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 위도우' 스틸./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블랙 위도우' 스틸./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노규민의 씨네락>>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영화 관련 이슈와 그 안에 숨겨진 1mm,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합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수도 있는, 영화 관련 여담을 들려드립니다.



"착지할 때 폼 잡는 거, 그건 왜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더니 엔딩 부분에서 결국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의 시그니처 포즈를 따라한다. 영화 '블랙 위도우'를 통해 처음 등장한 여성 히어로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다.

마블 어벤져스 블랙 위도우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솔로 무비 '블랙 위도우'가 의심의 여지 없이 폭발적인 흥행력을 과시하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기반으로, 스릴 넘치는 카체이싱, 타격감 넘치는 액션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지며 런닝타임 134분을 꽉 채웠다.

지난 10년 간 '어벤져스' 영웅들 사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며 팬덤을 구축한 나타샤는 명불허전 카리스마로 극을 이끈다. 그런데 이번 '블랙 위도우'에서는 나타샤 만큼이나 강한 존재감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인물이 있다. 또 다른 블랙 위도우 옐레나 벨로바 이야기다.
'블랙 위도우'  옐레나 벨로바./
'블랙 위도우' 옐레나 벨로바./
나타샤, 그리고 블랙 위도우를 양성한 레드룸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첫 등장한 옐레나 벨로바. 그는 나타샤와 강렬한 첫 만남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집 안 거실과 방을 날려 버릴 정도로 과격한 격투 장면을 보여 주는데, 두 사람 다 100% 전력을 쏟아 붓진 않았지만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전투력을 과시하며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나타샤와 옐레나는 어린시절 '가족'이란 이름으로 함께 살았다. 나타샤가 언니, 옐레나가 동생이었다. 진짜 자매 사이가 아니지만,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불꽃 튀는 케미를 선사하며 웃음과 감동을 유발한다.

특히 옐레나는 나타샤와 같은 블랙 위도우이지만 정반대의 성격을 보여준다. 덜렁거리는 모습이 매력적일 정도로 유쾌한 인물이다. 나타샤가 블랙 위도우로 활동할 때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는 것에 대해 "그건 왜 하냐"면서도 은근슬쩍 자신도 따라해 보는 귀여운 면모를 보여준다.

방대한 스토리의 원작 속 옐레나는 영화와는 차이가 있다. 옐레나는 마블 유니버스의 가공인물로, 러시아의 스파이이자 암살자다. 원작에서 옐레나는 나타샤처럼 인간이지만, 인간을 넘어서는 뛰어난 격투 실력을 가졌다. 나타샤와 마찬가지로 레드룸에서 훈련을 받았고, 훈련 수료 시절부터 나타샤에게 라이벌 의식을 품어 왔다. 애초 나타샤를 제거하기 위해 파견 됐고, 그녀의 적이었지만 이후 우군이 된다.

한때는 란제리 모델이 돼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성인 방송 채널을 런칭하기도 한다. 쿠바 하바나에서는 여성들과 교류하며 에이즈 약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노규민의 씨네락] "'블랙 위도우'보고 입덕"…박찬욱 뮤즈→MCU 입성 '플로렌스 퓨'
'어벤져스4: 엔드게임'에서 블랙 위도우 나타샤가 숭고한 죽음을 맞이했다. 이후 나타샤의 과거를 그린 솔로 무비 '블랙 위도우'가 베일을 벗으면서, 옐레나 벨로바가 자연스럽게 MCU에 입성 했다. 원작에서 2대 블랙 위도우인 옐레나가 영화에서도, 나타샤의 뒤를 이을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블랙 위도우'를 본 관객들 중 옐레나 벨로바를 매력적으로 담아낸 배우 플로렌스 퓨에게 입덕한 이들이 적지 않다. 블랙 위도우로서 피지컬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플로렌스 퓨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와 같은 우려를 넘어섰다.

플로렌스 퓨는 잉글랜드 배우로, 2014년 영화 '폴링'을 통해 배우로 데뷔 했다. 이어 2016년 개봉한 '레이디 맥베스'에서 캐서린 레스터 역으로 열연, 영국 독립 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았다.
'작은 아씨들'  플로렌스 퓨./
'작은 아씨들' 플로렌스 퓨./
플로렌스 퓨의 존재감이 확실히 드러난 것은 2019년 영화 '작은 아씨들'이다. 이 영화에서 에이미 마치 역을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무엇보다 박찬욱 감독의 뮤즈로,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하다. 박 감독은 2018년 직접 연출한 BBC 6부작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주연으로 플로렌스 퓨를 캐스팅 했다. 그러면서 "'레이디 맥베스'를 보고 그녀를 선택 했다. 나이도 어린 젊은 배우가 영화 전체를 장악한다"고 칭찬했다.

과연 플로렌스 퓨가 MCU의 새로운 히어로로서, 전세계 MCU 팬들도 장악할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그는 2021년 디즈니 플러스에서 방영될 드라마 '호크아이' 출연을 확정했다. 옐레나의 등장은 계속된다. 플로렌스 퓨의 활약은 이제 막 시작 됐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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