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산의 부장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공수도', '찬실이는 복도 많지' 포스터./ 사진제공=각 영화사
영화 '남산의 부장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공수도', '찬실이는 복도 많지' 포스터./ 사진제공=각 영화사


올해 극장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극장 관객수가 급감했고, 여러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했다.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은 개봉 시기를 조율, 언제 관객을 만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부 영화는 결국 넷플릭스행을 선택하기도 했다. 어렵사리 극장에 걸린 영화들은 관객들의 발길이 끊긴 썰렁한 극장 스크린에서 상영을 이어갔다. 이러한 여파로 소리소문없이 VOD 시장으로 넘어간 작품이 꽤 많았다. 벌써 연말이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한 작품들이 너무나도 많다. 올해가 가기 전 놓쳐서는 안 될, 안방 1열에서라도 꼭 봐야 할 영화를 소개한다.
올해가 가기 전 꼭 봐야 할, 놓쳐서는 안 될 영화 4
남산의 부장들

개봉 2020.01.22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코로나19 여파로 유례없는 최악의 침체기를 맞았던 극장가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이룬 영화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우민호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과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 명배우들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사실 이영화는 코로나19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고,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극장 관객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한 1월은 8년 만에 영화관객에 최저로 떨어졌던 때다. 그런데도 최종 475만 명을 동원, 올 한해 한국영화 중 최고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남산의 부장들'이 올해 5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았다는 것은, 연기, 연출, 스토리 등 모든 면에서 관객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내년 초 열리는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올해의 끝자락까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아울러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 돼 화제가 됐다. '기생충'에 이어 또 다른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지도 모를 '남산의 부장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올해가 가기 전 '관람'을 적극 추천한다.
올해가 가기 전 꼭 봐야 할, 놓쳐서는 안 될 영화 4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개봉 2020.02.19
감독 김용훈
출연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진경

말 그대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직격탄으로 맞은 비운의 작품이다. 이례적인 감염병 발생에 당황해 개봉을 일주일 연기한 끝에 관객을 만났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출연해 압도적인 연기 앙상블을 선보였는데도 62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출발은 좋았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임 불구하고 개봉 첫날 7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급격이 줄어들었다. 이 영화는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평범한 캐릭터들이 만들어 내는 예측 불가 스토리, 숨 막히는 긴장감 속 블랙코미디 요소, 그리고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웃픈 공감대까지 자아낸다. 특히 팜므파탈 매력으로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전도연, 치매 노인으로 열연한 윤여정부터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보여주는 젊은 배우 신현빈, 정가람까지 배우들의 구멍없는 연기가 볼거리다.
올해가 가기 전 꼭 봐야 할, 놓쳐서는 안 될 영화 4
공수도

작지만 강한 작품이다. 마케팅 비용까지 총제작비 3억원을 들인 초저예산 영화다. 이는 어지간한 독립영화보다도 작은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로 관객수가 급감하면서 애초 예정했던 개봉일에 극장에 걸리지 못하고 IPTV로 직행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오뚝이 처럼 일어섰다. 한국영화 최초로 '역개봉'을 이뤄냈다. 극장 측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작품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IPTV에서 호평을 받은 이 영화를 개봉키로 한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배우들이 영화를 이끌고,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는데도 영화는 단단하다. 공수도에 능한 채영(정다은 분)이 새 학교로 전학 오면서 교내 불량 서클을 타도해 가는 과정을 담은 일종의 학원 액션물로, 흔한 소재지만 독립영화 특유의 생생함과 배우들의 신선함이 어우러져 지루할틈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영화 '마녀'에서 '긴머리'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정다은이 공수도 관장의 딸이자, 유단자인 채영을 맡아 존재감을 발휘한다. 앳된 얼굴로 반전 무술 실력을 자랑하며 통쾌함을 안기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무술소녀' 캐릭터를 통해 사이다 매력을 선사한다.
올해가 가기 전 꼭 봐야 할, 놓쳐서는 안 될 영화 4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개봉 2020.03.05
감독 김초희
출연 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 최화정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독립영화인데다 코로나19라는 치명타까지 맞았지만, '올해 화제의 독립영화'라 불릴 만큼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캐릭터 찬실을 연기한 강말금은 '백상 예술대상' '부일영화상' '영평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데 이어 '청룡영화상' 후보에도 노미네이트 되면서 더 큰 관심이 모아졌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평생 일복만 터진 찬실이가 실직한 이후 없던 복이 굴러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단편영화 '겨울의 피아니스트' '산나물 처녀' 등으로 주목받은 김초희 감독 장편 데뷔작이다. 특히 김 감독 특유의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연출 감각에, 극단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쌓아온 강말금의 연기력이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 최화정 등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힘을 더해 재미를 더했다. 이 영화는 꾸준한 관심과 화제 속에 지난 11월 재개봉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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