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 최초 동남아 배경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최영재 애니메이터 "현지인도 공감할 수 있게"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챙이 넓은 고깔 모양의 모자를 쓰고 새우, 버섯, 레몬그라스 등 똠양꿍을 연상시키는 수프를 먹는 공주. 디즈니가 자사 애니메이션 최초로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 주인공 라야의 모습이다.

이 영화는 생명체를 돌로 만들어버리는 악의 세력 드룬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쿠만드라 땅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드래곤 시수를 찾아떠나는 라야의 모습을 그린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비백인 문화권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업에서 "현지인들이 봤을 때도 진정성 있고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리서치를 선행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영화를 위해 동남아 7개 나라를 제작진이 탐방하러 간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에서 현지 전문가들과 다방면의 협력을 통해 영감을 얻었어요. 스토리를 비롯해 의상, 음식, 건축양식 등 영화 속 모든 구성들에 적용됐죠. 특정 국가나 특정인을 대표하는 건 아니고 이들 지역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풍습을 반영했어요. 우리 한국도 포함해서 말이죠. 이 영화의 감독님들이 다 백인인데, 프리프로덕션 때 회사 내 아시아계 아티스트들을 모아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어요. 저도 참석했죠. 문화적·정서적으로 올바르게 표현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디즈니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작업에 참여한 최영재 애니메이터 /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디즈니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작업에 참여한 최영재 애니메이터 /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극 중 '심장의 땅' 족장 딸인 라야는 씩씩하고 당찬 전사로 묘사된다. 라야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구불구불한 칼날이 독특한 검은 동남아 지역에서 숭배하는 칼날 케리스를 닮았고 라야의 액션은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동남아 지역 전통 무술을 연상시킨다. 이는 인도네시아 전통 무술 펜칵실랏와 필리핀의 무술 칼리, 아르니스 등의 움직임이 활용됐다고 한다.

"동남아 지역의 무술을 참고했습니다. 실제로 무술하는 분들이 스튜디오에 와서 장면에 맞게 연기를 해주기도 했죠. 저희는 그걸 카메라로 촬영하고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고했어요."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포스터 /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포스터 /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에 따라 극장과 디즈니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에서 동시 공개된다. 최 애니메이터는 코로나로 인해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도 바뀌었다고 전했다.

"모든 프로덕션이 집에서 이뤄졌어요. 450명의 아티스트가 각자의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디즈니 파이프라인을 유지하면서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을 마쳤어요. 재택의 단점은 제가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동료들에게 바로 조언을 구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시스템 접속 툴이나 장비 등도 회사에서 지원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직접 해결해야 할 때도 있죠. 하지만 장점은 제가 일에 더 집중하고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에요. 아티스트 모두 각자의 집에서 작은 스튜디오 하나씩을 운영하는 셈이죠."

최 애니메이터는 디즈니 근무 14년 차로, '겨울왕국' 시리즈, '주토피아', '모아나', '주먹왕 랄프' 시리즈, '라푼젤' 등의 작업에 참여했다. 10년 이상 일하며 느낀 디즈니의 가장 큰 변화는 "2D에서 3D로의 진화"라고 말했다. 애니메이터로서 앞으로 그의 계획은 무엇일까.

"앞으로 디즈니에서 나올 작품들, 내년에 나올 작품, 내후년 100주년을 기념해서 나올 작품 등에서 관객들이 기억에 남을 만한 신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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