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주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엄정화 매니저로 연예계 입문, JYJ 에이전시 이후 세력 확장

최민식, 설경구, 류준열, 라미란 등 '의리'로 뭉쳐
드라마, 영화 제작에 총력…상장 준비중
백창주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
백창주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


≪노규민의 영화인싸≫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수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 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나는 아티스트를 빛나게 하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인 성취욕보다 아티스트의 성장과 성공, 그들의 행복한 순간에서 나 또한 보람을 느낍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20대 초반, 매니지먼트 업계에 관심이 생겼다. 지인의 소개로 당시 신승훈, 엄정화 등이 속한 큰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매니저로 입사했다. 엄정화의 로드매니저로 시작해 온갖 잔심부름도 마다하지 않았고, 그렇게 20년 넘게 한 우물을 팠다.

최민식, 설경구, 류준열, 문소리, JYJ 김준수, 김재중, 박성웅, 황정음, 라미란, 거미, 이재욱…연기파 배우부터 한류스타까지 이른바 잘나가는 스타들이 몸담고 있는 곳, 바로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백창주 대표 이야기다.

"JYJ(김준수 박유천 김재중)를 만나고 씨제스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그들을 만나면서 해외 시장이 더 넓어질 거라고 확신했죠."

2009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중 김준수, 박유천, 김재중 세 사람이 JYJ로 분리됐고, 이들이 SM의 전속계약 조건으로 인한 부당 대우를 참지 못해 효력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간에 성장해,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던 백 대표가 JYJ의 손을 잡았다.

백 대표는 "JYJ 관련 법적 분쟁 속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긴 법정공방을 통해 결과적으로 가수들의 표준계약서가 제정되고,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초창기 작은 회사였던 씨제스는 JYJ를 에이전시 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세력을 키워 나갔다. 아이돌 최초로 뮤지컬에 진출해 글로벌 관객을 유입시켰고,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공동제작에 참여하면서 아이돌의 드라마 진출도 확장 시켜 K-드라마 열풍을 이끌었다. 백 대표는 "JYJ를 만난 이후, 아티스트 중심의 회사를 만들고, 그 영향력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매니지먼트를 완성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노규민의 영화인싸] 백창주 씨제스 대표, 최민식·류준열 등 55人 '배우' 뛰놀 콘텐츠 제국의 설계자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배우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배우들./
아이돌 그룹을 데리고 시작한 씨제스가 어떻게 지금의 '배우 회사'가 됐을까. 당시 JYJ가 방송 출연 등에 제약이 생기자, 백 대표는 생존을 위한 타개책으로 배우 영입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송지효를 시작으로, 박성웅, 설경구, 최민식 등 연기파 배우들을 차례로 품에 안았다. 백 대표는 "배우들 대부분이 오래 같이 보고 함께 같은 곳을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 그런 진정성을 원했다. 그들과 우리의 가치관이 서로 잘 맞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저는 매니저로서, 배우들의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회사 내부에 시스템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씨제스는 특정 계약서나, 계약금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배우와 매니지먼트 간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며, 강제적인 연결고리가 없다. 그러니 배우에겐 부담이 덜했고, 백 대표가 애써 아티스트를 찾아 나서기 이전에 소속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소개해주면서 인연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배우 쪽 매니지먼트는 업계 최고로 손꼽힌다. 백 대표는 "배우들이 좋은 작품을 통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돕고, 배우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배우를 위해서 시나리오 분석팀을 따로 만들었고, 매니지먼트도 매니저와 홍보, 광고, 마케팅을 세분화하고 있다. 배우를 위한 회사의 지원책을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씨제스는 현시점, 드라마, 영화 등을 제작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앞서 '으라차차 와이키키', '스위치', '녹두꽃' 등의 드라마를 제작한 씨제스는 올해 전도연-류준열 주연 JTBC '인간실격', 유재명, 엄태구, 한예리 등이 출연하는 OCN '홈타운'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유아킬러', '이브의 스캔들', '김의나라' 등 다양한 드라마를 제작 준비 중이다.

영화 제작 쪽에도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분에 초청돼, 전 세계인들로부터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 공동제작에 참여했다.

백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비상선언'이 현지에서 호평받았다. 칸에서 그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는 것은,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인정받은 것과 같다. 국내에서도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라미란 주연 '시민덕희'를 제작, 후반 작업 중이며 최민식-류준열 주연 사극 '올빼미'도 준비 중이다. 이후 휴먼판타지물 '커피가 식기 전에', 코미디물 '6/45', 실화 소재 '그들의 봄', 액션 코미디물 '여의도 삼공주' 등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백 대표는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 킬러의 이야기를 담은 네이버 웹툰 액션물 '금붕어'를 재미있게 봤다면서 네이버와 웹툰 제작사와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백 대표는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오히려 장르를 파괴할 수 있는 신선한 작품에 눈이 간다. 새롭게 시도하는 VFX 중심의 작품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백창주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백창주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렇게 제작에 힘을 쏟게 된 이유는 뭘까. 백 대표는 "10년 전에는 매니지먼트의 성장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이상 매니지먼트 업계가 아티스트의 성장에 따라 수익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라며 "아티스트와는 에이전시 개념으로 가되, 그 영향력으로 자체 IP와 콘텐츠 개발을 하는 것이 생존의 열쇠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케이블, 종편 채널이 많아졌고, 모바일 환경이 커지면서 OTT 이용자도 점점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가정에서 대형 TV로 영화를 보고, 1030의 경우 모바일과 태블릿으로 방송을 찾아보고 있다. 이렇게 전통매체의 의미는 희미해지고 콘텐츠의 다양화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백 대표는 이를 빠르게 캐치하고, '제작이 살길'이 라고 판단했다. 이미 2013년부터 드라마, 영화 제작을 준비해왔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달라진 시대적 흐름에도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 보기' 만큼이나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에 대해 백 대표는 "영화를 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영화가 무엇일까'라는 전제보다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매력, 희소성이 무엇일까'라는 전제로 바뀐 것 같다. 다양한 시선을 가진, 여러 장르의 영화가 각각의 자체로 인정받으며 사랑받는 다변화된 시장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므로 이에 발맞춰 제작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백 대표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시대의 흐름이 OTT로도 많이 치우쳤지만, 스크린의 힘에 대해 소신이 있다. 그는 "연출자의 의도, 배우의 연기, 촬영감독의 앵글, 그리고 미술, 음향, 조명, 음악 등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고, 그 작품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될 때 그 특별한 느낌이 있다. 드라마의 장점도 크지만, 영화라는 특별함은 그런 데서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백 대표는 3년 전 CG/VFX 사업을 시작, 걸리버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걸리버 스튜디오는 설립 후 영화 '도굴', '음양사:청아집', '방법-재차의', '시민덕희', 드라마 '비밀의 숲2', '방법', '오징어게임', '언더커버', '5월의 청춘', '인간실격' 등 국내 외 영화 및 드라마의 CG/VFX를 담당하여 작업해 퀄리티를 인정받았다. 그동안 구축해온 여러 제작사, 배급사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성공 레퍼런스를 쌓아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씨제스는 상장을 준비 중이다. 백 대표는 "CG/VFX사업이 성장하고 있다. 콘텐츠마다 후반 작업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성장세가 커지고 향후 메타버스 를 비롯해 가상의 영역에서 통신, 커머스, 플랫폼 등의 사업자들과 협업이 많아지게 되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것이다. 그 미래가치를 두고 긍정적인 설계를 하고 있고, 씨제스 엔터의 경우 드라마, 영화, 예능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제작으로 상장 추진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터테인먼트는 대중문화의 비즈니스이긴 하지만 가장 기본은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도 현재까지 긴 삶은 아니었지만 정말 다양한 일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반성도 후회도 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욕심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히 하려고 하고 도를 지나치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백 대표는 씨제스의 수장이다. 밑바닥부터 시작한 그는 여전히 자신이 '매니저'라며 걸어온 길을 존중하고, 자부심에 가득 차 있다. 그러면서 "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를 빛나게 해주는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백 대표가 그리는 씨제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나와 함께한 직원들이 일하면서 보람을 찾고, 인생을 잘 꾸려 나가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항상 모든 선택에 '생존'을 생각했던 것 같다. 이 험난한 엔터의 변화 속에서 내가 중심을 잡고 생존해야지 씨제스라는 회사를 믿고 함께 해 준 구성원들이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믿음이 쌓여야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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