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사진 =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최지예의 시네마톡≫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예의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의 향배가 주목된다.

오는 12일 오후 5시(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제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하면서, 아쉽게도 이번 아카데미는 우리 영화, 배우와 연이 닿지 않았다. 2020년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총 4관왕의 기염을 토했고, 배우 윤여정이 2021년 아시아 최초 여우 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다양한 작품들이 노미네이트 됐다.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등 총 23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주목할 것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총 11개 부문에 걸쳐 최다 노미네이트 됐다.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파벨만스'를 비롯해 넷플릭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흥행 기록을 세운 '아바타: 물의 길'과 '탑건: 매버릭' 등 쟁쟁한 영화들이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 후보 총 10작: 흥행-작품성 고루 갖춘 영화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감독 에드워드 버거), '이니셰린의 밴시'(감독 마틴 맥도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감독 다니엘 콴), 'TAR 타르'(감독 토드 필드), '슬픔의 삼각형'(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 '엘비스'(감독 바즈 루어만), '파벨만스'(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탑건: 매버릭'(감독 조셉 코신스키), '우먼 토킹'(감독 사라 폴리)

작품상은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의 상으로 꼽힌다. 영화 감독이 아닌 영화 제작자에 수여되는 상이다. 거대 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는 수상에서 외면받는다는 인식도 있지만, 앞서 2004년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으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휩쓸었던 바 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작품에 상이 돌아가는 편이다.

흥행 면에서는 '아바타: 물의 길'과 '탑건: 매버릭'을 빼놓을 수 다. '아바타: 물의 길'은 손익분기점의 어마어마한 압박을 깨고 3조6688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현재 월드 박스오피스 2위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시리즈로 전세계 1위, 2위를 나란히 꿰찼다. '탑건: 매버릭'은 극장상영을 고집했던 톰 크루즈의 강단이 통하며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2조 정도의 매출을 올리며 수익 성적도 훌륭하다.

작품성 면에서는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나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카데미가 현재 세계 사회적 이슈에도 예민하게 주목한다는 점에서 전쟁 영화인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역시 전쟁을 다룬 '이니셰린의 밴시'가 받을 가능성도 있다.

팬데믹과 세대 갈등, 여성 문제 등을 다룬 'TAR 타르'는 아카데미의 유의미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만든 '파벨만스'가 받는다고 해도 이견이 없을 분위기다.
▲감독상 후보 총 5명: 가장 뛰어난 감독은?스티븐 스필버그('파멜만스'), 루벤 외스틀룬드('슬픔의 삼각형'),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토드 필드('TAR 타르'), 마틴 맥도나 ('이니셰린의 밴시')

가장 뛰어난 감독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영화가 감독에서 시작되는 장르인 만큼 아카데미에서 가장 주요한 부문으로 꼽힌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각각 다른 작품에 준 경우 감독상을 작품상에 이은 2등처럼 여기는 시선도 있었으나, 앞서 67편의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받은 것을 고려할 때 작품상은 작품에, 감독상은 감독에 각각 주어지는 독립적인 부문으로 인식하는 것이 옳다.

'슬픔의 삼각형'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외 감독상에 후보에 오른 모든 감독이 작품상에도 이름을 올렸다. 모든 작품이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후보 감독들 모두 쟁쟁하다.

다만, 여러 부문에서 수작이라고 불리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 듀오의 수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B급인 척 하는 S급 영화를 만든다'는 평을 받는 이들 감독 듀오는 고유 색채를 작품에 녹여내 상업적으로도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예측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감독조합상에서도 감독상을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남우 주연상 후보 총 5명: 오스틴 버틀러? 콜린 파렐? 브렌든 프레이저냐
/사진 =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위)와 '이니셰린의 밴시' 콜린 파렐
/사진 =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위)와 '이니셰린의 밴시' 콜린 파렐
오스틴 버틀러('엘비스'), 브렌든 프레이저('더 웨일'), 빌 나이('리빙'), 콜린 파렐('이니셰린의 밴시), 폴메스칼('애프터썬')

수상 자체의 중요도는 작품상이나 감독상에 비해 떨어지나 일반 대중의 관심도는 가장 높은 부문이다. 작품의 남/녀 주연 롤 중 좋은 연기를 펼친 배우에게 수여된다.

가장 유력한 구도는 오스틴 버틀러와 콜린 파렐이다. 오스틴 버틀러는 엘비스 프레슬리로 분해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이다. 콜린 파렐은 '이니셰린의 밴시'로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에 이어 올해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미국 가장 권위있는 아카데미의 선택까지 받게 되면 그의 배우 인생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기에 성공한 브렌든 프레이저 역시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강인하고 잘생긴 미남 역할로 사랑 받았던 프레이저는 성추행 피해 등 구설수에 오르며 침체기를 겪었으나, 남성 제자와 사랑에 빠져 가족까지 져버리는 272kg 초고도비만 찰리 역에 도전하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그가 트로피를 들어올린다면 큰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여우 주연상 후보 총 5명: 양자경, 亞최초 여우주연상 후보…수상까지 이어질까
/사진 = 'TAR 타르' 케이트 블란쳇(위)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양자경
/사진 = 'TAR 타르' 케이트 블란쳇(위)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양자경
안드레아 라이즈보로('투 레슬리'), 양자경('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안나 데 아르 마스('블론드'), 미셸 윌리엄스('파벨만스'), 케이트 블란쳇('TAR 타르')

여우주연상은 'TAR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자경의 대결 구도로 보고 있다. 케이트 블란쳇은 영화 속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에 완벽하게 이입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양자경은 아시아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액션 스타로서 굵직한 커리어를 가진 그가 수상의 영광까지 누릴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양자경은 최근 자신의 SNS에 백인들 위주로 수상되는 '화이트 오스카'에 대한 비평 기사를 게재해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기사에는 경쟁 후보인 케이트 블란쳇에 대한 언급이 담겨 있어, 후보자/작 관련자들의 경쟁자/작을 언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아카데미 11번 규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