다 관심은 ‘제한상영가’에 맞춰졌다. 최근 영등위가 언론 등에 많이 거론된 이유 역시 두 번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 때문이다. 또 ’연애의 온도’, ‘명왕성’ 등 역시 청소년관람불가와 15세 관람가 등급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제한상영가 등급이 나온 ‘뫼비우스’는 영화를 만든 사람과 등급 분류를 하는 저희만 봤다”며 “일부만 보고 정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실 수 있지만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절차적, 제도적 장치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한상영가 등급을 영등위가 자의적으로 준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신데 절대 그렇지 않다. 영비법에 구체적으로 제시된 근거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상영을 못하게 하는 등급이 없고, 삭제는 커녕 편집의 ‘ㅍ’자도 말할 수 없다. 심지어 등급위원이 누구인지까지 공개된다”고 투명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등급 선정 기준과 판단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많다. 가령 선정성이 높다, 국민정서를 해할 우려가 있다 등처럼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기준들이다. 박 위원장은 “전체 관람가,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 등 총 5개 등급이 있다. 그 중4개 등급은 ‘강도’가 기준이 된다. 제한상영가만 다르다”며 “물론 보편적 정서만큼 어려운 게 없지만 구체적인 심의 기준에 의거해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지금이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상영금지’와 똑같다는 게 영화계의 의견이다. 박 위원장은 “영등위의 입장은 제한상영가 등급을 만들어 강력하게 적용하자는 게 아니다. 2002년 당시에 등급보류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게 제한상영가 등급이다. 그 때는 어떤 영화도 상영할 수 있는 완전등급제가 됐다고 환영하기도 했다”고 설명한 뒤 “다만 제한상영관을 설치하자고 영등위가 앞장서서 이야기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이해해달라”고 부탁했다.

또 “제한상영관이 없는데 제한상영가를 주냐는 것은 이해를 하면서도 어떻게 할 방법이없다”며 ”등급위원회를 거쳐 나갈 경우 상영을 못하는 일이 없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용극장에서만 상영가능한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를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중이다.

15세 관람가와 청소년 관람불가, 그 경계선에 있는 작품들의 등급도 유난히 올해 시끄러웠다. ‘전설의 주먹’, ‘연애의 온도’, ‘명왕성’ 등이 그랬다. 박 위원장은 “전체적인 것을 보지 않고, 왜 나무를 보냐고 하는데 사실 그 경계가 쉽지 않다”며 “숲을 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결정적인 나뭇가지를 안 볼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설국열차’가 청소년 관람불가로 판정됐다면 어떤 반응이 나오겠냐는 말을 덧붙였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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