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제작자로 나선 '절친' 정우성·이정재
정우성, '고요의 바다' 부진에 "반성"
이정재 제작·연출·출연 '헌트' 개봉 준비
연기자 명성에 기대지 않고 제작자로 인정받을까
배우 정우성(왼쪽)과 이정재. / 사진제공=넷플릭스, 아티스트컴퍼니
배우 정우성(왼쪽)과 이정재. / 사진제공=넷플릭스, 아티스트컴퍼니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수요일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연기자로서 정점에 오른 정우성과 이정재가 제작자로서 판결대에 올랐다. 연기자로서 영화, 드라마에서 OTT로, 한국에서 전 세계로 활동 범위를 넓힌 데 이어 제작의 영역으로도 진출한 것. 누구나 인정하는 '톱배우'지만 제작자로서 역량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정우성이 제작·총괄 프로듀서로서 출사표를 던진 '고요의 바다'는 그간의 K콘텐츠 활약이 무색하게 지난해 말 공개된 뒤 혹평을 면치 못했다. 기술이나 과학적 고증이 중요한 SF 장르였음에도 불구하고 감성적 전개에 치중한 탓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배두나, 공유 주연의 이 드라마는 공상과학 장르를 시도한 한국의 최근 실패작"이라고 비평하기도 했다.

'고요의 바다'는 정우성이 2016년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한 작품이다. 정우성은 감독 데뷔작에 김하늘과 함께 주연을 맡았지만, 겨우 42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주인공, 그리고 그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주인공의 이야기는 상투적이고 진부한 데다, 남자주인공이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가미한 미스터리 추적극 형태가 멜로를 지배해 주객전도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고요의 바다'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고요의 바다'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우성의 절친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연기자로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제작자로서는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다. 첩보영화 '헌트'로 제작자 데뷔를 앞두고 있는 것. 이정재는 이 영화에 제작뿐만 아니라 연출, 출연도 맡았으며, 정우성도 주인공으로 함께한다. '헌트'는 촬영이 끝났으며,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이 올해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이정재가 마냥 기뻐하며 제작자로서 데뷔를 준비할 수 없는 이유는 '고요의 바다' 때문이다. '고요의 바다'는 아티스트스튜디오가 공동 제작으로 참여한 작품. 아티스트스튜디오는 정우성과 이정재가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에 이어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두 사람 각자의 영역이 구분된다 해도 이정재 역시 '고요의 바다' 부진에 책임이 있는 셈이다. 그도 이미 실패의 쓴 맛을 본 격. 아티스트컴퍼니는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헌트'에도 공동 제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헌트'의 성패에 이정재와 정우성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깐부' 정우성 부진에 못 웃는 이정재…제작자로 안목은 '글쎄' [TEN스타필드]
영화 '헌트' 촬영 현장. / 사진=이정재 인스타그램
영화 '헌트' 촬영 현장. / 사진=이정재 인스타그램
두 사람은 지난해 말 컴투스에 회사 지분을 넘기기도 했다. 컴투스는 자회사 위지윅스튜디오와 함께 아티스트스튜디오와 아티스트컴퍼니를 자회사로 두는 법인 아티스트홀딩스에 각각 250억 원, 800억 원 등 총 105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정우성은 최근 '고요의 바다' 관련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서로 협의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그 시기가 된 것"이라며 "대규모 자본의 투입, 산업과 산업 간의 교류를 요구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그런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아티스트스튜디오, 아티스트컴퍼니가 작품 제작에 조금 더 매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도약의 의미로 생각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연기자로는 정점에 올랐으나 제작자로서의 성공은 아직 미지수인 정우성과 이정재.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를 향한 혹평에 "제작자로서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계속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 타자는 '제작자' 이정재다. 이정재라는 배우 명성을 지우고 온전히 제작자로서 안목을 인정받을 수 있는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까.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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