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정 주연 영화 '애비규환'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이혼·재혼 가정 이야기
당찬 임산부 役 정수정, 기대 이상의 캐릭터 소화력
영화 '애비규환' 포스터 / 사진제공=아토ATO, 리틀빅픽처스
영화 '애비규환' 포스터 / 사진제공=아토ATO, 리틀빅픽처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즐거움과 기쁨은 의외성에 의해 그것이 더욱 배가된다. 영화 ‘애비규환’이 그런 작품이다. 사자성어 '아비규환'을 패러디해 '아빠들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극'이라는 뜻을 담은 제목에서부터 재치가 넘친다.

스물 두 살에 고등학생 연하 남친 호훈(신재휘 분)과의 불꽃 사랑으로 임신을 하게 된 대학생 토일(정수정 분). 임신 5개월이 돼서야 부모님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며 출산 후 5개년 계획을 보한다. "너는 누굴 닮아 그 모양이냐"고 호통 치는 엄마 선명(장혜진 분)와 새아빠 태효(최덕문 분)에게 서운했던 토일은 친아빠 환규(이해영 분)를 찾아나서기로 한다. 하지만 막상 만난 친아빠 역시 실망스럽기만 하고, 이런 가운데 토일의 남친이자 예비 아빠인 호훈까지 연락이 두절된다.
영화 '애비규환' 스틸 / 사진제공=아토ATO, 리틀빅픽처스
영화 '애비규환' 스틸 / 사진제공=아토ATO, 리틀빅픽처스
'애비규환'은 새롭게 변화하는 가족 구조를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작품이다. 토일은 재혼가정에서 자란 인물. 또한 혼전임신을 한 상황. 영화는 이혼을 불행이라고 보는 만연한 사회적 인식을 깨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이혼·재혼 가정의 고민거리들을 가볍게 담지만도 않는다. 미묘하게 어색하고 불편함도 있는 새아빠와 토일,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가정을 동경하는 토일 등을 통해 경쾌하게 고민을 풀어나간다.

'애비규환'은 만화적 묘소가 가득한 작품이다. 예측을 벗어나는 기상천외 캐릭터들과 기대 이상의 재기발랄한 전개로 웃음을 자아낸다. 당차고 주관이 뚜렷한 토일, 어리바리하지만 토일을 향한 사랑만은 한결같은 호훈, 직업이 한자선생님이라 마치 외계어처럼 사자성어로 토일과 대화를 나누는 태효, 아빠가 체질에 안 맞다는 환규, 하와이안 셔츠로 자유분방함을 드러내는 호훈네 가족 등 개성 만점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무모해보이지만 화끈하고 위풍당당한 토일의 모습도 매력적이다. 정수정은 토일에 대해 "당당하다. 딱 요즘 여성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임산부를 연기한 정수정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다니고 앉을 때는 손으로 허리를 받치는 등 임산부 자세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그러면서 힙한 프린팅의 티셔츠나 빨간색 천 가방 등 의상과 소품으로 주관과 취향이 뚜렷한 토일의 면모를 디테일하게 표현해냈다. 영화의 의외성도 즐거운 대목이지만 자신의 첫 영화에서 기대 이상의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는 정수정 역시 '즐거운 발견'이다.

12일 개봉. 12세 관람가.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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