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리도 없이' 주연 유아인
"만화적 표현으로 풀어낸 현실적 이야기"
"마음에 들었던 연기? 힘 풀린 배"
배우 유아인 / 사진제공=UAA
배우 유아인 / 사진제공=UAA


"시나리오를 보고 안정적 선택이 아닌 다른 기대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일 수 있겠다 생각돼서 기대감이 들었죠."

배우 유아인은 영화 '소리도 없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유명 감독님들과 작업을 많이 했었고, 내 이미지가 형성되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심어줄 수 있게 되면서 내 몸이 좀 다르게 쓰일 수 있는 현장, 내가 다른 식으로 반응할 수 있는 현장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도발적이고 신선한 자극을 주는 작품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소리도 없이'가 그 점에 정확히 부합하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태인(유아인 분)과 창복(유재명 분)이 그 아이로 인해 공교롭게 납치범이 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 유아인은 범죄 조직에서 시체 처리를 담당하는 청소부 태인 역을 맡았다. 비윤리적인 일이지만 태인은 '자신의 일'이기에 툴툴대면서도 성실하게 해나간다. 유아인은 "불명확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영화를 명확한 말로 표현하는 건 참 어렵다"며 작품에 담긴 아이러니와 모호한 분위기에 대해 전했다. 처참하고 잔혹한 일, 남루한 세간과 대비되는 밝고 유쾌한 정서도 이 같은 아이러니를 극대화하는 요소다.

"저도 시나리오만 봤을 땐 좀 더 칙칙하고 어두운 느낌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 시각적 설정 자체가 이 어둡고 지독한 이야기를 의외의 톤으로 다뤄내며 아이러니한 느낌을 만들어내요. 영화는 만화적이고 비현실적인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현실적이고 생생해요. 감독님이 그런 대비를 통해 전체적 톤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유아인은 외적인 변화를 시도해 캐릭터에 대한 높은 몰입도를 끌어내기도 했다. 체중을 15kg 늘리고 머리를 짧게 자른 것. 그는 "영화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큰 몸이 의외로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설정의 영화 속 남자 주인공들은 말라야 불쌍해보인다는 천편일률적 접근은 너무 예스럽지 않나"고 체중을 늘린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마음에 들었던 연기로 "힘이 풀린 배"를 꼽기도 했다.

"실제로 그 정도로 (배가) 나왔어요. 그 당시 행사 사진의 기사를 보면 '유아인 살쩠다' 같은 것도 있어요. 하하. 의도적으로 표현한 것보다 자연스러운 장면이 만들어낸 힘이 더 큰 순간이 있어요. 아주 달라진 건 아니었는데도 시각적 변화가 주는 임팩트가 있어요. 그런 것들이 생겼으면 하는 기대감도 있었죠."
배우 유아인 / 사진제공=UAA
배우 유아인 / 사진제공=UAA
이번 영화에서 유아인은 대사가 하나도 없다. 극 중 태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말을 하지 않는 인물인 것. 유아인은 "몸의 표현이나 표정도 있지만 말을 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있지 않나. 그걸 내려놨을 때 훨씬 동물적이고 감각적으로 되는 느낌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많은 설정이나 의식적 가공이 필요하지 않는 인물을 연기할 때 더 편안해요. 즐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스러워져요. 갭이 줄어드는 느낌이에요. 메이크업 같이 물리적인 것도 마찬가지죠. 현장에 도착해서 분장을 받는 순간 몸의 태도나 마음가짐이 달라져요. 그런데 그걸 안 하니까 또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요. 최근 찍은 다른 작품도 처음 2회차 정도만 분장하고 그 다음부턴 안 했는데 달라지고 있어요.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자연스러운 게 좋은 것 같아요."

유아인은 공교롭게도 코로나19가 창궐한 올해 두 편이나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지난 6월 개봉한 '#살아있다'와 이번 '소리도 없이'다.

"아쉬움도 있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받아들이고 있어요. 하하. 그런 가운데서도 여기서 만들어낼 수 있는 다른 힘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며 희망을 키워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코로나로 우리가 전과 다른 상황에 처하긴 했지만 저는 어떤 것의 성패나 가치가 결국 그것의 본질에 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핑계되기 좋은 세상이 된 거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요. 지금이 위기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더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핑계만 대고 한숨만 쉬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지금을 기회 삼아 더 나은 내일을 그려갈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배우 유아인 / 사진제공=UAA
배우 유아인 / 사진제공=UAA
다양한 작품을 통해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온 유아인. 그는 작품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꺼내놓는다. 자유롭고 열정적인 그에게 번아웃이 온 적은 없을까. 그는 "없다"고 답했다.

"그런 게 다른 식으로 표출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비교적 이전 세대들의 배우들과 조금 다른 형태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연기를 펼치고 싶은 의지가 있어요. 그게 매번 성공할 순 없지만 그 같은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가려고 해요. 그런 데서 번아웃이 온다면 저도 태인처럼 표현과 소통의 의지가 사라지겠죠. 잘 모르기 때문에 더 알고 싶고 사랑한단 말이 공허하게 느껴져서 더 잘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더 잘 소통하고 이야기해보고, 또 거기에서 저를 좀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들이 반영돼 드러나는 것 같아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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