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거에 비해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야 할 것들이 많고요. 아직도 모르는 게 더 많아요. 개인적으로 연도 수를 따지고 싶지 않아요. 아직은 10년이나 했다는 것에 대해 외면하고 싶어요. 하하."
지난달 3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속에서 배우 임시완이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 중이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 사이에서도 눈에 띈다. 하지만 연기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는 연차를 외면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임시완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대단한 선배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로서는 누구든지 상상해볼 법한 그런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엄청난 기회를 제가 갖게 돼서 늘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꿈 같기도 했다 실제로 모든 선배님과 연기 합을 맞춰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임시완은 극 중 진석으로 분했다. 진석은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공항에 온 승객. 그는 "이병헌 선배님과 처음 맞춰봤는데 연기를 하다가 '대단한 분들과 호흡을 맞춰 볼 수 있을까?'라는 생경함도 들었다. 그날 유독 기억이 난다. 이병헌 선배님과 처음 호흡을 맞춘 날도 기억난다. 저한테 있어서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웃었다.

'비상선언'에서 빌런으로 등장한 임시완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한재림 감독은 '미생'에 한동안 빠져 재밌게 봤다며 "사이코패스, 범죄자지만 아무렇지 않아 보이고 착해 보이는 사람이 하면 어떨까 싶어서 임시완을 떠올렸다. 임시완이 재난의 상징"이라고 말하기도.

'빌런'인 임시완의 존재감은 짧은 등장에도 강렬하다. '비상선언'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그의 눈빛이 돋보이는 것. 임시완의 눈빛은 일명 '돌아있는 눈'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임시완은 "표정 연기는 따로 무언가 준비해야겠다고 준비를 한 건 아니다. 표정은 감정이 수반되어서 표출이 된 것 같다. 진석 본인 딴에는 숭고한 실험 정신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시완은 "아무래도 리허설이라는 단어가 주는 긴장감 해소가 있다. 슛이라면 제대로 해야 할 거 같은 압박감이 배우로서 있기 마련이다. 저는 그런 압박감이 좀 있다. 그런데 리허설 때는 잘하지 못해도 되니까 마음은 편하다. 다음이라는 기회가 있지 않나"라며 "비교적 편하게 했었던 거 같다. 스스로 긴장감을 느끼지 않으니까 그 모습을 보고 감독님이 되게 좋아해 주셨다. 시사회 때 제게 '리허설을 쓴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석이로 일탈은 하지 할 수 없었지만, 연기적으로는 해방됐다. '악역은 배우로서 축복'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선역은 지켜야 할 범주가 정해져 있다. 어느 정도의 차이다. 악역은 반드시 어떻게 해야 한다는 프레임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이 든다. 연기하면서 해방감을 많이 느끼면서 찍었다"고 했다.

2010년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한 임시완. 2년 뒤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연기를 시작했다. 올해로 연기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그는 "10년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부담인 것 같다. 한 것에 비해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해야 할 것도 많고, 아직도 모르는 게 더 많다. '연기는 도대체 무엇일까?'라고 스스로 답을 내리지도 못한 상태"라며 "개인적으로 연도 수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아직은 외면하고 싶다. 10년이나 했다는 것에 대해 외면하고 싶다"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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