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그런 마음은 있어요. '제빵왕 김탁구', '지붕 뚫고 하이킥'은 저를 교만하거나 멈추지 않는 원동력이에요. 물론 저를 신뢰할 수 있는 게 제 노력 때문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예쁜 탁구가 연기하는 거라는 생각을 점점 하게 돼요. 기쁨을 드릴 수 있는 배우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의미 있을까 싶어요."
배우 윤시윤의 뜨거운 열정은 여전했다. 윤시윤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김탁구' 혹은 '하이킥'이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이름을 잃어버린 배우 중 하나이기도 한 윤시윤. 이름을 잃어버리게 한 작품일지라도 그에게는 교만하거나 멈추지 않는 원동력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윤시윤은 "배우로서 이렇게 기쁠 수가 있나 싶다. '현재는 아름다워', '탄생', '술꾼도시여자들2'까지 올해 다 찍었는데, 사람을 많이 못 돌아봤다. 제 위주로 산 것 같다. '탄생' VIP 시사회 때 지인들에게 처음 연락했다. 오랜만에 연락해서 그런지 지인 중에 아파서 수술했다는데, 저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저의 꿈을 위해 응원해준 그 사람들에게 내년에는 찾아가서 인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시윤은 "늘 떨린다. 비용을 지불하고 극장에 와서 큰 화면으로 저를, 어떻게 보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다 보고 있지 않나. 또 애정이 없으면 영화관에 앉아 있지를 않다. 그만큼 냉철하게 평가를 받는 게 영화라 겁난다. 지금은 제가 오디션을 따로 보지 않는 배우가 됐지만, 오디션을 보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극 중 윤시윤은 김대건 역을 맡았다. 김대건은 조선 최초의 신부로 프랑스 신부들이 조선 땅에 올 수 있도록 밀입국로를 개척하고, 아편 전쟁에 통역관으로 참여도 하며 당시 조선 말기의 다양한 모습을 겪어낸 인물.

윤시윤이 생각한 김대건 신부는 '새로운 개척자'였다. 그는 "우리 영화의 모토이기도 하다. 새 시대를 열었던 개척자 같다. 뿌리에서부터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 천주교에서의 뿌리라고 생각했다. 종교인이 아니라 저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것, 진보한 게 아니라 파격적이고 때로는 고정 관념들을 없애야 하는 일들에 있어서 새로운 개척자이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윤시윤은 '탄생'을 위해 외국어 공부도 했다고. 그는 "저는 음절을 색깔로 나누었다. 단어의 뜻을 모르니까 어떤 건 보라색, 분홍색 이런 식으로 빨주노초파남보로 해놓으면 머릿속에서 단어의 색깔이 떠오른다. 시각 정보를 가지고 대사를 했다. 프랑스어에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혀를 깨무는 발음이 많다. 아침마다 깨물면서 연습하니까 밥을 먹을 때 아팠다. 어느 순간 헐었다. 식사를 못 할 정도였다"고 했다.

"연기 잘하고 싶다"는 윤시윤. 그는 "아직도 한국 영화를 편하게 본 적이 없다. 너무 잘하지 않나. 저한테는 미션이다. 즐길 수 없다. 잘하고 싶으니까 쉬면 안 된다. 근 손실이라고 하지 않나. 보통 몸이 줄어들까 봐 늘 그런 거 같다. 이제야 대사 좀 하고 있는데 괜히 좀 쉬면 안 되지 않나"며 웃었다.

윤시윤은 "그분들이 기억하는 건 '현재는 아름다워'의 현재, '제빵왕 김탁구'의 김탁구이지 않나. 김대건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저를 신뢰할 수 있게 해준 건 제 노력이 아니라 예쁜 탁구가 연기하는 것이라고 점점 생각한다. 이번에도 느끼는 건 저분들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는 배우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의미 있을까 싶다"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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