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가족의 미국 정착기 다룬 영화 '미나리'
한예리, 희생과 헌신 보여주는 어머니役
아카데미 유력 후보 거론 "'기생충'과는 완전히 달라"
영화 '미나리'의 배우 한예리 / 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미나리'의 배우 한예리 / 사진제공=판씨네마


자신의 희생이 있더라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모습. 70~80년대 한국 서민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어머니상이다. 영화 '미나리'에서 한예리가 연기한 모니카는 이처럼 온정과 강단을 모두 갖춘 아내이자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덤덤하게 그린 작품이다. 한예리의 모니카는 가족 구성원을 연결해주고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모니카를 연기할 때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과의 관계였어요. 모니카는 왜 제이콥의 곁에 있을까, 왜 그를 사랑하는 것일까, 모니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뭘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모니카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가장 큰 부분은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것이 뿌리가 돼 이 가족을 꽉 지탱하고 있어요. 가정의 해체를 원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아이들을 더 나은 환경에서 기르고 싶은 엄마, 제이콥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아내,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내재된 인물이에요."
영화 '미나리' 스틸 / 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미나리' 스틸 / 사진제공=판씨네마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식물 미나리. '미나리'라는 영화의 제목부터가 이 영화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어디서도 뿌리를 잘 내리는 미나리의 모습은 낯선 땅에 정착하고자 하는 가족의 굳센 모습을 시사한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사회에서 영화가 더욱 공감을 얻는 이유다.

"미국은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다양한 문화가 부딪히며 형성된 나라에요. 한국인 이민자를 예로 들면 이들은 밖에 나가면 미국인들과 섞여서 살아가고 그들의 언어를 쓰지만 집에 돌아오면 또 한국인으로 살아가요. 미국인도 되지 못하고 한국인도 되지 못한, 중간에 있는 느낌을 받아왔을 겁니다. 동양계 미국 이민자라는 정체성을 두고 덩그러니 오랜 시간 떠 있었을 거예요. 이 영화를 보는 이들이 그런 부분을 공감해주는 것 같아요."
영화 '미나리'의 배우 한예리 / 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미나리'의 배우 한예리 / 사진제공=판씨네마
'미나리'는 제78회 골든글로브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나리'의 '국적'이 미국임에도 '외국어영화'로 분류된 것을 두고 현지 언론과 영화인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어찌됐든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 양대 시상식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 수상은 뜻깊은 일이다.

"매일매일 좋은 소식이 들려서 기쁘고 선물 같아요.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고 있지는 않아서 그런지 이 시간들을 덤덤하게 넘어가고 있고, 또 그게 제 스스로에게 좋은 것 같아요. 다음 작업을 위해서도 그게 좋은 것 같고요. (오스카 레이스를) 즐겁게 하고 있어요."

'미나리'는 아카데미 주요 부문의 유력 후보롣 거론되고 있다. '미나리'의 한국어 엔딩곡인 '레인 송(RAIN SONG)'은 이미 이번 아카데미의 음악가, 주제가상 2개 부문의 1차후보로도 지명됐다. 이 곡은 한예리가 작사에 참여하고 직접 가창하기도 했다. 오는 15일(미국 현지시간) 발표될 아카데미 최종 후보에 '미나리'가 오를 수 있을지, 수상으로도 이어질지 한국에서도 기대감이 높다.

"'제2의 '기생충'이다', '오스카에서 꼭 수상해야 한다' 등 많은 기사가 나고 있는데, 사실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르기에 한국 관객들은 미국 관객들과 또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실망하실 수도 있을 수도 있고요. 확실히 '기생충'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고 이 영화만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미나리'의 배우 한예리 / 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미나리'의 배우 한예리 / 사진제공=판씨네마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등을 비롯해 지금까지 171개 노미네이트, 78관왕 등의 타이틀로 인해 '미나리'는 떠들썩한 영화가 됐지만 사실 저예산, 촬영 25회차의 작은 영화로 시작했다. 이에 촬영에 고충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점이 '미나리'의 팀워크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 '팀 미나리'가 에어비앤비로 구한 숙소에서 함께 지냈다는 사실은,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로서 어쩌면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큰 시상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마음이 들뜰 법도 한데 한예리는 '팀 미나리'와의 작은 행복을 돌아보며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집에 모였던 모든 사람들과 다시 모여서 밥을 먹고 싶어요. 매일 함께 식사한 기억이 가장 오래 남더라고요. 지금은 그게 가장 아쉽고 그리워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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