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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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예의 시네마톡≫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


'썩어도 준치'라는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게 이마저도 과분하지 않을까 싶다. '마블 페이즈5'의 첫 작품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감독 페이튼 리드, 이하 '앤트맨3')는 MCU 팬들이 걸었던 일말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꿨다.

주연 배우 폴 러드와 조나단 메이저스, 그리고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입을 모아 새 빌런 '캉'의 등장을 강조했건만, '앤트맨3'의 캉(조나단 메이저스)은 이제껏 본 MCU 빌런 중 가장 형편 없었다. 많은 관객들을 열광케 했던 타노스를 에피타이저로 표현하며 입맛을 잔뜩 돋워놨지만, '메인 요리' 캉의 맛은 씁쓸하기만 했다.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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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은 '정복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아무것도 정복하지 못했다. 캉이 보여준 능력은 스캇(폴 러드)과 캐시(캐서린 뉴튼)의 몸을 조종하고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것. 이마저도 단편적으로 짧게 나열하는데 그쳐 기억조차 희미하다. 관객이 보지 못한 사이 제국을 일궈놓고 군림하고 있던 캉은 어벤져스 중에서도 전투력 하위인 앤트맨(폴 러드)과 육탄전에서도 밀린다. 행크(마이클 더글라스)가 몰고온 개미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지막 타임체어 동력원에 빨려들어가 소멸되는 캉의 모습은 헛웃음마저 나온다. 마치 램프의 요정 지니를 본 느낌이랄까.

더 안타까운 것은 향후 MCU의 주요 빌런이 될 캉이 변종 설정이라는 사실이다. 또 다른 MCU에도 다른 외형과 설정의 빌런이 캉이란 이름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것. 이미 '앤트맨3'의 캉을 아는 관객들 앞에 새로운 캉이 등장했을 때 몰입이 저해될 것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는 추후 MCU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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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력하고 무매력인 빌런 캉 외에도 문제점은 많다. '앤트맨3'은 스캇과 캐시, 호프(에반젤린 릴리), 재닛(셸 파이퍼), 행크(마이클 더글라스) 등 총 5인의 패밀리가 등장하는데, 이들의 서사나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그려졌다. 양자 세계는 아름다웠고, 원주민들의 캐릭터는 독특했지만, 이들의 이야기 역시 1차원적으로 설명됐다. 입체감 없이 얕은 스토리 볼륨이 아쉬움만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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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미한 메시지를 담아낼 것으로 기대됐던 대사들 역시 충실한 의미를 머금지 못했다. 캉은 스캇에게 동력원을 가져올 것을 요구하며 "나는 네가 원하는 한 가지를 줄 수 있는 사람. 시간"이라고 말한다. 캉이 시간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만큼 캐시와 함께한 시간을 잃어버린 스캇의 이후 전개와 연관이 있을 거라 기대됐지만, 무의미한 휘발성 대사였다. 또, "내가 이길 필요 없어. 우리 둘 다 지면 돼"라는 앤트맨의 비장한 대사 역시 스토리와 관계 없이 흘러가며 무색해졌다.

2023년 MCU 첫 포문을 연 '앤트맨3'은 여러 모로 아쉬움만을 남긴 작품이 됐다. '우리 둘 다 지면 돼'라는 앤트맨의 대사처럼, 앤트맨과 캉 둘 다 져버린 '앤트맨3'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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