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준 '싱크홀'서 인턴사원 은주로 열연
첫 코미디-액션 소화 "아쉬움 있다"
데뷔 4년 만에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수상
"차기작서 이영애와 호흡, 신기하고 놀라워"
배우 김혜준./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김혜준./ 사진제공=쇼박스
"시작부터 끝까지, 이광수 선배랑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현장에서의 태도, 자세, 연기하는 순간, 그리고 평소 성격까지 감동 받은 부분이 많아요. 배울 점이 진짜 많은 선배예요."

영화 '싱크홀'로 돌아온 배우 김혜준이 직장상사 이광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광수는 극 중에서도, 현실에서도 직장상사다. 김혜준은 '싱크홀'에서 동원(김성균 분)이 다니는 회사 인턴사원 은주로 열연했다. 또 현실에서도 막내 배우로 선배들과 함께 열일 했다.

김혜준은 2015년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으로 데뷔했다. 이후 여러 단편영화에서 범상치 않은 연기력을 보여온 그는 2019년 영화 '미성년'으로 데뷔 4년 만에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김혜준은 넷플릭스 '킹덤'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리고 '변신' 이후 2년 만에 '싱크홀'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그는 "신인여우상을 받았다고 해서 부담감이 생기진 않았다. 꾸준하게 작품을 하면서 많은 사람과 함께하니 책임감이 커지더라. 직업의식을 가진 배우로서 부담감은 앞으로도 계속 생길 것 같고, 더 커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영화로,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는 탈출기를 담았다.

극 중 은주는 직장 상사인 동원의 집들이에 왔다가 싱크홀로 추락하게 된다. 김혜준은 "재난 상황을 실제로 겪어본 적이 없어서 진짜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어떤 호흡으로 연기를 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라고 털어놨다.

영화는 재난보다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재난을 맞은 인물들이 각자 어떤 마음가짐과, 관계 변화로 위기를 극복하는 지가 관건이다. 주목받는 배우가 됐지만, 95년생 김혜준은 어떤 현장에서든 거의 막내다. 그는 이 점을 연기에 녹였다.

김혜준은 "막내라서, 제가 하는 일이 보잘것없고, 그로 인해 작은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 굉장히 힘들겠다는 걸 생각했다. 그런 은주의 마음을 잘 살려보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혜준은 "배우 생활하면서 생긴 건 순둥순둥한데 생각보다 멘탈이 세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런 점도 은주랑 비슷해, 그대로 연기에 투영했다"고 말했다.
 [TEN 인터뷰] '싱크홀' 김혜준 "순둥순둥해도 멘탈은 강하죠"
"그냥 곁에만 있어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선배들과 함께했습니다."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남다름 등 각각 존재감이 뚜렷한 선배들과 호흡한 김혜준은 "데뷔 초 때보다 현장을 알게 되면서 긴장하게 되고 책임감을 갖게 된다. 이번 현장에선 진짜 인턴이었다. 저는 막내가 체질상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성균, 이광수는 '싱크홀'의 또 다른 출연진들에 따르면 '큰 형님' 차승원은 선후배 간 화합을 위해 매일같이 맥줏집 뒤풀이를 주도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이어서 배우들이 더 끈끈해질 수 있는 자리가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김혜준은 "뒤풀이에서 차승원 선배가 늘 음식을 손봐주셨다. 어떤 날은 고춧가루를 첨가하고, 어떤 날은 고추를 썰어서 넣어주기도 하셨다. 맛있는 음식을 직접 가져와서 나눠 준 날도 많다"며 "이런 모든 모습이 너무 따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극 중 가장 밀접한 관계인 이광수에 대해 "항상 제일 일찍 와서 제일 늦게 가더라. 선배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덩달아 옆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 또 정말 바쁘고 정신없으면 모든 스태프를 못 챙길 텐데, 아무리 자신이 힘들어도 항상 따뜻하게 다가가고 모두를 챙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아울러 김혜준은 "그렇다고 항상 진지한 것도 아니다. 편하게 대하려고 장난도 걸어주셨다. 광수 오빠 덕분에 현장에 빨리 적응했다. 감사하다"며 미소 지었다.

촬영 현장은 실제 재난 상황을 방불케 했다. 배우들이 함께 넘어지고, 구르고, 물에 빠졌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우애가 다져졌다. 김혜준은 "고생은 어떤 현장에서든 당연하다. 재난 물이어서 육체적인 고생이 분명히 있었지만, 전우애가 쌓인 만큼 즐거움도 쌓였다. 행복했던 기억이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김혜준은 첫 코미디도, 액션도 선배들 덕분에 무사히 소화했다며 끝까지 공을 돌렸다. 그는 "늘 작품을 끝내면 아쉽다. 여기서 조금만 더 할 걸, 이렇게 할 걸, 그렇게 항상 아쉬움이 생기더라"라고 했다.
 [TEN 인터뷰] '싱크홀' 김혜준 "순둥순둥해도 멘탈은 강하죠"
20대 중반, 데뷔한 지 6년이 지난 김혜준의 앞날은 창창하다.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 그는 "해보지 못한 장르가 많아서 뭐든 다 해보고 싶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짧지만 액션을 경험했는데, 조금 더 화끈한 액션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면서 "대놓고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흥행을 바라는 것은 욕심인 것 같아요. 이 어려운 시기에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항상 감사합니다."

김혜준은 새 드라마 '구경이'를 준비 중이다. 특히 이영애와 함께 호흡하게 돼 관심을 모았다. 김혜준은 "이영애 선배의 연기는 너무 놀라웠고, 같이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조차 못 했던 분이다"라며 "'감히 그런 분이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생겨서 너무 감사하고 신기하다. 많이 설렌다. 지금 설레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혜준은 "굉장히 재미있게 찍었다. 그리고 모두가 파이팅이 넘쳤다. 그런 에너지가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 될 거라 믿는다. 힘든 시기에 저희 영화로 잠시나마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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