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하정우./ 사진=텐아시아DB
서예지-하정우./ 사진=텐아시아DB
"영화는 멈추지 않는다"

지난 여름 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명장' 봉준호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끊기고, 이에 따라 진작 완성된 영화들이 개봉을 하지 못하고 또 제작에 차질이 생기고, 이렇게 악순환이 이어졌지만 영화는 멈추지 않았다. 배우와 제작진들은 한 편의 영화라도 선보이기 위해 각각의 위치에서 '최선의 삶'을 살았다.

이런 가운데 몇 몇 배우들이 사생활 문제와 사건사고 등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관련 영화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끼치며 불난집에 부채질한 꼴이 됐다.

올해 4월 12일, 영화 '내일의 기억'(서유민 감독) 개봉을 앞둔 배우 서예지가 '가스라이팅' 논란에 휩싸였다. 전 연인인 배우 김정현이 드라마 '시간'을 촬영할 당시, 상대 여배우인 서현을 비롯해 여성 스태프들과 스킨십을 하지 못하게 조종 했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터진 논란이었다. 이에 서예지 측은 13일 예정 된 '내일의 기억' 언론시사회에 불참할 뜻을 밝혔다. 가스라이팅 논란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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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기억' 팀에게는 민폐였다. 서예지 측은 논란과 관련해 침묵했고, 영화를 함께 찍은 김강우와 서유민 감독에게 화살이 날아 들었다. 김강우는 '내일의 기억' 언론시사회에서 분위기를 환기 시키고자 분투 했다. 또 제작진은 서예지 사생활과 관련한 질문을 봉쇄하느랴 진땀을 뺐다.

이후 소속사 측은 "연인끼리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서예지를 향한 비난의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엎친데덮친격으로 학교 폭력, 매니저 갑질 등 각종 사생활 폭로가 이어지면서 서예지는 한없이 추락했다.

서예지 논란이 터진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내일의 기억'의 예매율이 급상승했다. 서예지를 둘러싼 논란이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고스란히 이어진 것이다. 개봉 초반 박스오피스 1위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길게 가지 못했다. 순익분기점 100만인 '내일의 기억'은 최종 33만 관객 밖에 동원하지 못했다.

'내일의 기억'은 꽤 잘만든 스릴러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서예지가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때 개봉하게 돼, 흥행을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예상만큼의 관객을 모으지 못한 것도 있지만, '서예지 논란'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주연배우로서 책임을 회피할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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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과 흥행력을 다 잡으며 '명품 배우'라 불린 하정우는 범법을 저질러 관객들을 실망시켰다.

하정우는 2019년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19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9월 열린 1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하정우에게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8만 8749원을 명령했다. 혐의를 인정한 하정우는 항소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면마취가 필요하지 않은 미용 시술을 하면서 남용시 신체·정신적 의존성 우려가 있는 향정신성 프로포폴을 19회 투약했다. 아울러 지인의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의사와 공모해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배우로서 공인의 지위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다만 애초 미용시술 등 목적 없이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투약 횟수 등 빈도에 비춰 프로포폴에 의존성이 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정우는 흥행 파워를 자랑한 만큼, 많은 관객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배우 자신에게도 타격이 있겠지만, 하정우가 출연키로 한 많은 작품들에도 불똥이 튀었다.

앞서 하정우는 '보스턴 1947' '피랍' '야행' '수리남'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연을 확정하고, 촬영을 마쳤거나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 시점 제작사와 배급사 등은 코로나19 때문에 개봉과 관련해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자칫 영화를 내놨다가 큰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여기에 하정우가 부채질을 더해 더욱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 뿐만 아니라, 배우 이미지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은 남미의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극 중 하정우는 큰 돈을 벌기 위해 수리남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가 마약 범죄에 휘말리게 된 강인구 역할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마약'과 관련한 소재의 작품이라, 향후 하정우 행보와과 관련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하정우, 서예지 두 사람은 현재 차기작을 준비중이다. 내년, 다시 대중들 앞에 설 예정이다. 아무쪼록 언제나 '공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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