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과 남북 진영 달라진 인물들
정우성 "불행했던 우리 민족, 평화의 길로"
양우석 "논란거리 영화, 징크스이자 숙명"

영화 '강철비'가 남과 북, 극 중 인물의 진영을 바꿔 '강철비2: 정상회담'으로 돌아왔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박진감 있게 담아냈다. 또한 잠수함 액션이라는 신선한 재미를 관객들에게 안긴다.
"한반도 문제 시뮬레이션"…'강철비2', 정우성도 울컥한 진정성 [종합]
23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강철비2'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양우석 감독과 배우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이 참석했다. '강철비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리는 영화. 2017년 개봉해 445만 명의 관객을 모은 '강철비'의 속편이다.

양 감독은 "30년 전 냉전 체제가 붕괴됐으나 한국만 냉전 체제가 남았다. 해외의 유명 석학들은 한반도가 할 수 있는 것으로 4가지를 꼽았다. 4가지는 실제로도 일어난 적 있는 전쟁, 몇 년째 추진하고 있는 협상을 통한 평화 구축, 북한 체제의 붕괴, 고조된 전쟁 위기로 핵무장이다"라며 "네 가지 이야기를 다 시뮬레이션 해서 보여주려고 1편, 2편을 만들었고, 그런 점에서 상호보완적 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강철비2'는 평화 체제로 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하지 않느냐를 보여준다.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과 붕괴 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양 감독은 무겁고 복잡한 국제 정세를 소재로 한 영화를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 "세상에 필요로 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지 않나 싶었다"며 "지금 한국에 주어진 문제인 대북 문제, 북핵 문제, 미중 갈등 등을 시뮬레이션해서 보여주는 게 도리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한반도 문제 시뮬레이션"…'강철비2', 정우성도 울컥한 진정성 [종합]
이번 2편에는 1편에서 북 최정예요원이었던 정우성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남의 외교안보수석 역을 했던 곽도원이 북의 호위총국장을 연기한다. 전편과 진영이 뒤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양 감독은 "한국에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한 것이다. 실제로는 남과 북이 입장이 바뀌어도 우리 손으로만은 평화 체제를 이룩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정우성은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을 맡았다. 영화를 관람한 후 감정이 북받친 정우성은 "'우리 민족은 충분히 불행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희망, 평화의 길로 가야하지 않나'라는 소시민으로서의 바람이 크게 든다"며 울컥했다.
"한반도 문제 시뮬레이션"…'강철비2', 정우성도 울컥한 진정성 [종합]
유연석은 북한 위원장 조선사 역을 맡았다. 유연석은 "근래에 드라마를 시청하신 분들은 어색해하실 수도 있고 한편으론 새롭게 느낄 것"이라며 "나 역시 영화 속 내 모습이 새롭기도 했다. 선배님들과 같이 어울려서 북한 말을 쓰며 연기하는 영화 속 내 모습을 재밌게 봤다"고 밝혔다.

유연석은 "북 위원장 역을 준비하면서 헤어스타일, 의상, 말투, 영어 등을 감독님과 고민하고 상의했다"며 "실제 인물을 모사해서 연기하고 싶진 않았다. 중국, 북한 등 사회주의 체제의 인민복이나 기본적인 헤어스타일은 가져왔고, 이걸 내게 맞게 바꿨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문제 시뮬레이션"…'강철비2', 정우성도 울컥한 진정성 [종합]
곽도원은 쿠데타 주동자인 북한의 호위총국장 박진우 역을 맡았다. 곽도원은 "촬영 전 감독님과 '악역보다는 뜻이 다른 인물'이라는 주제로 연기하자는 얘기를 했다. 다른 결이지만 그래도 내가 좀 더 묵직하게 균형을 잡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세 명의 정상은 잠수함 함장실에 갇히는데, 이 안에서 세 사람은 정치적으로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고, 또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연석은 "공개석상이 아닌 세 명의 정상들이 골방에 있을 때 어떤 얘기와 해프닝이 있을지 그려봤다. 힘의 논리라든지 정치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면서도 그걸 무겁지 않게 은유적으로 보일 수 있게끔 했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낯선 두 사람 사이에서 나는 리액션만 하면 됐다"며 "함장실이 굉장히 비좁은데 한 놈은 담배 피고 한 놈은 방귀 뀌지 않나. 에거스(미국 대통령 스무트 역)가 진짜 방귀를 뀌었다. 냄새 나는 척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반도 문제 시뮬레이션"…'강철비2', 정우성도 울컥한 진정성 [종합]
양 감독은 한반도 문제를 다룬 영화가 개봉 전부터 이슈거리가 되고 있는 데 대해 "징크스이자 소명인 것 같다"면서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이 바뀔 분들도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을 떠나 교육, 외교, 안보는 국가 전체 차원에서 같이 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9.11사태 2년 후 미국이 왜 우리는 그런 시뮬레이션을 못해봤을까 했다고 하더라. 상상력을 통해 한국이 갈 수 있는 네 가지 길을 시뮬레이션 해서 보여드리는 게 나의 숙명이라 받아들이고 표현해봤다. 특정 시각보다는 그런 관점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유연석은 "영화 촬영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여러분들도 조심스럽게 영화관을 찾아주셔서 우리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철비2'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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