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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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예의 별몇개≫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개봉 전 먼저 본 영화의 별점을 매기고, 한줄평을 남깁니다. 영화표 예매 전 꼭 확인하세요.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영웅' 별 몇 개? ★★★★☆
'영웅' 한줄평 = '영웅' 안중근, 그는 한 어미의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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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안중근과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에 대한 이야기"

어머니에겐 아들이 있다. 그는 대한독립군의 참모 중장 안중근. 아들은 나라의 독립과 자주를 위해 목숨을 내놨다.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겠다는 사명 앞에 아들이자,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인 한 청년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했다.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은 동명의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이니 만큼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정선이 대부분 '뮤지컬 넘버'에 담겼다.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한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영웅'의 주무기는 윤제균 감독이 고집해서 탄생시킨 라이브 '넘버'에 있었다.

넘버들 속 배우들의 노래가 살아 움직인다. 현장에서 연기하고 부스에서 가창했다면 작업 과정이 손쉬운 건 물론이고, 연기-음악적 스킬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윤제균 감독은 어렵고 좁은 길을 택했다. 선택의 가치는 충분했다. 스크린 속 배우들의 노래는 현장감이 녹아있고 무엇보다 버무려진 감정선이 생생해 울림이 있다.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미세한 오차들은 때로 완벽함 이상의 감동을 준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신들이 여럿이었다. 현장감 넘치는 넘버를 듣자니, 실제 뮤지컬을 보고 있나 싶은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음향과 사운드 역시 각별하게 신경 쓴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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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압권은 정성화다. '안중근=정성화'라는 공식을 재차 입증했다. 영화 속 정성화는 안중근 그 자체였고, 넘치지 않아 좋았다. 과잉 없는 담백함이 '인간 안중근'을 조명하는 영화의 의도와 맞아 떨어진다. 죽음을 앞둔 인간의 두려움과 사명을 붙잡은 장부의 기개를 머금은 채 정성화가 노래한 '장부가'는 이 영화의 여운을 연장시킨다.

정성화는 '안중근의 진정성은 정성화가 제일 잘 한다'는 윤제균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연기를 펼쳤다. 뮤지컬 배테랑인 정성화는 대사와 가사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영화의 중심을 굳건하게 잡는다. 지난 17년간 무대에서 안중근으로 살아온 정성화는 스크린 속 안중근으로 정점을 찍었다.

히든카드는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 역의 나문희다. 윤제균 감독이 '영웅'을 가리켜 '어머니의 이야기'라고 한 이유는 나문희가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부르는 단 한 신에서 확실하게 설명된다. 목 끝까지 눈물이 차올라 소리가 흔들리고 애통함을 삼켜내는 탓에 노래가 끊기는 느낌도 들지만, '영웅'의 백미는 단연 이 넘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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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정-박자가 하나도 중요치 않다. 음향이고 사운드고 신경 쓰이지 않는다. 단 하나, 애끓는 어머니의 마음만 남는다. 아들에게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를 위해 그냥 죽어라'는 편지를 쓰고, 그 손으로 직접 아들의 수의를 짓는 나문희의 존재감은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대변하고 있다.

오늘날 이 시대가 원하는 영웅은 영화 속 안중근의 모습이 아닐까. 사명을 이루고, 대의를 위해 항소 한 번 하지 않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안중근. 그의 시신은 아직도 찾지 못해 조국에 돌아오지 못했으나, 대한민국 성장의 밑거름은 그의 희생이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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