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식 평론가가 추천하는 이 작품]
수많은 관객에게 사랑 받는 대작부터 소수의 관객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숨은 명작까지 영화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텐아시아가 '영화탐구'를 통해 영화평론가의 날카롭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우리 삶을 관통하는 다채로운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박태식 평론가가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핀란드 메탈밴드'입니다.
'핀란드 메탈밴드'는 세계적인 대스타를 꿈꾼 12년 차 시골 록 밴드가 생애 처음으로 페스티벌 참가에 도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과격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순수하고 코믹한 밴드 멤버들의 활약이 웃음을 선사하며 아름다운 풍광과 꿈을 향한 열정적 모습이 감동을 안기는 작품입니다.
영화 '핀란드 메탈밴드' 포스터 / 사진제공=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 '핀란드 메탈밴드' 포스터 / 사진제공=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헤비메탈'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볼륨을 잔뜩 키운 전기기타 연주와 격렬한 사운드, 그리고 고음을 지르거나 낮게 웅웅대는 소리를 내는 게 보컬이라고 한다. 리드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건반, 보컬 등 일반 록 밴드와 구성은 비슷하지만 확연히 구별되는 음악이다.

그 중 결정적인 부분은 '헤비메탈 뮤지션들은 장발을 고수하고 가죽점퍼, 징이 박힌 옷이나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네이버 지식백과)이라는 대목이었다. 그러니 헤비메탈 밴드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당연히 정신 사나운 이야기가 되리라는 예상을 할 법 하다. 더불어 이렇게 어지러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군지, 그 궁금증도 영화감상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핀란드 메탈밴드'(감독 유소 라티오·유카 비드그렌)는 두 가지 기대에 충분한 답을 준다.
영화 '핀란드 메탈밴드' 스틸 / 사진제공=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 '핀란드 메탈밴드' 스틸 / 사진제공=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도대체 무슨 일이라곤 일어나지 않을 법한 작은 마을이 핀란드에 있다. 주민들은 과거식 생활방식을 답습하며 하루하루가 다르지 않게 살아가는데 계절의 변화마저 없다면 기억에서 설혹 지워진다 한들 그리 놀라지 않을 법한 곳이다. 하지만 여기 한적한 마을에 열심히 모여 연습하는 헤비메탈 밴드가 있다. 이들은 결성된 지 12년이나 됐지만 앨범은 물론 아직 변변한 이름조차 없는, 그야말로 '동네 밴드'에 불과하다. 마을 사람들은 한 번도 그저 지나치는 법이 없이 이들을 놀려대고, 그 이면에는 '정신 못 차린 놈들'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들어있다. 그리고 이는 가죽 재킷에 자전거를 타고 긴 머리 휘날리며 정신병원으로 출근하는 25살의 뚜로 모일라넨(요하네스 홀로파이넨)이 감수해야 할 업보이다. "너 남자냐 여자냐?"

뚜로는 밴드의 보컬이지만 소심한 성격과 무대 울렁증이 늘 고민이다. 메인 기타리스트인 로트 보넨(사물리 야스키오)는 가업을 이어받아 순록 도살 업을 하는데 덤벙대기가 가히 챔피언 급이고, 두려움 없는 드러머 윙키(안티 헤이카넨)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리고 베이스기타리스트인 파시(맥스 오바스카)는 헤비메탈에 관한한 백과사전 급의 지식을 자랑하지만 늘 사람 속을 긁어놓는다. 그런데 우연히 순록 피를 사러 도살장에 들른 노르웨이의 헤비메탈 축제 기획자 프랑크(룬 템데)에게 갓 만든 데모 테이프를 넘겨주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야흐로 한바탕 난리판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누구도 수습할 수 없는 난리판! 노르웨이 축제에 참여해 한 곡이라도 연주하기 위해 벌이는 이들의 사투는 눈물겨울 정도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예측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관객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북구(北歐) 사람들의 대책 없는 낙관주의가 화면을 주름잡는데 때론 낯설게, 때로는 정감어린 분위기로 다가온다. 정말 이런 식의 낙관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핀란드라면 한번 쯤 가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코로나가 빨리 사라져야 할 텐데….
영화 '핀란드 메탈밴드' 스틸 / 사진제공=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 '핀란드 메탈밴드' 스틸 / 사진제공=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이들이 만들어내는 황당한 음악 이야기를 안 하려도 안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메탈이 만들어내는 멜로디와 콤포지션은 고막을 강타하고 도발적이어야 하며,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던 새로운 소리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메탈 음악의 생명이다. 내가 기억하는 곡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헤비메탈 그룹 에이씨디씨(AC/DC)가 1979년에 발표한 'Highway To Hell(지옥행 고속도로)'가 있는데 그 전주만 들어도 절로 흥이 솟고 헤드뱅잉으로 긴 머리를 흔들어대는 본 스콧이 떠오른다. 그처럼 젊은 피가 출렁이는 "메탈 정신은 아무도 막지 못한다." '스쿨 오브 락'(2003)에서 잭 블랙이 한 말이다.

뚜로 일행은 무모한 노르웨이 행을 결정했고 온간 난관을 넘어 마침내 축제 무대에 선다(실제로 이들은 어마어마한 일을 겪는다). 그리고 거기 헤비메탈 축제에는 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관객들이 꽉 들어차 있다. 떡하니 무대 중앙에 관까지 세워놓고 자리를 잡은 핀란드 밴드. 마침내 사회자 프랑크가 이들을 소개한다. "전쟁을 일으킬 뻔 했던 멸망 이후 잔혹 스칸딕 메탈 밴드, 임페일드 랙툼(Impaled Rektum)!" 임페일드 랙툼이라고? 솔직히 이게 무슨 말인지 당사자들마저 잘 모를 것이다.
영화 '핀란드 메탈밴드' 스틸 / 사진제공=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 '핀란드 메탈밴드' 스틸 / 사진제공=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보면서 왜 한적한 마을에 사는 핀란드의 젊은이들이 헤비메탈에 목숨을 거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랬더니 결론은 하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뚜로를 사랑하는 미아(민카 쿠스토넨)의 말에 따르면 "우리 동네는 지겨워서 너의 공연이나 보러 왔지"가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정말 재미나게 보았다. 좌충우돌 코미디라는 점도 흥겨웠고 메탈 음악에 담긴 철학도 접할 수 있어 나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유럽 각국의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받았는데 34회 바르샤바 국제영화제에서 받은 상이 '자유정신 경쟁 특별언급'이란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난생 처음 들어보는 상 이름이다. 그러나저러나 '핀란드 헤비메탈'은 그 상을 받아 마땅한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십 수 년 전부터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메탈 밴드들이 TV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렇게 메탈 밴드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은 사뭇 반가운 일이다. 또한 그 중 몇몇 연주자들과 가수들은 입담까지 받쳐줘 엉뚱한 말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곤 한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들을 볼 때마다 슬픈 맘이 든다. 절대 상품화 될 수 없는 메탈 정신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아서다.

"때론 일단 저지르고 나중에 고민하는 게 낫다." 뚜로가 남긴 말이다.

박태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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