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주연 첫 도전 신혜선
"'결백', 나를 반성하게 한 작품"
"딕션요정, 기분 좋은 별명"
"아직 채워지지 않은 '보상심리'가 활동 원동력"
배우 신혜선 /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배우 신혜선 /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상업영화 첫 주연이라 촬영 때부터 많이 긴장되고 떨렸어요.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고 저를 반성하고 뒤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었죠. 주인공 안정인에게도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에요. 저는 첫 주연 영화가 '결백'이라는 데 만족하고 있고, 제게 기회를 주고 저와 함께 해주셨던 분들에게 감사해요."

드라마 '아이가 다섯', '푸른 바다의 전설', '황금빛 내 인생' 등을 통해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배우 신혜선이 스크린 첫 주연에 나섰다. 영화 '결백'을 통해서다. 이번 영화에서 신혜선은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어머니의 결백을 입증하려는 변호사 딸 안정인을 연기했다.

드라마 주연을 통해 쌓아온 연기 역량을 바탕으로 신혜선은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를 힘 있게 끌고나간다. 110분 러닝타임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신혜선은 "작품 속 분량의 많고 적음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안정인의 감정선을 읽어내는 것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영화 속 안정인은 강한 법리적 신념을 가진 변호사로, 살인 용의자가 된 어머니를 변호하면서 변호사와 딸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안정인의 심정을 이해해서 극을 잘 이끌어가야겠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촬영장에 갈 때마다 긴장됐는데 가끔은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죠. 꿈보다 해몽이라고, 정인의 감정 상태가 명확히 정해져 있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예스(Yes) 혹은 노(No)'가 아니라 정인 스스로도 헷갈려 하죠. 겉으로는 냉랭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해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혼란스러운 그 느낌을 살려 연기했어요."
영화 '결백' 스틸 /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영화 '결백' 스틸 /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신혜선은 '딕션요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뛰어난 대사 전달력을 자랑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어려운 법정 용어와 긴 변호 내용의 대사까지 막힘없이 소화해냈다.

"오글거리지만 기분 좋은 별명이에요. 칭찬해주시는 거니까요. 하하. 그런데 연기하는 사람이 발음 좋다는 게 칭찬 받을 만한 일인가 생각도 들어요. 펜을 입에 물고 연습한다거나 그러진 않지만 대사를 열심히 외워요. 대사를 잘 숙지하고 있으면 내가 하는 말에 확신이 생기니까 발음도 더 명확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배우 신혜선 /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배우 신혜선 /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신혜선은 이번 영화에서 배종옥과 모녀 관계로 호흡을 맞췄다. 배종옥은 치매에 걸려 기억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 채화자로 분했다. 배종옥은 시골 촌부 역할을 위해 특수분장을 했는데, 신혜선이 감정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분장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신혜선은 "선배님이 날 배려해주신 거다"며 "워낙 베테랑이셔서 집중도가 좋으시다. 그걸 나한테도 전달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tvN 새 드라마 '철인왕후'로 또 한 번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영화에선 긴장감 있는 사이라 의식적으로 선배님과 수다도 못 떨고 감정신을 찍을 때는 선배님 눈도 안 쳐다보곤 했어요. 그래서 이런 관계 말고 다른 관계로, 재밌는 역할로 또 연기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공교롭게 다음 작품을 함께할 수 있게 됐어요. 영화와는 관계성이 달라서 재밌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수다를 많이 떨어도 될 것 같은 역할이라 선배님과 얘기도 많이 나눠보려고 해요."
배우 신혜선 /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배우 신혜선 /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캐릭터가 어떤 감정에 도달하기까지 장면 하나하나를 따라가면서 그 인물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 감정을 연기로 풀어낼 때 연기의 재미를 느낀다는 신혜선. 그는 이번 영화 촬영에서도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먼저 이 인물에 접근해야 했던 것 같다"며 "연기하면서 트라우마를 가진 안정인을 더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데뷔 8년 차의 신혜선은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 땀으로 만들어진 이 세상 모든 캐릭터들은 다 매력 있다"며 "내가 일상이 평이한 사람이라 특색 있고 스펙터클한 캐릭터에 더 끌린다"고 말했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신혜선이기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진 않을까.

"백수로 지내온 시간도 꽤 있었고, 이 일을 꿈꿨던 시간이 길어서 보상심리가 좀 있어요. 그래서 일을 계속 해오기도 한 것 같아요. 촬영을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힘들 때도 있죠. 그럴 땐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하루 이틀 쉬면 또 괜찮아져요. 잘 쉬는 법도 알아야 하는데 제가 그걸 몰라요. 제겐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보상심리가 남아 있어요. 하하."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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