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공동 창작' 즐거움 느껴
연인 남연우 감독과의 작업, 공사는 구분
캐스팅 제안? DM으로도 OK
치타(김은영) / 사진제공=레진스튜디오
치타(김은영) / 사진제공=레진스튜디오
보이시한 매력과 걸크러시 '센 언니' 이미지로 사랑받은 래퍼 치타가 배우 김은영으로 데뷔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초미의 관심사'를 통해서다. '초미의 관심사'는 비상금을 들고 사라진 막내를 찾기 위해 극과 극 모녀가 이태원에서 벌이는 추격전을 그린다. 모녀는 이태원 거리를 누비면서 싱글맘, 성소수자 등을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영화는 사회적 차별에 노출됐던 인물들에 대해 편견을 허물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에서 치타는 블루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재즈가수 순덕 역을 맡았다. 치타는 "미흡할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가수로서 무대에서는 3분 안에 모든 걸 쏟아내고 내려오면 되요. 그런데 연기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 여러 번 찍으니 똑같은 걸 쏟아내고 또 쏟아내야 했어요. 같은 감정, 같은 움직임으로 했던 걸 또 하는 게 어려웠지만 새롭고 재밌었죠. 찍은 데서 끝나는 것도 아니었어요. 이후에 색감이나 사운드 등 손보는 작업이 있죠. 가수로서 저는 주로 혼자 가사를 쓰거나 고립돼 창작하는 일이 많은데 영화는 찍고 손보는 과정을 많은 사람과 부대끼면서 함께한다는 게 좋았어요."

영화 출연은 어떻게 성사됐을까. "'초미의 관심사'를 준비하던 제작사 레진스튜디오 측과 당시 제 소속사 대표님 간의 교류가 있었던 거 같아요. 대표님이 제 노래를 제작사 측에 들려줬는데 '편견'에 대해 다룬 제 음악과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이 영화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신 거 같아요. 제 노래를 영화에 넣으면 어떨까라는 얘기에서 직접 연기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얘기로 발전했죠. 생각지도 못했지만 굉장한 흥미를 느꼈어요."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 / 사진제공=레진스튜디오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 / 사진제공=레진스튜디오
치타는 이번 영화에서 배우 조민수와 모녀 역할로 호흡을 맞췄다. 영화 속 순덕은 무뚝뚝하고 의젓한 데 반해, 엄마는 명랑하고 익살스럽다. 치타는 영화 속에서 이태원을 달리던 장면을 떠올리며 "(조민수 선배가) 나보다 잘 달렸다"면서 웃었다.

"제가 이름이 치타인데 잘 달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열심히 달려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보다 잘 달리셔서 서로 속도를 맞춰가자고 합의했죠. 하하. 조민수 선배는 체력도 대단하셨어요. 많이 쏟아내고 많이 표현해야 하는 게 엄마 캐릭터인데, 그 에너지가 계속해서 나올 수 있다는 게 대단했죠. 저는 저 하나 챙기기 바쁜데 선배는 자기 껀 이미 다 돼 있고 다른 출연자나 스태프들을 챙기는 여유가 있었어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었죠. 하하."
남연우-치타(김은영) / 사진제공=레진스튜디오
남연우-치타(김은영) / 사진제공=레진스튜디오
치타는 '초미의 관심사' 작업을 계기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남연우 감독과 연인으로 발전했다. 남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의 배우인데, 영화감독도 겸하고 있다. 치타는 "우린 일 때문에 알게 됐지만 (현장에서) 공과 사는 구분하기로 했다"면서도 남 감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현장에서 복잡하고 정신이 없을 거 같은데 스태프들의 의견을 다 들으며 작업하는 게 신기했어요. 한 명 한 명 허투루 대하는 법이 없었죠.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모두가 다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 같아서 좋았어요. 감독으로서 말고 배우로서 모습도 더 보고 싶어요. 그만큼 매력이 있어서 제가 반하지 않았겠습니까? 하하. (본인이) 배우로도 더 활동하길 원해서 응원하고 있어요."

치타는 가수로서 재능을 살려 영화의 OST 전곡에 작사·작곡 참여했다. 영화에는 랩이 아니라 감미롭게 노래하는 치타의 모습도 담겼다. 치타는 "'노래하는 모습도 좋다, 새롭다'고 평가해주셔서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도 즉흥적이잖아요. 제가 이번에 만든 재즈도 장르적 특징이 즉흥적이라는 거예요. 실제로 곡 작업도 즉흥적으로 많이 했고요. (영화와 노래를) 같이 만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요. 연기도 도전이었지만 노래하는 것도 도전이었어요. 랩 이전에 노래하는 것도 꿈이어서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도 의미가 컸죠. 처음에 꿨던 꿈 하나를 이룬 기분이라 새로 태어난 것 같기도 해요."
치타(김은영) / 사진제공=레진스튜디오
치타(김은영) / 사진제공=레진스튜디오
이 영화는 코로나19 사태 훨씬 이전에 촬영돼 활력 넘치는 이태원 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태원에서 살고 있다는 치타는 "사람이 북적이고 활발히 돌아가는 이태원의 모습을 보니 그립더라"며 "빨리 예전 같은 날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또한 "극장에 많이 와달라고 하긴 어려운 시국이지만 나중에 TV로 영화를 본다든지 다른 방법도 있지 않나. 영화를 통해 활발한 거리의 모습을 보면 지금의 답답함을 좀 해소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래퍼 치타는 배우 김은영이라는 이름으로 앞으로도 연기에 도전할까. 치타는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게 된 것 같다. 15평에서 35평으로 이사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연기 분야에 제의가 왔을 때 제가 갖고 있는 이미지의 연장선이라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보는 분들도 '쟤는 센 것만 해'라며 뻔하다고 느낄 것 같아요. 제 안에 또 다른 모습을 끌어낼 수 있는 거라면 더 좋겠어요. 캐스팅 제안은 SNS 다이렉트 메시지로도 좋습니다. 하하."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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