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의 나라로'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행복의 나라로'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고급 호텔 수영장에서 미녀들과 쾌락을 즐길 수 있고, 아무 고민 없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는 오픈카도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다. 내일 당장 죽더라도 '돈'만 있으면 그만일까. 그 많은 돈은 결국 누구의 것이 됐을까.

죄수 번호 203(최민식)은 오랜 기간 감방에 복역중이다. 어린 딸은 얼마나 컸을지, 무수히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러다 몸에 이상 반응이 생겼고,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길어야 3개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단다. 그는 탈옥을 결심한다.

203은 탈주 중 예기치 않게 동행인을 만나게 된다.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남식(박해일)이다. 남식은 비싸디 비싼 약 값을 치를 형편이 못 돼, 병원을 옮겨 다니며 약을 훔쳐 생을 연명하고 있다.

어쩌다 두 사람의 손에 윤여사(윤여정)의 돈이 들어오게 되고, 셀 수도 없을 만큼 거액을 품고 달아나게 된다.
영화 '행복의 나라로' 포스터./
영화 '행복의 나라로' 포스터./
기존에 '바람난 가족' '돈의 맛' '하녀' 등과는 결이 다르다. 이번 임상수 감독의 연출은 이전보다 따뜻하다. 임 감독은 숙련 된 연출로 웃음과 감동의 밸런스를 잘 조절 했다. 여기에 최민식, 박해일의 빛나는 열연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존재 자체만으로 무게감을 주는 두 배우는 첫 호흡이 믿기지 않을만큼 놀라운 호흡으로 시너지를 높인다.

주, 조연 배우들의 연기 향연과 그들이 가는 길에 따라 점차 하나가 되는 풍경, 그리고 한대수와 장기하가 부르는 행복의 노래가 깊은 울림과 짙은 여운을 남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죽음은 우리 가까이에 있고, 지켜 보는 것 만으로도 충격적이다. 그 마지막 순간, 저마다 꿈꾸는 행복의 나라는 다 다를 것이다.

부산=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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