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 사진=67회 베를린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 사진=67회 베를린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홍상수 감독의 26번째 장편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가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칸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돼 15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번 영화는 홍 감독의 11번째 칸 초청작으로, 이날 오후 3시 30분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발' 드뷔시 관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영화는 1990년대 배우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떠났던 상옥(이혜영 분)이 한국으로 돌아와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동생 정옥(조윤희 분)의 집에서 지내던 중 영화감독에게 작업 제의를 받기까지 벌어지는 하루 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당신 얼굴 앞에서'가 초청된 '칸 프리미어'는 올해 신설된 부문이며, 유명 감독의 작품을 소개한다. 홍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각본과 연출, 촬영, 편집, 음악을 담당했고, 연인인 배우 김민희는 제작실장으로 참여했다.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 포스터 / 사진제공=화인컷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 포스터 / 사진제공=화인컷
영화제 공식 사이트에서는 영화에 대해 "서울의 비 오는 뒷골목과 술잔 안에 외로움이 가득 담긴 비좁은 술집들을 돌아다니며, 홍상수 감독은 인간관계의 복잡성에 대해 끝없이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영화제 측은 홍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도 "친밀하고, 미니멀리스트적인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작하는 홍 감독은 칸 영화제의 주요 인물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공식 상영 뒤 외신들은 "이번 시나리오와 연출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 가장 감동적이다. '당신 얼굴 앞에서'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보내는 러브 레터며, 한 여자의 몸과 마음의 기쁨 넘치는 현존에 대한 뛰어난 인물 탐구"(사이트&사운드), "아마도 이 영화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정직하고 감동적인, 마음 아프면서도 동시에 밝은 영화일 것이다. 서툴지만 그러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상옥이 언젠가 기타로 연주할 것 같은 멜로디처럼..."(마이크롭시아) 등 평을 받았다.

외신 스크린데일리는 "프랑스의 한 비평가는 '홍상수 영화가 매우 단순하고도 복잡하다'고 쓴 적 있다"며 "26번재 장편까지 이것은 이어져왔다. 하지만 꾸준히 발전돼왔다.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된 그의 최근작 '인트로덕션'보다 더 그러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당신 얼굴 앞에서'는 감독이 복잡한 일련의 울림, 힌트, 암시를 유지하면서도 얼마나 스토리를 축약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한국 영화 감독으로서 최다 칸 영화제 공식 초청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전 초청작들에는 1998년 '강원도의 힘'(주목할만한시선), 2000년 '오! 수정'(주목할만한시선),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경쟁부문), 2005년 '극장전'(경쟁부문), 2008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감독주간), 2010년 '하하하'(주목할만한시선), 2011년 '북촌방향'(주목할만한시선), 2012년 '다른 나라에서(경쟁부문), 2017년 '클레어의 카메라'(특별상영)와 '그 후'(경쟁부문)가 있었다.

'당신 얼굴 앞에서' 팀은 이번 영화제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영화제 주최 측은 상영에 앞서 코로나19 여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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