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X천우희 주연 '비와 당신의 이야기'
클리셰 범벅의 청춘 멜로
주연보다 분량 많은 특별출연 강소라?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포스터 /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포스터 /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레트로 감성의 그림들만 붙여놓으면 그럴싸한 감성 멜로 영화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지루한 시간만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다.

뚜렷한 목표 없이 삼수생 생활을 하고 있던 영호(강하늘 분)는 어느 날 문득 어린시절 기억 속에 있던 소연이라는 친구에 대해 떠올린다. 수소문해서 소연의 주소를 알아낸 영호는 무작정 손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소연은 겨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정도로 심각하게 아픈 상태. 소연의 동생 소희(천우희 분)는 언니를 대신해 'from. 소연'을 단 답장을 보내면서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소연이란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던 소희는 영호에게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찾아오지 않기'라는 규칙을 정하지만 영호는 12월 31일에 만나자고 제안한다. 이에 소희는 그날 비가 온다면 만나겠다고 답한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스틸 /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스틸 /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정통의 감성 멜로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낡아빠진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감성 멜로 장르는 어디서 본 듯하더라도 가슴에 스며드는 애틋하고 따뜻한 이야기라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관객들에게 환영 받는다. 하지만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너무도 진부하고 작위적이다. 감수성을 쥐어짜낸 '대사를 위한 대사'는 손발을 오글거리게 만든다.

너무 많은 불필요한 캐릭터들은 스토리에 집중을 흐릴 뿐이다. 두 주인공은 편지를 매개로 관계를 이어가기 때문에 같이 등장하는 장면은 찾기 어렵다. 영화는 영호와 소희가 함께하는 시간보다 각각의 삶과 그들 주변인에 대한 이야기에 시간을 과하게 할애한다. 특히 강소라가 연기한 수진 캐릭터는 종잡을 수가 없고 등장 이유에도 의심이 간다. 수진은 영호와 같은 재수학원을 다니는 삼수생인데, 영호를 짝사랑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심지어 주연배우보다 특별출연인 강소라의 출연분이 더 많게 느껴진다. 이로 인해서 영호가 수진과 (소연으로 알고 있는) 소희를 저울질하는 것처럼 보인다. 순수성이 강조돼야 할 청춘 멜로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듯한 영호의 모습은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다.

안타까운 점은 허접한 스토리 가운데서도 배우들의 연기력은 빛난다는 것이다. 강하늘은 불안하지만 찬란한 청춘의 얼굴을 하고 있고, 천우희 역시 맑고 씩씩한 모습으로 밝은 에너지를 전한다.

감독은 빠른 속도감을 따라가기 힘든 세상에 '기다림의 가치'와 '사람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하며 한 템포 쉬어갈 수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의 속도감은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엔 지쳐버리게 한다. 위로를 얻으러 갔다가 답답함만 가지고 나오게 할 영화다.

오는 28일 개봉. 전체 관람가.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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