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김시은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두나, 김시은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배두나와 김시은이 답답하고 적나라한 실제 이야기를 영화 '다음 소희'를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이야기를 이제야 하게 된 건 늦었지만, 이제야 이야기를 알게 됐기 때문.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시사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배두나, 김시은, 정주리 감독이 참석했다.

오는 2월 8일 개봉하는 '다음 소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김시은 역)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 역)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작품.
배두나, 정주리 감독, 김시은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두나, 정주리 감독, 김시은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날 정주리 감독은 "1년 전에 겨울 이맘때 열심히 촬영했다. 이렇게 1년이 지나서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우리나라 관객과 만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정주리 감독은 장편영화 데뷔작 '도희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을 비롯해 토론토국제영화제, 시카고국제영화제, 런던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또한 백상예술대상과 부일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다음 소희'는 '도희야'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2연속 칸영화제에 입성했다.

정주리 감독은 "'다음 소희'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다. 가급적 사실적인 것만으로 채우려고 노력했다. 관객은 보실 때 실제 이런 일이 있었고, 실제 일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주리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정주리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어 "지금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 늦었지만, 이제 알았기 때문이다. 그 일을 알고 그전에 있었던 일, 그 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어쩌면 저도 그 일들을 반복하게 하는 이 사회에 전체의 일원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고 털어놨다.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먼저 정주리 감독은 소희의 자취를 되짚는 오유진 역할에 배두나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정주리 감독은 "너무나 어려운 역할이고, 너무나 어려운 연기다.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제 생각에 제 상상을 벗어나는 정도의 섬세함이 필요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그 사람이었고 제대로 반드시 연기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아주 처음부터 배두나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주리 감독은 "2014년 첫 영화 만들고 개봉하고 나서 일이 다 끝나고 사실상 연락을 안 하고 지냈다. 배두나 배우에게 이 시나리오 보냈을 때 깜짝 놀랐을 거다. 그다음에 만나서 나눈 이야기가 이민 간 줄 알았다고 하더라"며 "간신히 시나리오를 써서 보냈다. 보낼 때 저는 이 사람은 분명히 내가 쓴 대로 이야기를 봐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알아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배두나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두나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님과 '도희야' 작업을 했었다. 7년이 지난 후에 저에게 두 번째 작품을 보내셨다. 그게 '다음 소희'였다. 감독님께서 또 좋은 이야기를 쓰셨구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구나 했다"며 "소재와 주제 의식 모든 것에 다시 한번 반했다. 감독님 옆에서 감독님이 무슨 역을 어떻게든 시키면 서포트하고 옆에 있어야겠다 싶어서 하게 됐다"며 웃었다.

배두나는 "'다음 소희' 시나리오는 누구한테 보냈어도 제대로 읽었을 거다. 저는 시나리오가 좋았다. 어떤 역으로든 했을 텐데 저한테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시나리오"라면서 "두문불출하시다가 거의 저는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생각한 찰나에 이런 시나리오를 들고 오시니 더 깊은 동지 의식, 끈끈한 감정이 생겼다. 여러 시간을 사색하고 명상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다가 나를 찾아주는 거에 대해 믿음 신뢰가 돈독해졌다. 팬이 됐다"고 말했다.

첫 장편 영화를 통해 칸영화제에 진출한 김시은은 "'다음 소희'를 읽었을 때 제가 촬영하면서 이렇게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적인 정서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해외 나가보니까 이게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다른 나라에도 수많은 소희가 있다고 깨달았다. 좋은 시나리오를 써주시고 세상에 나오게 함께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시은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시은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그뿐만 아니라 김시은은 "시나리오를 읽고 이렇게 좋은 작품을 내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가 워낙 좋다 보니까 감히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한테 빠르게 답변을 드리고 오디션을 봤다. 처음 만났을 때 대화 몇 번 나누다가 제가 소희가 됐다. 약간 실감이 안 났다"며 "제가 그때 감독님 앞에서 대사하지 않았다. 평범하게 대화한 게 다였다. 정주리 감독과 하는데 배두나 선배님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을 '처음으로 하게 된다니'라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배두나는 '다음 소희'를 위해 한 달간 춤을 배웠다고. 그는 "제 등장 신에 놀랄 수도. 깔깔 웃을 수도 있다. 유진도 춤을 좋아한다. 나이도 먹고 뒤늦게 춤을 배우는 인물"이라며 "이 연기를 위해 춤을 배웠다. 스웨그 뽐내면서 힙합 춤을 췄다"면서 "춤을 한 달 배웠다. 감독님이 이렇게 진지하고 춤에 빠져 사는 인물을 강력하게 원했다. 양궁도 배우고, 탁구도 배우고 춤도 배우는 거니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정주리 감독은 '다음 소희' 제목에 대해 "영화 속에서는 소희가 그전에 돌아가신 팀장님 다음 친구다. 소희가 가고 나서 소희 다음에 올 친구들을 걱정하는 유진의 마음도 있다. 그리고 영화 형식적인 면에서는 주인공 소희라는 아이 다음에 유진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도 있다. 소희만의 이야기 하나의 사건만이 아닌 그 이전, 다음 어쩌면 그다음이 영원히 반복돼야 하는 건지 묻는 저의 마음도 있었다"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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