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 피터 손 감독 내한 기자간담회
'엘리멘탈' 6월 14일 개봉
피터 손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피터 손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픽사 최초의 한국계 감독 피터 손이 이민 2세로 겪은 인종차별이 거름이 되어 피어난 공감의 꽃이 '엘리멘탈'에 담겼다. 이 영화는 공감 능력의 중요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30일 낮 12시 서울 용산구 용산 CGV에서 영화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 내한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피터 손 감독과 3D 애니메이션 파트에 참여한 이채연 애니메이터가 참석했다.

이날 피터 피터 손 감독은 내한 소감에 대해 "영광이라고 밖에 말씀드릴 수 없다"며 "우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싶은데, 이 작품을 만드는 동안 두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부모님께서 사랑을 보여주셨고, 그것을 이 영화에 담아냈다. 한국에 오게 돼 남다른 느낌이고 제가 이렇게 함께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 '굿 다이노'(2016) 이후 약 7년 만에 한국에 방문한 손 감독은 어제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를 갔었다며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예뻤다"고 감탄했다. 또, "평양 물냉면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미국에는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손 감독은 전작 '굿 다이노' 당시 뉴욕에서 있었던 간담회를 회상하며 "당시 부모님이 이렇게 앞에 앉아 계시는데 그 순간 제가 감정이 너무 벅차올라서 울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희생이 떠올랐고, 정말 감사했다. 당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 북받쳐 올랐던 거 같다"고 말했다.
차별 받았던 이민 2세, 불·물·공기·흙으로 그린 화합의 '엘리멘탈'  [종합]
이후 손 감독은 동료들에게 이 일화를 공유했고, 동료들은 '이 여기에 너의 이야기가 있다'고 반응했다고. '엘리멘탈'은 여기서 시작됐다고 손 감독은 말했다.

"저희 부모님은 60년대, 70년대에 미국에 이민 와서 많은 것을 겪으셨죠. 당시엔 외국인 혐오도 있었고, 우리 부모님을 도와주신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제가 많은 것을 배웠던 거 같아요."

'엘리멘탈' 속 앰버의 아버지는 손 감독의 아버지를 닮았다. 그는 "저희 부모님께서는 식료품 가게를 했는데 들어오는 손님들이 정말 다양했다. 저희 아버지는 영어를 한 마디 못해도 이해했고, 공감하시며 필요한 거 다 도와줬다"며 "공감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종의 다양성 등을 자라면서 제가 피부로 느꼈기 때문에 그걸 이 영화를 통해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손 감독은 차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차별을 받으면 놀라고, 물론 싫다"며 "나를 이방인처럼 느끼고 자라면서 내 정체성에 대해서 많은 걸 느끼게 됐다. 내 원소들이 나를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가 반추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거 같다. 내 부분 중에서 얼마나 한국적이고, 얼마나 미국적인가. 어떤 것이 나를 만드는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게 된 피터 손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특히, 손 감독은 예술적 기질이 많았지만, 여자로 태어난 탓에 정당한 기회를 얻지 못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했다. 장남이었던 손 감독은 부모님의 식료품 가게를 물려받아야 했지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와 마찰이 컸다.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고, 부모님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숙제 안하고 그림만 그리고 있으면 엄마가 와서 그림을 찢어버렸죠. 어머니와 굉장히 많이 싸웠어요. 어머니는 1945년 생이셨는데, 예술적 감성이 어마어마했지만, 아들인 삼촌에 비해 평등한 기회를 받지 못했어요. 어머니에게 그림은 아픈 기억이셨고, 저에게 같은 길을 가지 말라고 하신 걸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어머니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그리신 그림을 보여줬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싸웠는지를 그 때 알게 되었죠."
차별 받았던 이민 2세, 불·물·공기·흙으로 그린 화합의 '엘리멘탈'  [종합]
이 같은 이야기는 '엘리멘탈'에 녹아 들어있고, 그 덕에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손 감독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그리고 있지 않나. 그것에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는 피드백이 좋았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별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특히, 극중 불 캐릭터인 앰버와 물 캐릭터인 웨이드가 결혼한다면 어떤 아이가 나올 것인가 하는 질문에 손 감독은 "수증기 베이비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엘리멘탈'은 올해 칸 영화제에 폐막작으로 선정돼 대미를 장식했다. 영화 '소울' 이후 3년 만에 칸에 초청된 디즈니-픽사 작품이다.

'엘리멘탈'은 6월 14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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