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오, 영화 '새해전야'서 패럴림픽 스노보드 선수役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낸 캐릭터"
"아내 니키리, 나를 지탱해주는 사람"
"고생한 시절, 돌아보면 아름다운 과정"
영화 '새해전야'의 배우 유태오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새해전야'의 배우 유태오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와 큰 키에 훤칠한 외모, 그리고 해맑게 미소와 밝은 기운까지 자꾸만 눈길이 가는 배우가 있다. 독일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분명한 한국인 배우 유태오다. 매번 전작들과 전혀 다른 역할을 찾는다는 유태오가 영화 '새해전야'로 사랑꾼이 되어 돌아왔다. 이번 영화는 사랑에 여전히 미숙한 네 커플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냈다.

유태오는 이번 영화에서 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래환 역을 맡았다. 설원을 가르며 멋지게 하강하는 유태오의 모습은 관객들을 설레게 하는 대목. 유태오는 실제 패럴림픽 스노보드 선수의 동작이나 몸짓 등을 참고해 캐릭터를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어갔다.

"국가대표 패럴림픽 스노보드 선수인 박항승 선수를 모델로 삼아 캐릭터를 준비했어요. 박 선수가 걸어 다니는 모습이나 스노보드 타는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을 보며 피지컬에 관해 연구했고 나중에 촬영 현장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죠. 영화에도 잠깐 등장하세요. 유인나 씨가 극 중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분이 실제 박 선수에요. 다리를 클로즈업하는 장면도 박 선수가 다리 대역을 해주셨어요. 박 선수를 비롯해 국가대표 선수 분들이 촬영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낸 캐릭터에요."
영화 '새해전야' 스틸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새해전야' 스틸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건장한 체격을 가진 유태오는 사실 학창시절로 농구선수로 활동했다. 농구선수의 꿈을 키웠지만 십자인대 파열, 아킬레스건 부상 등을 겪으며 다른 길을 고민해야 했다. 운동선수라는 경험 덕에 유태오는 "살짝 노스탤지어가 느껴지기도 했고 아무래도 배역에 몰입하기 편했다"며 극 중 래환의 고충과 고민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연기자로 전향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연기는 제가 21살에 만나게 됐어요. 연기라는 자체가 저한테는 힘이 됐어요. 어떻게 보면 운동선수와 배우는 똑같은 퍼포머라고 할 수 있어요. 운동선수의 경기장과 배우의 무대는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어요. 연기라는 게 행위예술 안에 들어가는 것이고, 스포츠 또한 엔터테인먼트의 범주에 있어요. 제가 연기를 만났을 때 '내가 이런 걸 원했구나' 알게 됐죠."
영화 '새해전야'의 배우 유태오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새해전야'의 배우 유태오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유태오는 2007년, 11살 연상의 사진작가 니키리와 결혼했다. 최근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뉴욕에서 시작된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태오는 "니키와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는 게 신기하다. 작품 홍보 차 예능에 출연했고, 우연히 결혼 얘기가 나와서 짧게 대답했는데 폭풍 같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신기했다"며 웃었다.

"니키도 지금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요. 각자 자기 일을 열심히 해가면서 같이 살고 있죠. 소통을 많이 해요. 니키는 미학, 교양, 사회성에 시나리오 분석까지 모든 면에서 저를 지탱해주는 사람이고 파트너예요. 우리는 매일 작업과 음악과 음식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놀아요. 하하."
영화 '새해전야'의 배우 유태오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새해전야'의 배우 유태오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진솔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태오는 SNS 라이브방송을 통해 팬들과 직접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종종 가지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특별한 소통법을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 주변의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명)에게 물어보기도 했단다. 그는 단점도 솔직하게 드러내고 소통하는 것이 자신감 있어 보이는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저도 예전부터 라이브방송을 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곤 했어요. 팔로우 수가 500명밖에 안 됐을 때는 라방에 들어오는 팬들이 네다섯 명뿐이기도 했죠. 그때나 지금이나 팬들과 친구처럼 소통해요 드라마 '머니게임' 이후에 제가 벨기에서 촬영 중에 라방을 한 적 있는데 팬 숫자가 갑자기 확 늘어서 3000~4000명이 들어온 적도 있었어요. 팬들과 편하게 소통하다 보면 유대가 생기는 것 같고 건강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영화 '새해전야'의 배우 유태오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새해전야'의 배우 유태오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레토'에서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이 됐던 유태오. 이 영화가 2018년 열린 제71회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유태오에게도 이목이 쏠린다. 이후 그는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등 굵직한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짧은 시간 반짝 스타로 떠오른 것 같지만 사실 오랜 시간 연기자로서 내공을 쌓아온 덕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과다. 유명세를 얻게 되면서 힘든 일은 없을까. 유태오는 "하나도 없다"며 싱긋 웃었다.

"고생한 시절도 있었지만 로맨틱한 시선으로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면 꼭 필요했고 아름다운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알게 된 최근 2~3년이 그리 짧은 시간이라고 느껴지진 않아요. 저는 이러한 2~3년을 상상하며 15년을 살아왔고, 그간 많은 준비를 해왔고 도전하고 실천해왔어요. 그렇기에 지금의 제 모습이 하나도 버겁지 않아요. 기분 좋은 일이죠. 하하."

최근 한국에서 작품 활동이 활발했던 유태오는 "꼭 한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진 않다"며 "요즘은 공동제작도 많고 넷플릭스 투자도 활발한데다 애플TV '파친코'처럼 해외 제작사가 한국에 들어와 작품을 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며 유연한 활동에 대해 열어뒀다. 또한 "'새해전야'를 찍은 후 유럽을 오가며 해외드라마 한 편을 준비했는데 올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해 기대감을 높였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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