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인서트》
강추위 악조건 속 촬영된 '해적2'
부상을 무용담처럼
희생만이 답은 아냐
 '해적2' 영하 30도 얼음물 촬영…'동물 학대'였대도 가능했을까 [TEN스타필드]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수요일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강추위에 촬영을 했었는데 휴대폰으로 온도를 확인해보니 영하 25도더라고요. 눈을 의심했죠."(한효주)

"35년 만에 강추위가 와서 체감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가운데 배를 기울이고 물을 뿌리며 촬영했어요."(김정훈 감독)

악조건 속에서 강행한 촬영이 '명작'의 미덕인 걸까.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해적2)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배우 한효주와 김정훈 감독이 밝힌 촬영 비화는 의문을 안긴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2'는 한국형 해양 어드벤처의 길을 연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편. 해양 모험 활극은 어드벤처 장르 특유의 다이내믹한 재미를 선사한다. 물속에서 분출하는 화산, 바다로 내리치는 번개, 거대한 쓰나미, 해적선을 뒤덮는 파도 등 컴퓨터 그래픽(CG)를 활용해 판타지적인 장면을 다수 만들어냈다.

이러한 생동감 넘치고 역동적인 볼거리에는 배우, 제작진의 희생이 따랐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장면이 많은 만큼 수중 촬영, 물을 이용한 촬영이 많았는데, 3년 만에 혹한이 찾아왔다던 겨울에 촬영한 것. 체감 기온이 영하 30도로 떨어지는 악조건 속에 배우들은 물탱크에서 쏟아지는 차디찬 물을 맞을 맞아야 했다. 한효주는 "머리에 물을 적셔놓으면 얼음이 돼서 두두둑 떨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추위뿐만 아니라 갖은 부상도 따랐다. 강하늘은 수중 촬영에 대해 "숨이 안 쉬어지는 답답함이 불편해서 힘든 부분이 많았다"며 "연기자들이 사전에 수중촬영 훈련을 받았지만 실제로 해보니 다르더라. 잘 때 누우면 코에서 물이 흘러나왔다"며 기자간담회에서 고충을 토로했다. 강하늘은 코로 물이 들어간 바람에 병원을 찾아야 했다. 박지환 역시 귀로 물이 들어가 중이염에 걸렸다. 이광수도 '컷'을 외칠 때마다 물을 토해내야 했다고 한다. 권상우는 아킬레스가 파열된 상태에서 액션신을 촬영해 좀 더 역동적인 모습을 담지 못해 아쉽다고도 했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김정훈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김정훈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촬영이 진행돼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훈 감독은 화상인터뷰를 통해 "2020년도 여름에 계획됐지만 길어진 장마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촬영이 겨울로 미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별 사고와 무리 없이 촬영을 했는데 배우들에게 고맙고 잊지 못할 촬영이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최근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은 말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일부러 넘어뜨려 낙마 장면을 촬영해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줄에 걸려 넘어진 말은 고통에 몸부림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폐사했다. 생생한 장면을 위해서라는 명분만을 좇으며 앞뒤를 가리지 않은 안일함이 낳은 끔찍한 결과였다. 만일 체감 영하 30도에 동물이 얼음물을 맞았다면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을 것이 자명하다.

배우들은 모두 '괜찮다'고 입을 모으며 무용담처럼 악조건 속 촬영에 대해 말한다.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프로 정신을 발휘해 최선과 책임을 다하는 일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명작'을 위해 고통과 부상이 수반되는 일을 당연시하는 기조는 지양해야 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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