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한국영화 최초 우주 SF
송중기·김태리·진선규·유해진 팀 케미 돋보여
쾌감 있는 우주선 액션신
즐비한 클리셰 아쉬워
영화 '승리호'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오로지 딸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아빠,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 등 클리셰가 즐비하다. 하지만 한국 최초의 우주SF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한 도전정신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다.

2092년, 사막화가 극심하게 진행된 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 우주개발기업 UTS 회장 제임스 설리반은 병든 지구를 피해 우주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 UTS를 만들었다. 하지만 UTS는 선택된 인류, 겨우 5%만 갈 수 있는 특별한 곳. UTS 비시민 중에는 노동 비자를 받아 우주를 빠른 속도로 지나다니는 우주쓰레기 청소를 하는 우주쓰레기 청소부들이 있다. 승리호의 장 선장(김태리 분), 조종사 김태호(송중기 분),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분),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 분)는 이 일로 근근이 먹고 산다. 하지만 어째 일을 하면 할수록 세금이니 우주선 수리비니 늘어나는 건 빚뿐이다. 어느 날 쓰레기 수거 중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이들은 '신고하라'는 UTS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도로시를 거액과 맞바꾸기 위한 위험한 거래를 계획한다.
영화 '승리호'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승리호'는 한국영화로는 처음 우주SF 장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제작비 240억이 들었고 1000여명의 VFX(시각특수효과) 전문가들이 투입됐다. 광활한 우주와 우주에 마련된 UTS를 비롯한 각종 생활공간, 생활감이 가득 묻어나는 투박한 승리호 내부까지 실감나게 구현됐다. 간혹 우주의 모습이나 로봇 업동이가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지는 이질감도 있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큰 위화감은 없다. 우주선의 속도감이 생생히 느껴지는 전투신도 박진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다만 이 박진감을 큰 스크린과 극장 사운드를 통해 느꼈다면 더욱 배가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승리호'의 시간적 배경인 2092년이라는 근미래에 지구는 황폐해졌고, 우주에는 선택된 자들만이 살 수 있는 새로운 보금자리 UTS가 존재한다. 지구의 거리는 온통 누런 먼지들로 뒤덮였고 풀 한 포기조차 제대로 자라지 못하며 마스크 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반면 UTS에서는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가족들과 단란하게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 이처럼 '승리호'는 지구라는 '아랫 세계'와 UTS라는 '윗 세계'로 분리된 계급사회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현재의 우리 사회도 돌아보게 한다.
영화 '승리호'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승리호 선원 캐릭터들이 한 명 한 명 크게 돋보이진 않지만 함께 모였을 때는 에너지가 발휘된다. 구멍 난 양말로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도 승리호를 능숙히 조종해내는 여유로운 태호를 송중기는 능글맞게 연기해냈다. 또한 그 이면에 딸을 잃어버린 아빠로서의 절절한 마음도 복합적으로 담아냈다. 진선규는 거칠어 보이지만 여린 감성을 가진 캐릭터로 웃음을 보탠다. 유해진은 모션 캡처 연기로 구현해낸 로봇 업동이를 영화의 마스코트로 만들어냈다.

다만 스토리 측면에서는 예상 가능한 뻔 한 이야기들이 이어져 아쉬움이 남는다. 부성애 코드로 감동 짜내기를 하더나 오합지졸 평범한 인물들이 히어로가 되는 식이다. 빌런 캐릭터는 이 평범한 히어로들이 부각될 만큼은 악독하고 강렬하지 못해 김이 빠진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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