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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 코로나19 여파로 침체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은 지난 22일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29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챙기며 2관왕을 차지했다.

남우주연상은 극 중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연기한 이병헌이 받았다. 이병헌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시종 절제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후반부에 분노를 폭발시키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병헌은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고 "이 작품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놀랍도록 잘하는 배우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다. 이 상을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병헌부터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등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제작 단계서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개봉 이후에도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력, 이들이 함께하며 뿜어내는 시너지에 호평이 이어졌고, 이는 곧 관객을 극장가로 불러 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 1월 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개봉 11일 만에 400만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무엇보다 '남산의 부장들'은 최종 475만명을 동원, 올 한 해 한국영화 중 최고 관객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손익분기점인 500만을 돌파하진 못했다.

사실 '남산의 부장들'은 코로나19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고,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극장 관객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한 1월은 8년 만에 영화관객에 최저로 떨어졌던 때다. 그런데도 5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아 올해 최고 관객수를 기록했다는 것은, 연기, 연출, 스토리 등 모든 면에서 관객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이슈시계] '남산의 부장들' 부일영화상 2관왕 … 영화처럼 묵직한 존재감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영화계는 그 어떤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이 선전했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도' 등 여름 성수기 개봉작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체면치레는 했지만, 많은 기대작들이 발길이 끊겨버린 극장에서 소리소문없이 내려왔고, 다수의 영화가 일정을 연기해 개봉 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남산의 부장들'이 또 한 번 희소식을 전했다. 오는 2021년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출품하게 된 것.

1929년부터 시작된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국제 장편영화 부문'에 나라마다 한 편만 작품을 출품할 수 있다. 올해는 '남산의 부장들' 한국영화를 대표하게 됐다.

애초 '외국어 영화상'으로 불렸으나 올해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부터 '국제장편영화 부문'으로 개편됐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이 부문에서 수상했다. '기생충'은 국제장편영화 부문을 포함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영화사를 다시 썼다.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한국 영화 출품작 선정 심사위원 측은 "아카데미상은 미국의 영화상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난해 '기생충'의 수상으로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의 영화들이 경쟁하는 영화제라는 것을 과시했다"며 "또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고 밝혔다.

'남산의 부장들'을 출품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관해 "전후 비약적인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고, 지금은 문화적인 흐름을 선도하는 한국의 다소 어두운 역사를 정면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영화"라며 "미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이병헌 배우의 연기도 뛰어나다. 보다 많은 한국의 영화가 세계의 관객에게 공개되고,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영화계에서 '남산의 부장들'이 영화처럼 묵직한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기생충'에 이어 낭보를 전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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