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자매' 주연 문소리
"캐릭터 끌어안기까지 시간 걸렸다"
공동 제작자로도 참여
"투자자와 밥 먹기도 했다"
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기술 시사회 때 저는 이 영화의 참여자로서 날을 세우고 봤어요. 여러가지를 체크해야 했으니 인물의 감정에 집중해서 따라가지 못했죠. 그런데 김선영, 장윤주는 완성된 영화를 보곤 끌어안고 엉엉 울더라고요. 창피하게 배우가 자기 영화를 보고 그렇게 우냐고 놀렸는데 그 다음에 부산영화제 가서 봤을 때 제가 그렇게 눈물이 났어요. 두 배우가 '이 언니는 우리 운다고 놀리더니 자기가 운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제 삶으로 고통스럽게 다가온 부분도 있었고 깔깔 웃으며 재미난 부분도 있었어요."

영화 '세자매'의 출연 배우이자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문소리는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어가는 이야기. 문소리는 세 자매의 둘째 미연 역을 맡았다. 문소리는 자신과 달라 보이는 캐릭터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미연이 저와 굉장히 다르게 살아왔는데도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사람이란 게 허술할 때도 있고 잘 모를 때도 있는데 미연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게 잘 안 되는 거죠. 제 성격 중 그런 면을 저도 좋아하진 않아요. 그러니까 미연을 더 알겠고, 아니까 왠지 짜증나기도 하고…. 그래서 한 번에 정을 확 줄 수가 없던 거죠. 캐릭터를 끌어안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영화 '세자매' 문소리 /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 '세자매' 문소리 /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극 중 미연은 잘나가는 교수 남편에 말 잘 듣는 아들, 딸이 있고 신도시 큰 평수 아파트에 살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교회에서는 성가대 지휘자로 동료 신자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남 부러울 것 없이 완벽한 삶을 사는 듯 보였던 미연이지만, 남편이 성가대 단원과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인한 가족 갈등이 다시 터지게 되면서 삶에 균열이 생긴다. 실제로는 불자인 문소리는 촬영을 위해 교회에 다니며 예배를 보기도 하고 찬송가와 지휘법도 배우면서 교회 문화와 미연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문소리는 "'1일 1찬송가' 피아노 치기도 하고 유튜브의 '찬송가 전곡듣기'를 촬영 현장에서 틀어놓기도 했다"며 웃었다.

"미연에게는 아마 가정에서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한 사랑과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곳이 교회였을 것 같아요. 거기서 인정받고 성장하면서 자신도 발전해나간 경험이 컸을 거예요. 미연 캐릭터의 배경에는 이 점이 강하게 깔려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점점 교회에 애착, 심지어는 집착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영화가 편파적 시선으로 종교를 바라보고 비판하진 않아요. 그래서 영화에서 목사님이나 신도들의 모습도 다양하죠. 종교에 대한 경험이 미연 같은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거예요. 감독님도 그런 부분에 대해 열어두고 각본을 쓰고 연출했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죠."
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문소리는 처음 이 영화 제안이 왔을 때 함께 전달받은 초고를 본 후 보편성과 흡입력 넘치는 이야기에 매료돼 공동 제작자가 되어 영화를 함께 발전시켜나갔다. '해피뻐스데이'를 맡았던 김상수 프로듀서가 예산 등 살림살이를 챙겼고 문소리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저도 예산 회의에 들어가기도 하고 투자 유치를 위해 편지를 쓰기도 했죠. 투자자와 밥을 먹기도 했고요. 하하. 대외적으로 김상수 PD가 그런 일을 주로 담당하고 저는 감독님과 시나리오를 발전시켜나가고 스태프를 구성하는 일을 주로 했어요. 프로덕션 캐스팅 과정에서도 많은 의견을 냈죠. 감독님은 첫째 희숙 역으로 김선영을 염두에 두고 계셨고, 김선영도 이 작품을 함께하고 싶어했는데 두 사람이 부부여서 그런지 강하게 어필을 안 하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김선영이 제일 잘할 것 같다고 강력 추천했죠. 장윤주도 우리 영화에 들어오면 또 다른 에너지로 큰 활력이 될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캐스팅했어요. 요새는 마케팅 회의에도 참석해서 홍보 방안에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하하."
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문소리의 영화 제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여배우는 오늘도'로는 제작, 연출, 연기를 직접 했다. 2018년에는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 '메기'에 주연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남편 장준환 감독과 함께 딸 연두 양의 이름을 딴 '영화사 연두'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인 문소리가 영화를 이토록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좋은 영화를 많이 보고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고 시도 좀 읽고 그러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것들이 우리 삶에 주는 위로와 위안이 커요. 없다면 삶이 너무 팍팍하지 않을까요? 지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영화를 저도 같이 참여해서 만들어가고 싶어요. 한때는 다음 작품이 없으면 어떡하나, 캐스팅 제안이 줄어들면 어떡하나 불안했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생기면 영화에 대해 더 생각해볼 수 있고 시나리오도 더 구상해볼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뀐 후에는 영화 하는 재미가 더 늘었어요. 영화와도 더 끈끈해진 기분입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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