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인서트》
현실 멜로 '연애 빠진 로맨스' 부진
10여명 톱스타 배우 앞세운 '해피 뉴 이어'
극장·티빙 동시 공개
'서복' 전례 밟을 수도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왼쪽)와 '해피 뉴 이어'의 한 장면. / 사진제공=CJ ENM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왼쪽)와 '해피 뉴 이어'의 한 장면. / 사진제공=CJ ENM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수요일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배급사 CJ ENM은 10여명의 최정상급 배우들을 앞세운 '해피 뉴 이어'를 연말에 내놓기로 하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배급사 CJ ENM이 지난 9월 추석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보이스' 이후 2달여 만에 선보인 신작. 전종서, 손석구라는 신선한 조합과 '비치 온 더 비치', '밤치기', '하트' 등 발칙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을 선보인 정가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라는 점이 관심을 끌어냈다. 시사회 후 청춘남녀의 속사정을 적나라하고도 솔직하게 담아낸 이 작품에 대해 호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관심은 '스쳐가는' 호기심에 그쳤다. 개봉 7일 간 25만명 남짓의 관객 동원에 그친 것. 같은 날 개봉한 '유체이탈자' 역시 누적 관객 약 42만명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스코어다.
영화 '해피 뉴 이어'와 '연애 빠진 로맨스'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영화 '해피 뉴 이어'와 '연애 빠진 로맨스'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한 해가 한 달 밖에 남지않은 시점에서 CJ ENM이 배급한 한국영화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없는 상황.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상황에도 435만 관객을 동원하며 황정민, 이정재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연간 박스오피스 2위라는 기록을 세운 CJ ENM으로는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이다. 지난해 1위는 코로나19의 본격적 확산 직전 개봉했던 '남산의 부장들'이기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2위 기록은 유의미하다. 추석 시즌 개봉했던 가족 영화 '담보' 역시 171만 명을 모아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선방했다.

신작 개봉을 두고 고심하던 CJ ENM은 연말 '해피 뉴 이어'로 고비를 돌파해보기로 했다. '해피 뉴 이어'는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배우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원진아, 이혜영, 정진영,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조준영, 원지안 등 14명이 주연이다.

'해피 뉴 이어'는 '러브 액츄얼리'처럼 연말, 호텔 엠로스라는 공간과 관련된 이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은 작품. 연말 시즌을 공략하는 작품이라 올해 개봉하지 못하면 내년 연말을 기약해야 했기에 개봉 연기가 어려웠다. 여기에 주연 배우 중 대부분이 톱스타인 멀티캐스팅이라는 점도 관객들에게 소구력이 있다는 판단이 개봉 결정의 바탕이 됐다.

무엇보다 CJ ENM의 OTT 플랫폼 '티빙'에서 동시 공개한다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했다. '해피 뉴 이어'는 극장 개봉보다는 '티빙 오리지널' 타이틀로 내세운 작품. 극장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감도 적다.

하지만 극장 성적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 극장 성적이 곧 OTT 조회 수라고 하긴 어렵지만 구체적인 조회 수를 공개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선, 극장 성적을 OTT 조회 수의 추정 지표로 삼을 수 있기 때문. 지난 4월 CJ ENM은 공유, 박보검 주연 '서복'을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했다. '서복'은 흥행력, 화제성을 갖춘 톱스타 둘을 데리고 개연성, 완성도 면에서 악평을 받으며 극장에서 겨우 38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그렇다고 '서복'이 티빙에서 흥행에 성공했다고도 하기 어렵다.

티빙의 OTT로써 낮은 인지도와 영향력이 뼈아픈 지점. 티빙의 '서복''에 대한 화제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해피 뉴이어가 택한 티빙 오리지널, 극장·OTT 동시 공개라는전략이 대중들에게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셈이다.

올해 영화로 그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CJ ENM이 올해가 끝나기 전 자구책으로 내놓은 '해피 뉴 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4000명을 넘나드는 상황인 만큼 이번 작품이 코로나 시대 돌파구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 14명 인해전술로 무장한 초호화 캐스팅이라는 이름값만큼 완성도 측면에서도 호평 받으며 극장, OTT 두 플랫폼을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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