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 깜짝 결혼 발표
2000년 데뷔, 양아치 연기로 주목
공효진과 10년 열애, 그리고 결별
해외에서 자유분방한 삶
배우 류승범./ 사진=인스타그램
배우 류승범./ 사진=인스타그램
해외에서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온 배우 류승범이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곧 아이도 태어난단다. 예비신부는 10살 연하의 슬로바키아인이다. 그야말로 깜짝 뉴스다.

소속사 샘컴퍼니는 지난 11일 텐아시아에 "류승범이 3년간 교제해온 외국인 여자친구와 결혼한다. 6월 말 출산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소속사에 따르면 류승범의 예비신부는 10살 연하의 슬로바키아인이며 프랑스에서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올해 초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출산 이후로 미뤘다. 류승범은 현재 프랑스에 머물며 예비신부를 보살피고 있다.

12일 오전 류승범은 자신의 SNS를 통해 결혼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고 성원해주셔서 마음 속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제 여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할 것 같아서 짧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며 "여자친구와 태국에 있는 작은 섬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여자친구는 화가다. 그래서 계속 그림을 그린다. 어느 날은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보여 느닷없이 질문을 했다. '당신은 왜 그림을 그리나?' 여자친구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그림을 그리면서 '어릴적 우리는 모두가 화가였다. 세상에 있는 어린이들을 봐. 모두가 그림을 그리고 있잖아? 그 아름다운 취미를 당신은 멈췄고 나는 멈추지 않았을 뿐이야'라고 망설임 없이 이야기 했다"고 떠올렸다.

류승범은 "그 후, 저는 며칠동안 그 섬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 다 화가였다니'"라며 "제 여자친구는 저의 잠재력을 깨워줬고, 전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류승범 다웠다. 깜짝 결혼 발표와 관련해 식상한 소감은 없었고, 구구절절 설명도 없었다. 대신 영화같은 에피소드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류승범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사진=네이버 영화
류승범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사진=네이버 영화
류승범은 2000년 형 류승완 감독 작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했다. 좀 놀았을 것 같은 비주얼로 등장해 단숨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류승완 감독이 처음 찍은 단편 영화로 6,500만원의 저예산으로 만든 작품이다. 16mm 영화 최초로 극장 개봉한 작품으로, 2주 만에 손익분기점인 1만 명을 돌파했고, 상영관 수를 꾸준하게 늘려 8만 관객을 모은 흥행작이다. 저예산 영화계에서는 아직까지도 레전드로 회자된다.

극 중 류승범은 이 영화를 통해 젊은 관객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졌다. 1997년 개봉한 '비트'에서의 임창정을 능가하는 리얼 양아치 연기를 하는 배우가 등장했다는 평이 많았다. 심지어 일부 관객들은 "배우가 아니다. 감독이 진짜 양아치를 데리고 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양아치 역 배우를 찾다 찾다 안 돼서 집에 들어왔더니 역할에 딱 맞는 생 양아치가 집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류승범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38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2001년 방송된 SBS 드라마 '화려한 시절'이 인기를 끌면서 류승범은 더욱 주목 받았고, 앞서 개봉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다찌마와 리' 등이 재조명 됐다. 류승범은 드라마 출연을 통해 더욱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영화 '품행제로'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품행제로'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실제로 연기를 따로 배운 적 없는 류승범은 근본은 없어 보이지만 타고난 생활 연기로 존재감을 알렸다. 2002년 개봉작 '품행제로'에서 주인공 박중필을 맡아 양아치 연기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화려한 시절'에서 호흡을 맞춘 공효진과도 '현실 친구' 케미를 보여주며 재미를 더했다.

이후 류승범은 양아치 연기만 잘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주먹이 운다' '사생결단' 등 코믹, 액션, 느와르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특유의 '양아치'스러운 톤은 베어 있었지만 점점 더 디테일한 감정 연기를 보여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6년 개봉한 '사생결단'에서는 마약 중간 판매상 이상도를 맡아 황정민과 불꽃 튀는 연기 호흡으로 몰입도를 높였고, 이 작품으로 류승범은 제43회 백상예술대상, 제30회 황금촬영상을 비롯해 여러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싹쓸이 했다.
영화 '사생결단' 스틸컷./
영화 '사생결단' 스틸컷./
당시 송강호, 황정민, 설경구 등이 믿고 보는 배우로 떠올랐을 시점, 관객들은 어느순간 류승범이 출연한 영화도 '일단 무조건 본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류승범은 2011년 형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부당거래'로 또 한 번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믿보배' 배우임을 입증했다.

거침없고 리얼한 생활연기는 젊은 관객들의 열띤 호흥을 이끌었다. 여성보다 남성들이 더 그를 좋아했다. 연기 뿐 아니라 패션 센스도 남달라 남성들이 특히 관심을 가졌다. 175cm, 67kg의 류승범은 모델처럼 완벽한 신체조건은 아니지만 남다른 비율, 개성 넘치는 패션 센스로 시선을 끌었다. 2000년대 일상에서 배정남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옷을 따라 입은 남성들이 꽤 많다.

특히 또래 배우 공효진과의 열애를 빼놓을 수 없다. 류승범과 공효진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만한 공인된 커플이었다. 2002년 '화려한 시절'에 함께 출연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해 10년여 동안 교제했다. 중간에 이별하기도 했지만, 다시 만나는 등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제법 잘 어울리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2012년 두 사람이 완전히 헤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영화 '품행제로' 스틸컷./
영화 '품행제로' 스틸컷./
속사정이야 또 다르겠지만 두 사람은 쿨한 우정을 이어갔다. 공효진은 2017년 배정남이 류승범과 찍은 사진을 SNS에 게재하자 "우리 멋쟁이 승범이 또 왔니?"라며 친근한 모습을 보였고, 류승범은 올 초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효진이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것에 대해 "얼마 전에 통화해서 축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류승범은 2007년 유럽여행을 시작으로, 자유로운 삶을 만끽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했고, 2017년 8월엔 스페인으로 향해 마이웨이를 이어갔다. 그리고 전해진 결혼과 2세 소식.
류승범 인스타그램
류승범 인스타그램
한동안 SNS로만 근황을 알렸던 류승범은 지난해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시리즈로 4년 만에 공식석상에 섰다. 올해는 찰떡같은 연기 단짝 황정민이 소속 된 샘펌퍼니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한국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스크린에서 생 양아치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그가 올해로 연기한 지 20년을 맞이했다. 어느새 나이도 마흔을 넘어섰다. 이제 한 가정의 가장, 아이의 아빠도 된다. 독보적인 자유분방한 분위기에 책임감이 더해졌고 제법 중후한 매력까지 장착한 류승범의 제2의 연기 인생에 기대가 모아진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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