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킹메이커' 선보이는 변성현 감독
2017년 '불한당' 개봉 당시 "대선 때문에 홍보 안 돼" 불만
20대 대선 3달 앞두고 선보이는 '킹메이커'
김대중 전 대통령 모티브로 한 정치극 "정치는 소재일 뿐"
'자가당착' 아이러니한 시선
영화 '킹메이커'의 배우 설경구(왼쪽부터), 변성현 감독, 이선균. /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의 배우 설경구(왼쪽부터), 변성현 감독, 이선균. /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수요일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대선 때문에 홍보가 되질 않는다. 대선을 미뤄라. 나도 니네만큼 준비 오래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 개봉했던 2017년 5월 17일, 그 8일 전에는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변성현 감독은 대선 때문에 영화 홍보가 안 된다며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와 같은 불만을 늘어놨다. 그랬던 그는 대선을 세 달여 앞두고 선거 운동이 한창인 이때, 또 한 번 신작을 들고 나왔다. 영화 '킹메이커'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킹메이커'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과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가 당선을 목표로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최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킹메이커'는 변 감독다운 세련된 미쟝센과 디테일한 연출이 돋보인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변 감독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치 이야기가 아닌 도덕적 잣대에 대한 자신의 물음을 담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올바르다고 믿는 일을 위해서는 올바르지 않은 수단도 정당한가, 그 선은 어디까지인가, 도덕적인 딜레마가 어릴 때부터 있었다"며 "정치와 시대는 이 질문을 던지기 위한 소재"라고 말했다.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가 자칫 정치색 논란에 휩싸여 흥행에 지장을 받을까 염려한 것이다.
영화 '킹메이커'의 변성현 감독. /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의 변성현 감독. /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그러나 이 영화는 부정부패가 가득한 정치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도덕적 삶'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정치극이다. 극 중 김운범과 서창대는 각각 실존 인물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참모 엄창록을 모티브로 창작됐다. 실제로 엄창록은 '선거판의 귀재'로 불리며 계속해서 낙선하던 김대중을 1961년 처음으로 재보궐선거에 당선되게 하고, 1963년 총선에서 재선되는 데 기여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영화에서 서창대는 여당 선거운동원으로 위장해 유권자들에게 돈 봉투를 건넨다. 봉투에는 고작 10원이 들어있다. 유권자를 기분 나쁘게 만들어 야당인 김운범에게 표가 돌아가게 만드는 전략인 것. 실제로 엄창록이 사용했던 전략이다.

변 감독은 앞서 '불한당' 개봉 당시 트위터를 통한 성적 발언, 특정 정치인 비방, 욕설, 비속어 등이 섞인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선을 넘는 변 감독의 발언에 관객들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영화는 100만 명을 채 모으지 못하고 손익분기점도 달성하지 못했다. 감독의 망언이 흥행 실패의 요인이 된 것. 변 감독은 부랴부랴 "'불한당'은 제 개인의 영화가 아니다. 수백 명의 땀과 노력의 결정체"라는 사과문으로 수습에 나섰지만 관객의 마음을 돌리기엔 이미 늦은 때였다.
영화 '킹메이커' 포스터 /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 포스터 /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홍보가 안 되는 건 제19대 대선 탓이라고 했던 변 감독의 신작은 제20대 대선을 세 달 남겨둔 시점에서 대중을 만나게 됐다. 선거 탓을 했던 그의 작품이 또 선거 운동이 한창인 때 나오는 것. 선거 직전이나 직후가 아니라 세 달이라는 기간이 있다는 것은 더 공교롭다. 선거에 관심이 쏠린 시점을 활용하면서도 대선이라는 '흥행 지장 요인'은 적당히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 감독은 2017년 당시 "양심이 있으면 DJ는 팔지 마라"고 했다. 스스로를 '애증이 가득한 전직 노빠'라고 칭하며 "노무현을 김대중에 갖다 댈 때마다 좀 부끄러웠는데 문재인을 노무현에 갖다내는 건 화가 난다"고도 했다. 그런 그가 팔려야 하는 상업영화에 'DJ'의 이야기를 담아 내놨다. 정치극을 만들었지만 정치 이야기는 아니라고 한다. 시시각각 뒤바뀌는 환경에 따라 능수능란한 처세술을 보이는 정치인처럼 변 감독의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 두 가지 시선이 아이러니하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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