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인서트》
사회고발극 '공기살인'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다룬 '공기살인', 90번 이상 수정된 각본
'니 부모,' 가해자 입장에서 학폭 그려 문제의 심각성 부각
주제의식 내세운 것만으로 '사회고발' 소임 다했다 보긴 어려워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 사진제공=마인드마크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 사진제공=마인드마크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 사진제공=마인드마크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 사진제공=마인드마크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사명감을 가진 이들이 고발극을 통해 갖가지 사회 문제들을 되짚는 이유다. 학교 폭력, 인재 등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심는다. 개봉을 앞둔 영화 '공기살인'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사회고발극으로서 역할에 충실해지려 했지만, 노력의 결과가 썩 개운치는 못하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공기살인'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원인도 알지 못한 채 죽어야 했던 이들, 그리고 20년이 넘게 고통 속에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영주(이선빈 분)는 언니 길주의 사망과 조카 민우의 폐질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검사 일을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어 피해자들을 위해 나선다. 태훈(김상경 분)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외상센터 과장이지만 아내는 원인 모를 병으로 잃고 아들은 급성 간질성 폐질환을 앓게 된다.

영화는 위험성을 알고도 묵인한 가해자들과 방관적 태도로 일관한 정부로 인해 더욱 고통받는 무고한 피해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조용선 감독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거의 모든 문서를 찾아보며 자료 조사를 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관련자들의 검수를 거친 시나리오는 6년간 90번도 넘게 수정됐다.
영화 '공기살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포스터 /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마인드마크
영화 '공기살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포스터 /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마인드마크
오는 27일 개봉하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사회고발극이다. 기존 작품들과 차별점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선에서 학교 폭력 문제를 그렸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명문인 한음국제중학교 재학생 건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사건이 발생한다. 건우가 남긴 편지에는 같은 반 친구 4명의 이름이 적혀있다. 병원 이사장의 아들, 전직 경찰청장의 손자, 한음국제중학교 교사의 아들, 변호사 강호창(설경구 분)의 아들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네 학생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사건은 은폐하려고 한다. 그러던 중 교사 송정욱(천우희 분)의 양심선언으로 건우 엄마(문소리 분)는 아들 사망의 진실을 알게 되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영화는 괴물인 자식보다 더한 악마의 얼굴을 한 부모들의 추악함을 그린다. 방관하는 이들과 은닉하려는 이들을 '투명'하게 그리며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가해자들의 오만하고 위선적 태도를 통해 학폭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게 한다.
영화 '공기살인' 스틸 /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영화 '공기살인' 스틸 /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영화 '공기살인' 스틸 /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영화 '공기살인' 스틸 /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사회고발극은 예우를 갖춰 만들어져야 한다. 쉽게 다뤄져선 안 된다. 사망한 피해자들뿐 아니라 생존한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개봉한 영화 '악질경찰'도 참사 실화를 다뤘다. '악질경찰'은 세월호 사건을 가져왔다. 뒷돈을 받던 비리 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미나(전소니 분)를 알게 된 후 달라지는 모습을 그렸다. 그러나 '악질경찰'은 드라마틱한 범죄오락영화도, 폐부를 찌르는 고발극도 되지 못했다. 예우를 갖춰 추모의 뜻을 담아야 했지만 참사를 그저 상업영화의 소재로 소비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공기살인'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악질경찰'과 같은 우를 범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참사 실화를 소재로 한 만큼 재미에 욕심내지 않고 무게감에 비중을 뒀다. 대신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의 호연으로 재미가 빠진 빈 곳을 메꿨다. 그러나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명확한 해결 방안이나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다. '소비'만 하지 않기 위해 신중했어도 또다시 답답함만 남을 뿐이다. 문제를 제기한 것만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여기는 이들 사회고발극이 찝찝한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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