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인서트》
'휴머니즘 영화 실종'인 가운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개봉
순하지만 뻔한 스토리
지난해 수학+휴머니즘 소재 '기적'은 부진
부족한 1%의 신선함→'기적'과 비슷한 행보 예상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힐링물은 어느새 사라지고, 다이내믹하고 피 튀기는 영화들만 겨우 살아남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자극 지수가 낮으면 외면 받는 시국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개봉했다. 담백한 맛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탈북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분)이 수학에 흥미를 잃은 '수포자'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 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영화는 답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목표 지향적, 결과 주의적 사회 인식을 환기시킨다. 수학이라는 '장벽이 있는' 소재는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일상 속에서 수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수학과 음악을 접목해 예술적으로 담아낸다든지 수학으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영화에서 수학은 수학 천재와 수포자, 두 사람이 벽을 허물고 진심을 나누는 친구가 되도록 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자극적인 맛에 지쳤을 때 순하고 슴슴한 맛을 다시 찾게 된다. 그러나 막상 맛을 보면 너무 뻔하다. 이미 다 알고 있던 맛이었다. 밍밍하다. 그래서 다시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그러하다. 영화에서 이학성이 탈북자라는 설정도, 난처한 상황을 딛고 성장하는 둘의 모습도 기시감이 든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기적'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기적'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해 주요 상업영화 가운데 휴머니즘을 다룬 작품은 '기적'이 거의 유일하다. 박정민, 이성민, 임윤아 주연의 '기적'은 교통 오지인 자신의 마을에 간이역을 만드는 게 꿈인 수학 천재 소년 준경(박정민 분)의 이야기. 눈물을 쏙 빼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입소문은 탔지만 실관람 수요로 이어지진 못했다.

올해 주요 개봉작 가운데 휴머니즘을 다룬 영화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첫 주자인 셈이다. '기적'의 입소문이 실 관람으로 이어지지 못한 까닭은 이미 예상 가능한 스토리였다는 점이다. 또한 관객들이 이 힘겨운 시기에 구태여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작품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없는 것.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기적'과 비슷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기적'과 수학이 소재가 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더 배트맨'이라는 DC코믹스 작품에 대항해 예매율 2위를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기적' 역시 예매율로는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예매율이 높다고 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다이내믹한 장르물이 그나마 관객을 모으는 것은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누적 관객 수 753만 명을 넘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으로 입증됐다. 어려운 시국에 자충수를 둬야하는 상황은 영화 관계자들에게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뻔한 이야기로는 결코 발길을 끊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올 수 없다. 슴슴한 맛에 식초 한 방울 정도의 신선함 1%만 있더라도 관객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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