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메이트' 민용근 감독 인터뷰
민용근 감독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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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는 정말 사랑하는 영화라고 이야기했는데, 정말 그럴 수밖에 없어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아내와 만났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또 개봉하는 시점에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에요. 영화 속에 희로애락이 있잖아요. 그것처럼 저한테도 희로애락이 있었어요. 그만큼 각별한 영화로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민용근 감독이 2011년 개봉한 '혜화, 동' 이후 오랜만에 장편 영화 '소울메이트'로 돌아왔다.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소울메이트'는 민용근 감독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민용근 감독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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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 역)와 하은(전소니 역) 그리고 진우(변우석 역)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다.

개봉을 앞둔 민용근 감독은 "묘한 감정이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기쁘다. 설레는 느낌이 있다. 스코어를 떼놓고 생각하면 떨린다기보다는 기대가 되고 설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영화 '혜화, 동'으로 인상적인 데뷔를 한 민용근 감독이 '어떤 시선-얼음강' 이후 12년 만에 '소울메이트'로 돌아온다. 우정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생까지 조명하며 그림이라는 소재를 가져오며 감성을 더욱 극적으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원작과 차별성을 두어 흥미를 자극할 예정이다.
민용근 감독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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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는 중국 소설 '칠월과 안생'을 영화화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가 원작이다. 민용근 감독은 "이야기의 틀을 가져왔다. 전체 이야기를 가져왔기 때문에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스토리는 영화의 일부다. 나머지가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같지만, 다른 장르의 영화 같다는 리뷰를 봤다. 극사실주의를 중요한 모티브를 가지고 온 게 차이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영화 뒷부분에서 미소, 하은 두 사람의 중심으로 가긴 하지만, 원작보다는 삼각관계 비중을 낮췄다. 두 여성이 중심이 되는 부분 그리고 조금 더 정서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의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원작의 감정은 화면에서 감각적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는 정서 감에 비중을 많이 뒀다. 리메이크라고 하면 다른 외피를 주고 싶어 한다. 저는 그것도 하나의 강박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유롭게 우리의 방식으로 표현해보자고 했던 게 리메이크의 방향이었다"고 덧붙였다.

민용근 감독은 처음에 '소울메이트' 연출 제안을 고사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원작 자체가 여성 서사에 있어서 중요한 작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의 성별이 남성이니까 자칫 남성화된 시각으로 원작을 그르치면 어떡하냐는 걱정, 우려가 컸다. 영화를 하기로 결정한 건 성별을 뛰어넘어 '긴 시간을 돌고 돌아서 그 사람이었구나'라는 그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민용근 감독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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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다음 과제는 미소, 하은이의 섬세한 우정 레이어를 어떻게 표현할 것 인가였다. 그래서 취재를 많이 했었다. 미소와 하은이는 1988년생 친구다. 주변 후배 중에 1988년생이자 지방 도시에서 자라났던 친구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건너에 어릴 때부터 20대 후반 시기까지 친구로 지낸 분이 있었는데,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민용근 감독은 "보편적인 에피소드 중의 하나가 친한데 이성 친구가 생겼을 때 느껴지는 은근한 소외감, 질투다. 물론 질투라고 하긴 어렵다. 그 느낌에 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경험해보지 못한 외부의 시선으로 봤을 때 감정을 언어를 규정하려고 한다. 질투는 아닌 미묘한 감정"이라면서 "저부터 미소와 하은의 관계를 그릴 때 섣불리 언어로 규정짓지 말아야겠다 싶더라. 듣고 느껴지는 감정들의 미묘한 선을 언어로 규정하지 말고, 미묘한 그 감정 그대로 영화로 옮겼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용근 감독은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으로 캐스팅을 완성했다. 먼저 김다미에 대해서는 "'마녀'도 그랬고, '이태원 클라쓰' 속 외적인 모습이 강한 느낌이었다. 그 반대편에 있는 모습을 발견해보고 싶었다. 김다미 배우가 미소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어 했다. 김다미 배우가 미소가 가진 자유로움과 결핍의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민용근 감독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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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니에 대해서는 "'악질경찰'에서의 전소니 배우 눈빛에 이야기가 있는 모습이더라. 딱히 '소울메이트'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았지만, 전소니 배우라는 사람과 영화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하은이라는 캐릭터에 대입했을 때 잘 어울릴 수 있겠다 싶더라. (전소니 배우가 가진) 눈빛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변우석에 대해서는 "처음 인상은 '키가 크다'였다. 고전 미남 같은 느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느낌이었다. 우리 시나리오와 영화 속에도 하은이가 마음이 끌리는 남자가 생겼는데, 그 남자의 어떤 부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첫 마디가 '그려보고 싶다'고 한다. 그럴만한 외적인 아우라가 필요했던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변우석 배우가 그리스 조각상까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전적인 미남이랄까. 눈빛도 그렇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거 같고,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런 부분이 제일 끌렸다"고 말했다.

민용근 감독은 '소울메이트'를 통해 절친이 된 김다미, 전소니에 대해 "눈빛에 이야기가 있는 두 사람이 절친이 된 것만으로도 영화와 상관없이 좋다. 영화는 거짓말을 못 한다고 생각한다. 관계가 다 드러날 수밖에 없다. 둘의 관계라는 게 친한 척하는 것인지, 둘이 깊은 것을 나누고 있는 사이라는 것인지 등 감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나왔는지 판단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고 했다.
민용근 감독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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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김다미 배우와 전소니 배우는 둘이 성격도 다르고 연기 스타일도 다르다. 다른 가운데서도 서로가 온전히 소통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 뭉클한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만든 보람이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다미는 "우정도 사랑이라고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다미의 의견에 민용근 감독도 동의했다. 그는 "저도 같은 생각이다. 우정도 사랑의 형태다. 우정의 깊이가 문제이지 형태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랑이라고 하는 게 흔히 말하는 연애 감정의 사랑이라고 하는 측면보다는 조금 더 확장된 의미"라고 말했다.

민용근 감독은 2021년 '혜화, 동'으로 인연을 맺은 유다인과 결혼했다. 유다인은 지난해 임신 소식을 알려 축하받았다. 현재 출산이 임박한 상황이다. 민용근 감독은 "'소울메이트' 시나리오를 쓰면서 아내와 만났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개봉하는 시점에서 아기가 태어날 예정이다. 오랫동안 작품을 준비하면서 창작하는 재미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소울메이트'를 통해 전과 다르게 영화를 하는 재미를 다시 만났다. 가족도 새롭게 만나고, 떠나보내기도 했다. 영화 속에 삶의 희로애락이 있듯 저에게도 있었다"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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