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웅남이' 박성광 감독 인터뷰
박성광 감독 /사진제공=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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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가 없는 신은 없어요. 필수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트렌드가 바뀌었지만, 웃음은 필수 요소라고 생각해요. 즐겁기 위해 돈을 주고 웃음을 구매하는 거잖아요? 코디미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저 역시 죽을 때까지 코미디언이고 싶어요. 시작이 개그맨이었으니 죽을 때까지 자랑스러운 개그맨이고 싶어요."

개그맨 박성광이 영화 '웅남이'를 통해 마음 한편에 숨겨둔 꿈을 펼쳤다. 자기보다 한 발짝 먼저 나서 영화감독에 도전했던 이경규, 심형래라는 선배가 있었기에 박성광 역시 그 자리에 있다. 웃음은 영원할 거라는 박성광은 죽을 때까지 개그맨이고 싶다고 했다.
박성광 감독 /사진제공=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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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광은 2011년 초 단편영화 '욕'을 연출했다. 이어 2017년 단편 영화 '슬프지 않아서 슬픈', 2020년 '돈릭스2'에서 진행한 영화 프로젝트 '끈'을 연출했다. 그에게 있어 '웅남이'는 첫 상업영화다. '웅남이'는 반달곰이라는 특별한 비밀을 가진 사나이가 특유의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항하여 공조 수사를 벌어지는 코믹 액션 영화다.

박성광은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 연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연기 학원도 다녔다. 연극 영화과 시험을 봤는데 연기로는 다 떨어졌다. 나는 안 되나 보다 싶어서 재수를 해볼까 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영화나 연극을 좋아한다면 남을 빛나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들어갔더니 끼는 못 숨기더라. 그 안에서도 튀고 재밌게 하다 보니 개그 동아리를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성광 감독 /사진제공=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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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결국 무대 위에 올라갔다. 꿈꿨던 연기를 하니 재밌더라. 개그가 재밌어서 개그맨이 됐다. 학교생활을 1학기 때 열심히 했다가 거의 동아리 활동만 했다. 학점도 겨우 졸업할 정도로만 땄다. 개그 활동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작더라도 내 영화를 한 편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초 단편영화이긴 하지만, 박성광은 권유로 2011년 '욕'을 연출했다. 그는 "초 단편영화제가 있는데 도전하는데 어렵지 않다고 하더라. 거기에 꽂혀서 바로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렇게 첫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 난 부족한데 상영하는 곳에 영화가 걸렸고, 사람들이 보면서 웃더라. 내가 연기한 걸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연출한 걸 보고 웃더라. 그 모습을 보고 공부 열심히 해서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성광 감독 /사진제공=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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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단편 영화를 거쳐 독립 영화, 단편 영화 등을 연출한 박성광은 상업 영화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박성광은 "작품 하나를 만들어서 제작사를 다 돌아다녔다. 그런데 투자자가 '개그맨이었어? 안 할게'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OK한 곳도 한 곳이 있었다. 한 제작사가 개그맨 출신이 제작사를 돌아다닌다는 걸 듣고 시나리오를 듣고 찾아왔다. 같이 만들어서 한 달간 수정하고 시나리오를 주고받았는데 연락이 안 되더라"고 털어놓았다.

박성광은 "그러던 어느 날 영화제에서 만났다. 아무렇지 않게 자기 딸과 '사진 좀 찍어줘요'라고 하더라. 당황하기도 했었다. 한참 힘들었다. 내가 주제넘게 욕심을 부렸구나 내려놓는 순간 제작사에서 연락이 왔다. '웅남이'라는 대본이 있는데 보러 오실 수 있냐고 하더라. 갔더니 대본이 괜찮더라. '저한테 제안을 주신다면 액션 코미디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제게 각색을 맡겨주셨고, 저는 박성웅 선배님을 생각하면서 코미디 액션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박성광 감독 /사진제공=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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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광에 앞서 이경규, 심형래, 안상태, 김영희도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에 도전했다. 박성광은 그 중 이경규, 심형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개그맨들의 대화법이긴 한데, 처음에 '에이 내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뺏겼네'라고 말씀하신다. 마지막이 격려다. 이경규 선배님도 '하지 마, 내가 먼저 할 거야'라고 하셨다. 또 배급사가 CJ CGV니까 '아우 배 아파'라고 하시더니 결국엔 '개그맨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많이 응원해주셨다"고 말했다.

또한 "어떻게 보면 선배님들이 계셔서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좋은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할 기회가 있다면 '선배님들이 닦은 길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선배님들이 시작하셨기에 제가 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헤아릴 수 없지만 느끼고 있다"면서 "여러 가지로 선배님들에게 항상 감사하다. 이경규 선배님이 실패한 것도 영향을 받았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 자기 돈 들여서 하면 안 된다는 것, 투자받는 게 목표라는 걸 전해 들었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박성광 감독 /사진제공=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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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광은 "두 가지의 편견과 싸워야 한다. '개그맨이 만들었으니 재밌겠지?'와 '개그맨이니까 우리말로 쌈마이로 만들었겠지'라는 것이다. 이 편견과 계속 부딪히고 있다. 항상 붙는 수식어가 개그맨이지 않나. 그래서 '웅남이'에 웃음을 많이 덜어냈다. 흐름에 집중하려고 했다. 웃기려고 하다 보니 흐름이 끊기더라. 웃긴 장면이 많았는데 아쉽다. 촬영된 분량 중 가장 먼저 코미디를 뺐다. 코미디 부분이 없어도 이해가 가능하다. 코미디를 덜어내다 보니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첫 상엽 영화 연출이기에 아쉬운 점도 많다. 박성광은 "초보 감독이다 보니까 저의 연출력이 부족했다는 게 느껴진다. 미장센이나 감정적인 부분을 무빙이든 컷이든 머릿속에 잘 그리고 현장에 갔어야 했는데 감정 전달하는 게 부족했다. 의상도 그렇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눈에 밟히는 게 많다고 느껴졌다. 항상 아쉬움의 연속이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잘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이 나에게 능력을 주신다면 편집될 거 아니까 2시간 50분 동안 안 만들고 나갈 수 있는 것만 찍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성광 감독 /사진제공=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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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해지고 작아진다는 박성광은 "누아르 장르라고 해서 코미디가 없는 신은 없다. 코미디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교수님께 웃음과 코믹과 신파는 필수 요소라고 배웠다. 요즘엔 트렌드가 바뀌었다. 신파는 아니어도 웃음은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즐거움을 얻으려고 하는 매체, 콘텐츠이기 때문에 코미디는 있어야 한다. 즐겁기 위해 돈을 주고 웃음을 구매하는 거라 코미디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플랫폼이 바뀔 뿐 평생 사라지지 않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삶의 건조 하지 않을까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성광은 "저의 목표는 '웅남이' 개봉까지였다. 개봉 이후의 목표는 아직이다. 예전에는 목표를 길게 잡았는데 40대가 넘어가서는 멀리 보지 말고 조금씩 하나씩 스텝 바이 스텝을 할 생각이다. 관대하게 보자면 많은 사람에게 '그래도 개그맨 감독으로서 괜찮은 감독'이었다는 평가받고 싶다. 인생 영화가 뭐냐고 물어봤을 때 몇 분한테는 제 영화가 인생 영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생 영화를 한 번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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