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휴점 선언에도 영화관 수 증가
CGV 12개·롯데시네마 3개·메가박스 1개 순
장기 계약에 발목 잡혀 눈물의 출점

같은기간 CGV 4761명 감원
구조조정 핑계로 직원만 내보낸거 아니냐는 비판도
[김지원의 인서트]멀티플렉스 3사. 코로나 불황에도 15개월간 영화관 16개 늘려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목요일 오후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 불황에도 장기계약 발목, 눈물의 신규 출점"

CJ CGV, 롯데시네마 등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1년 넘은 코로나 불황에 시달리면서도 영화관 수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5~20년씩 맺은 장기 계약에 발목이 잡혀서다.

국내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지난 3월말 기준 전체 지점수는
417개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말(401개)보다 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는 CGV가 168개에서 180개로 증가하며 12개 지점이 늘었고, 131개에서 134개로 늘어난 롯데 시네마가 3개 지점이 늘어나며 뒤를 이었다. 메가박스 역시 같은기간 102개에서 103개로 1개 지점이 늘었다.

코로나19로 영화계가 괴멸적 타격을 받았지만, 쉽게 영화관을 줄이지 못하는 것은 장기계약에 발목이 잡혀서다. 신규점 출점은 이미 2~3년 전부터 계획돼왔기 때문에 지금 당장 중단하기 어렵고, 극장 임대차 계약은 주로 15~20년 장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운영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멀티플렉스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상영관협회는 영화관 임대료 부담에 대한 경감책을 마련해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관객의 발길이 끊긴 극장의 모습. / 사진=텐아시아DB
코로나19 사태로 관객의 발길이 끊긴 극장의 모습. / 사진=텐아시아DB
멀티플렉스 3사는 코로나 이후 너나 할것 없이 몸집 줄이기에 뛰어 들고 있다. CGV는 지난해 10월, 3년 내에 119개 전국 직영점 중 35~40개를 줄이기로 하고 단계적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롯데시네마도 지난해 11월 전국 100여개 직영관 중 손실이 막대한 20여개 지점을 폐점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시네마는 실제로 서울 중구 황학점, 청주점, 인천 검단점, 파주아울렛점, 구미 프라임1번가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하지만 신규점 출점이 이어졌고, 결국 지점수는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멀티플렉스 3사는 장기계약에 덫에서 나오기 위해 직영점을 위탁운영점으로 바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최근 일산 주엽점을 직영에서 위탁으로 전환했다. 기존 확보된 고객층을 경쟁사에 뺏기지 않고 전체 지점수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여전한 가운데서도 최근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가 관객몰이에 성공한 사례를 보면, 볼거리가 있다면 결국 관객이 극장을 다시 찾는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라며 "OTT와 차별화되는 극장만의 경쟁력과 관객을 유입시킬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영화관들이 희망퇴직 등의 방법으로 직원들을 정리해 불황을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위약금 부담 등의 눈치 때문에 영화관은 줄이지 못하면서 경영상의 이유로 직원만 줄인다는 지적이다. 2019년 말 7068명이던 CGV의 직원수는 3월말 2301명으로 71.3% 감소했다. 15개월마마에 4761명이 직장을 잃은 것.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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