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연·한예리·윤여정 주연 '미나리'
골든글로브 작품상 아닌 외국어영화상으로 분류
HFPA "대화의 50% 이상 영어 아냐"
美매거진 "인종차별주의" 비판
영화 '미나리' 스틸 / 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미나리' 스틸 / 사진제공=판씨네마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오스카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에서 한국어로 제작된 영화라는 이유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에 분류돼 아시아계 영화인들과 비평가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 땅으로 이민을 선택한 한국인 가족의 따뜻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지난 22일(현지시간)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최근 출품작에 대한 연례 심사를 마쳤다며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HFPA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나리'에서는 주로 한국어가 사용되기 때문에 외국어 영화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이에 영화계 인사들을 비롯해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인 룰루 왕 감독은 자신의 SNS에 "나는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건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자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이야기다. 오직 영어만 사용하는 것으로 특징짓는 구식의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글을 썼다. 룰루 왕 감독은 제77회 골든 글로브에서 '페어웰'로 '기생충'과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캐나다 방송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에 출연하고 있는 아시아계 배우 앤드루 풍은 "미국에서 촬영하고 미국인이 출연하고 미국인이 연출하고 미국 회사가 제작한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영화가 어쨌든 외국 영화라고 슬프고 실망스럽게 상기시킨다"고 전했다. 같은 시트콤에 출연 중인 시무 리우 역시 "그것보다 더 미국적인 게 뭐냐?"고 지적했다.

김윤진과 함께 미국 인기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했던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김도 "미국이 고국인데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영화 '미나리' 스틸 / 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미나리' 스틸 / 사진제공=판씨네마
연예매체 인디와이어의 수석 평론가 데이비드 에를리히는 "미국에서 다른 미국인들에게 둘러싸여 미국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본질적으로 미국 영화"라고 논했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잡지 페이스트의 영화 담당 기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거친 녀석들'도 영어 비중이 30% 정도밖에 안 되지만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며 '인종차별주의'라고 비판했다.

골든 글로브의 결정을 반대하는 영화계 인사들은 '미나리'가 한국어로 제작된 이유만으로 작품상 출품이 불가한 건, 지난번 오스카가 '기생충'과 함께 만든 의미 있는 행보를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고 연출했으며 이민자인 배우 스티븐 연이 브래드 피트와 함께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스티븐 연은 영화에도 출연하며 배우 한예리, 윤여정 역시 출연배우다.

매년 1월 열리던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코로나19 여파로 내년 2월 28일로 시상식을 미뤘다. 후보는 같은 달 3일 발표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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