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유재명 주연의 범죄극 '소리도 없이'
대사 없는 유아인, 뛰어난 '몸짓 언어' 표현
어두운 이야기와 대비되는 유쾌한 정서
영화 '소리도 없이' 포스터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소리도 없이' 포스터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색다른 스타일의 범죄극이 탄생했다. 유아인, 유재명 주연의 영화 '소리도 없이'다. 선도 악도 아닌 인물, 옳고 그름을 단정짓지 않는 이야기가 주는 모호함과 불명확함이 기묘하게 다가온다.

말 없는 청소부 태인(유아인 분)과 말 많은 청소부 창복(유재명 분). 본업은 계란 장수지만 부업으로 범죄 조직의 조직원들이 사람을 고문하거나 죽이고 나면 그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그들은 묻어주는 일을 한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조직의 실장으로부터 사람 하나를 잠시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창복은 자신들의 원래 일이 아니라며 거절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게 된다. 지시한 곳으로 가보니 자신들이 맡을 사람은 초희(문승아 분)라는 이름의 열 살 남짓 여자 아이. 다음날 일을 맡긴 실장이 죽게 되면서 두 사람은 졸지에 납치범이 된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다리가 불편한 창복과 어떤 이유에서인지 말을 하지 않는 태인은 서로의 불편함을 채워주며 착실하게 일한다. 창복은 언제나 "남의 것을 탓하지 마라", "주어진 일에 감사해라"고 강조한다. 태인은 툴툴거리긴 해도 제 할 일을 제대로 다 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오로지 '일'이라는 관점에서만 수행할 뿐 도덕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이들이 하는 일은 비윤리적이지만 영화 안에서 이들은 그저 성실한 일꾼일 뿐이다. 둘을 향한 영화의 시선 역시 그저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다. 그 기묘한 시선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 같은 무심함과 방관적 태도가 아이러니를 심화한다.

진지하고 심각한 둘의 모습과 대비되는 밝고 선명한 색감과 유쾌함이 느껴지는 정서 역시 아이러니를 극대화하는 대목이다. 둘은 시체 처리를 앞두고 자못 사명감 넘치는 태도로 '히어로 슈트'를 입듯 개구리가 그려진 노란 우비와 하얀 비닐캡을 쓴다. 해학과 우스꽝스러움이 배가된다.

초희 캐릭터를 그려낸 방식도 독특하다. 어린 아이 캐릭터는 보통 순수하고 맑게 그려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 초희는 세상 사는 법을 알아버린, 처세술에 능한 어른의 느낌을 준다. 납치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눈치를 살피고 거짓 연기도 하고 영악하게 행동한다. 그러다가도 문득 태인과 창복에 동화돼 그들과 진정으로 즐거운 순간을 보내기도 한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복잡한 인간 내면을 초희 캐릭터가 보여준다.

유아인은 대사가 없는데도 사운드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문승아의 연기 역시 유아인의 연기와 잘 어우러진다. 유재명은 수다스러운 캐릭터로 영화의 균형감을 맞춰주고 적절한 때 이야기의 반전을 선사하며 긴장감을 드높인다.

오는 15일 개봉. 15세 관람가.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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