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유령' 포스터
/사진 = '유령' 포스터
이해영 감독의 스파이 액션 영화 '유령'이 개봉한 후, 극중 유령이 속한 항일조직인 '흑색단'의 실체에 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령'의 시작은 상해육삼정에서 있었던 차기 조선총독을 노린 암살 시도를 알리는 긴급 뉴스 속보. 항일 테러단체인 '흑색단'이 곳곳에 심어 놓은 첩자인 '유령'의 실체 또한 뉴스를 통해 소개되며 본격적인 스토리의 시작을 알렸다.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탄생한 '유령'이지만 뉴스에서 언급된 '상해 육삼정 사건'과 항일조직은 실존했던 '흑색공포단'에서 따온 것으로 영화 '유령'에 실감나는 모티브를 제공했다.

'흑색단'이 이름을 빌려온 '흑색공포단'은 신민회의 창립 멤버이자 신흥무관학교를 창립하기도 했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인 이회영 선생의 영향 하에 창립된 남화한인청년연맹에 그 뿌리를 두고있다. 1931년 이 단체는 중국인과 일본인 아나키스트들과 연대하여 '항일구국연맹'이라는 연합체를 결성하였다. '흑색공포단'은 이 항일구국연맹 내의 행동부로, 일본 관련 시설의 파괴와 암살이 이들의 임무였다.

'유령'에서 차기 조선 총독이 경성에 부임하기 전 상해에서 먼저 암살의 타겟이 되는 이유도 '흑색공포단'이 국제적인 활동을 하던 단체란 점을 반영한 설정이다. '흑색공포단'의 활약상 중 역사에 가장 뚜렷하게 남은 것은 1933년의 '상해 육삼정 의거'로 1933년 경성에서 벌어지는 '유령'의 작전에 모티브를 제공했다.

상하이 내 프랑스 조계의 요리점 '육삼정' 에서 연회 중인 주중 일본공사, 일본군 간부들을 일거에 폭살할 것을 기도한 의거로 비록 실패했으나 항일 운동사에 그 대담함과 스케일로 한 획을 그었다. 영화 '유령'에서 흑색단의 대원인 '유령'이 조선총독 내 요인들이 한데 모인 연회장에서 총독과 정무총감 등을 동시에 저격하는 것도 '상해 육삼정 사건' 맥락과 닿아 있다.

첩보 장르의 서스펜스와 호쾌한 액션을 겸비한 '유령'의 뿌리에, 실제 역사 속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나아갔던 실제 항일단체인 '흑색공포단'과, 다양한 독립운동의 길 중에서 직접 행동을 택한 용감한 단원들의 존재가 있었던 셈. 시대를 앞서 나아갔던 이들의 존재는 '유령'의 다채로운 인물과 스토리를 탄생시킨 용감한 상상력에 실감을 제공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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