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문석, 영화 '파이프라인' 주연
울산의 레전드 용접공 접새 役
"못해본 코미디 연기 많아 고민"
황치열 주연, 음악영화 연출 '준비중'
배우 음문석./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배우 음문석./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데뷔 16년 차다. 그런데도 갓 데뷔한 신인처럼 겸손하다. 영화 '파이프라인' 홍보를 위해 진행한 화상 인터뷰 자리에서 질문을 던진 기자들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 연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가수에서 배우로, 오랜 시간 연예계에서 우여곡절을 다 겪던 음문석이 상업영화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런 큰 영화도 처음이고, 무대 인사도 처음 해 봤다. 대형 스크린에 제 얼굴이 제대로 나온 것도 처음이어서 너무 설레고, 기쁘고 행복하다"라며 웃었다.

"영화에서 처음 주연을 맡았어요. 유하 감독님 작품이라면 '지나가는 행인1' 역할이라도 무조건 했을 겁니다. '주인공이다'라는 생각보다 내가 해야 할 일, 극 중 접새가 해야 할 일이 뭘까에만 집중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등을 연출한 유하 감독이 6년여 만에 신작을 들고 나왔다.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등이 출연, 국내 최초로 도유 범죄를 다룬 영화 '파이프라인'이다. 음문석은 이 영화에서 울산의 레전드 용접공 접새 역을 맡아 특유의 코믹 연기를 펼치며 극의 재미를 이끌었다.

음문석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가벼운 사람처럼 보이지만 감정선이 많은 친구다. 까딱 잘못하면 영화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캐릭터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다"라며 "그래도 워낙 재미있고 중요한 역할이라 행복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음문석은 경상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소화하며 캐릭터를 찰떡같이 그려냈다. 충청도 출신인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3개월 동안 열정을 쏟아부었다. 음문석은 "경상도 사투리는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다. 사투리를 단순히 흉내 내면 어색할 테고, 그렇게 되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몰입도가 떨어질 것 같았다. 또 함께 연기하는 동료들에게도 피해가 될 것 같았다"라며 "사투리에 대한 깊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더라. 주변에 있는 경상도 출신 배우들을 통해 지역 정서를 먼저 파악했고, 그들에게 도움을 받아 연습을 거듭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인국은 최고의 사투리 선생님이었다. 음문석은 촬영 전 틈날 때마다 서인국에게 레슨을 받았다. 그는 "서인국이라는 좋은 동료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너무 좋은 사람이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음문석은 "함께 연기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정말 철저하게 캐릭터를 연구하고 준비하는 배우다. 특히 집중력이 정말 좋다.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더라"라고 칭찬을 늘어놨다.
배우 음문석./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배우 음문석./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음문석은 2019년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장룡 역을 맡아 외모부터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까지 마성의 매력을 뿜어내며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됐다. 이후 출연한 여러 작품에서도 임펙트 있는 코믹 연기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파이프라인'에서도 최근 음문석이 보여왔던 스타일의 개성 넘치는 연기가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코믹적인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을까.

음문석은 자신이 연기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이유가 "주성치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힘든 시절 혼자 극장엘 갔다. 원래 주성치 팬이었는데 '소림축구'를 보면서 '나도 저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주성치를 보면서 연기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털어놨다.

아울러 음문석은 "걱정은 1도 안 한다. 코미디도 다 같은 코미디가 아니다. 굉장히 많은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직도 할 수 있는 코미디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라며 "일단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많이 보여 드리고 싶다. 지금은 그저 밝고 재미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 드리면서, 대중에게 '이 친구가 나오면 기대돼'라는 소릴 듣고 싶다. 팬들에게 행복함을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얼마 전 방송된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오랜 무명시절 겪었던 음문석의 속사정이 밝혀졌고, 그는 데뷔 초기부터 자신에게 무에타이를 가르쳤던 관장님의 위로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와 관련해 음문석은 "뒤에서 혼자 우는 스타일인데 그날은 어쩔 수 없었다. 제 앞에서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 제가 잘 돼서 좋다며 우는데, 저도 모르게 따라 울게 되더라"라며 머쓱해 했다.

음문석은 2005년 그룹 SIC로 데뷔해 몬스터즈, 베베몬 등을 거쳐 가수로 활동했다. 2016년쯤부터 연기를 시작해 주로 단역으로 활동하다 '열혈사제'를 통해 오랜 무명에서 벗어나게 됐다.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해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을 것이다.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보다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다. 아무래도 먹고 사는 일 때문에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주변에 많은 것들이 눈에는 보이는 데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중간중간 남몰래 울기도 많이 했다"라며 "그때마다 한강을 바라보면서 제가 생각하는 꿈을 되새겼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움직이자'라고 마음을 다지면서, 일이 되든 안 되든 바쁘게 정신없이 움직였다. 제 흔적을 최대한 많이 남기려고 노력하면서 버텼다"고 털어놨다.

"'성공'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루하루 살면서 제가 변화하는 것에 행복함을 느낍니다."

오랜 무명 끝에 드디어 빛을 봤지만, 그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여전히 자신을 갈고닦는다. 음문석은 "'한 만큼 나온다' 라는 생각이다. 언제 어디서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힘들다. 아직 너무나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매일 (연기) 연습하고 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배우 음문석./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배우 음문석./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음문석은 "'이다음에 어떻게 돼야겠다'라는 생각보다 '오늘,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을 후회 없이 살자'는 주의다"라며 "그래서 스케줄 없는 날도 너무 바쁘다. 1분 1초, 온전히 나의 시간을 써야 한다"라고 소신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가수 황치열을 주인공으로 단편영화를 준비 중이라는 따끈한 소식을 전했다. 음문석은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을 하는 것은 취미일 뿐, 대단한 걸 하겠다는 마음은 아직 없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영상으로 담고 싶은 생각뿐이다"라며 "음악 관련된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치열이에게 제안했다. 치열이도 흔쾌히 오케이 해줘서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음문석은 황치열에게 영화를 제안하게 된 배경에 대해 "평소 제가 작품에 들어가기 전 리딩을 함께하는 친구 중 한 명이다. 어느 날 리딩을 같이 하자고 했는데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그래서 '나랑 같이 한번 하자'라고 말했고, 이게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열혈사제'로 2019년 SBS 연기대상 남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음문석은 "영화로도 신인상을 받아보고 싶다. 평생 한 번 받아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바람을 드러냈다.

'파이프라인'에서 음문석의 비중은 상당하다. 그런 의미에서 음문석 자신에게도 남다른 작품임이 틀림없다. 그는 "장르를 떠나, 유하 감독님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데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영화는 더욱 밀도 있고 의식이 있어야 한다. 제가 가진 순발력, 어떠한 재능을 다 제외하고 내면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라고 고백했다.

아울러 음문석은 "'파이프라인'은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왔다가 가볍게 나갈 수 있는 작품이다. 어느 순간 영화가 끝났다 느낄 정도로 시원하게, 사이다처럼 볼 수 있는 영화다"라고 홍보해 기대감을 안겼다.

마지막까지 음문석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귀한 시간 감사하다. 앞으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 모여드릴 테니 지켜봐 달라"며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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