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의 인서트》
신이 내린 꿀 팔자, 장항준 감독
6년만 복귀작 '리바운드'에 담은 진심
"유작은 '리바운드'가 아닌 다음이 되길"
/사진=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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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신이 내린 꿀 팔자', '윤종신이 임보하고 김은희가 입양한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 '신이 축복한 남자'. 이는 장항준 감독이 직접 말하고 다니는 수식어다. 우주의 모든 좋은 기운은 다 장항준 감독이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 그가 '기억의 밤' 이후 6년 만에 신작 '리바운드'를 내놓는다.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 고교농구대회에서 부산 중앙고가 일궈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장항준 감독은 원래 영화 개봉할 때 쫄지 않는 성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리바운드'는 유작이 될 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감독은 자기가 언제 데뷔하게 될지도 모른다. 살면서 죽을 때까지 몇 편의 작품을 하는지도 모른다"면서 "언제 내 마지막 인생 작품을 찍을지도 모르고, 무슨 작품으로 기억될지도 모르는 직업이다. 유작은 '리바운드'가 아니라 그다음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영화 '리바운드' 포스터
/사진=영화 '리바운드' 포스터
사실 '리바운드'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5년 전 공개 오디션을 보고 투자 직전 물거품이 됐고, 모두가 해산되던 차에 기적같이 다시 제작하게 된 것. 장항준 감독은 "영화 제작 자체가 리바운드 같다. 극적으로 살아나게 됐다. 이야기의 진정성을 타협하지 않고 잘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더라. 실화가 제 피를 끓게 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한국 농구 영화의 길에 대해 겁이 나기보다 설렜다"고 했다.

또한 장항준 감독은 "개봉하게 돼 감개무량하다. '리바운드'는 투자받기도 힘들었다. 제작이 한 번 무산돼 기획하고 제작되기까지 11년이 걸렸다. 제작사는 2012년 말에 시작했고, 저도 5년 동안 투자했다. 물론 사이사이 예능에 출연하기도 했다. 오늘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고비를 넘고 함께한 동료 스태프, 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장항준 감독은 '리바운드' 속 안재홍이 연기한 실제 인물인 강양현 감독에게 야매로 영화를 보여줬다. 강양현 감독에게 장항준 감독이 들은 말은 '감사하다'는 단어였다. 강양현 감독의 농구 인생 일부를 한 편의 서사로 만들었기 때문. 장항준 감독이 '리바운드'를 연출하면서 지상 과제는 바로 만족이었다. 농구 팬인 관객과 농구를 모르는 관객을 동시에 만족 시켜야 했던 것.

장항준 감독은 "대다수 관객이 농구 직관을 크게 즐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목표는 농구인, 현역 선수가 '리바운드'를 봐도 '플레이가 좋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수많은 전문가의 지도와 현장 코칭을 받았다. 하승진 전 선수에게도 야매로 영화를 보여줬는데, '미쳤다'면서 '현역 선수가 봐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면서 "어디 내놔도 부끄러움이 없는 장면이라고 하더라. 극찬을 해줬다. 그래서 유작이 안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진=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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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농구 국가대표 조상현 감독이 '리바운드' 오디션에 참관해 날카로운 평가를 도왔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적극적인 협조로 실제 심판진이 극 중 심판 역할을 맡아 더욱 리얼리티를 높였다. 특히 KBL이 '리바운드'의 홍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장항준 감독,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김민, 안지호가 프로 농구 경기장을 찾기도.

장항준 감독은 '리바운드'에 진심을 담았다. 그는 불가능하다는 상황 속에서 남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꿈을 위해 묵묵히 걸어간 이들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았다. 장항준 감독은 "그 소년들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 순간의 열망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한국 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서 몇백억 대작도 가치가 있고 중요하지만, '리바운드' 같이 중급 예산의 작품이 단단히 허리를 받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목은 다르지만 같은 스포츠 영화 '드림'과 '킬링 로맨스' 등 4월 개봉작 중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나게 된 '리바운드'다. 장항준 감독은 "이 시기에 개봉하는 건 오래전 내정됐다. 그때는 4월 개봉 영화가 없었는데, 내가 있어서 만만하다고 생각했는지 막 생기더라. 지금 한국 영화가 본의 아니게 침체해 있는데 우리 작품으로 인해 활기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바랐다. 과연 장항준 감독은 바람대로 '리바운드'를 통해 활기찬 극장가로 바꿀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신이 내린 꿀 팔자를 증명할지 주목된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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