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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가 죽던 날', '애비규환'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 '콜' 포스터./
영화 '내가 죽던 날', '애비규환'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 '콜' 포스터./


올해 한국영화는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지난 10월 개봉한 고아성, 이솜, 박혜수 주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2주 넘게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1월에도 여배우들이 이끄는 다수의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12일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문정희, 김선영 등이 출연하는 영화 '내가 죽던 날'이 관객을 찾아온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그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 단편영화 '여고생이다'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박 감독은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가 죽던 날' 언론시사회에서 "일부러 여성 서사를 의도한 건 아니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우연히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가 됐다"며 "자기 삶에서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어려움을 갖고 있을 때 남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맞는 걸 찾다보니 여성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 김혜수와 이정은의 연기 시너지가 압권이다. '국가부도의 날'(2018) 이후 2년여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혜수는 극 중 사라진 소녀의 흔적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 역을 맡았다. 사건 이면의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의 집요함과 일상이 무너진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고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

특히 김혜수는 자신의 아픈 경험을 인물에 고스란히 투영시켰다. 김혜수는 "누구나 상처가 있다. 저 역시 아픈 구석이 있었는데 감독님과 풀어가면서 실제 제가 경험했던 감정, 상황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내가 죽던 날'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내가 죽던 날'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이정은은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섬마을 주민이자, 소녀의 마지막 행적을 목격한 순천댁으로 분했다. 이정은은 목소리 없이 몸짓과 표정만으로 순천댁의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명불허전 '연기파 배우'임을 입증했다.

김혜수와 이정은은 빈틈 없는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한국영화계의 여성 파워를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스무 살 노정의가 사라진 소녀 세진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한다.

이정은은 '내가 죽던 날'에 대해 "여성 서사라는 말 대신 '우리들의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더 입체적이고 풍부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수정, 장혜진, 강말금 등 여성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애비규환'도 '내가 죽던 날'과 같은날 개봉한다.

'애비규환'은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남자친구를 찾아 나서는 코믹극으로, 임신, 출산, 결혼, 이혼, 재혼 등 심각할지도 모를 가족사를 재기발랄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 '애비규환' 스틸./ 사진제공=아토ATO/리틀빅픽처스
영화 '애비규환' 스틸./ 사진제공=아토ATO/리틀빅픽처스
특히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 정수정은 '애비규환'을 통해 처음 스크린 주연을 맡아 한층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극 중 스물 두살의 5개월 차 임산부 김토일 역을 맡아 오롯이 '연기'에 집중해 인물을 그려냈다.

'기생충'으로 존재감을 알린 장혜진은 토일의 친엄마 배선명 역을 맡아 정수정과 '찐 모녀' 케미를 발산한다. 아울러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제29회 부일영화상,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한 강말금이 장호훈(신재휘 분)의 엄마 역을 맡아 깊은 연기 내공을 보여준다.

가수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힌 정수정을 주축으로 연기파 배우들이 힘을 실어주는 '애비규환' 역시 11월 극장가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18일에는 배우 이채영, 가수 조정민, 간미연 등이 출연하는 공포 스릴러물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도 개봉한다.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는 패션계 간판 모델에서 밀려난 '효정'(이채영)이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으로 요가학원에 입소하면서 겪게 되는 섬뜩한 현상을 그린 미스터리물. 외모지상주의 사회의 단면을 공포 스릴러로 풀어내, 올 가을 섬뜩함을 안길 전망이다.
영화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 스틸./
영화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 스틸./
KBS2 드라마 '비밀의 남자'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이체영을 필두로 트로트 계 섹시 스타 조정민,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 간미연이 합세해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조정민은 영화 데뷔작으로, 이종격투기부터 요가까지 다재다능한 면모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뿐만아니라 3월 개봉 예정작이던 영화 '콜'은 결국 넷플릭스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신예 이충현 감독이 연출했으며 박신혜, 전종서가 주연을 맡았다.

신선한 반전과 인상적인 롱테이크 기법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단편 영화 '몸 값'으로 제33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과 제11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단편상을 포함, 다양한 영화제를 석권했던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아시아를 사로잡은 박신혜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으로 주목받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한 전종서의 앙상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침체 돼 있는 한국영화계에서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힘을 더하고 있다. 몰입도 높은 연기력과 남다른 집중력으로 영화를 이끌고 있는 여배우들에게 그 어느때보다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때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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